고령층 4명 중 1명 소득 끊겼다…정년 60세·연금 65세 사이 ‘5년의 함정’

퇴직 후 45% ‘소득 충격’…공백 3년 땐 일자리 유지율 44.6%
재취업 243만원 vs 재고용 253만원…“제도 엇박자 해소 시급”


60세에서 65세로 가는 길 [챗 GPT를 활용해 제작]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년은 60세, 국민연금은 65세. 이른바 ‘5년의 소득 공백’ 구간에서 고령층 상당수가 소득 없이 노후를 버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백 기간이 길어질수록 일자리 유지율이 20%포인트 이상 급락하는 등 소득 단절 위험도 빠르게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11일 한국노동연구원 이승호·노세리·함선유 연구위원이 발표한 ‘고령 노동과 소득 크레바스’ 보고서에 따르면, 정년 이후 노동시장 이행 과정에서 소득 단절을 겪는 비중은 24.7%로 나타났다.

소득 감소(20.8%)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45.5%가 퇴직 이후 소득 충격을 경험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실상 고령층 2명 중 1명꼴로 소득 감소 또는 단절을 겪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개인 선택이 아니라 제도 간 엇박자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로 지목된다.

2016년 60세 정년 의무화로 퇴직 시점은 늦춰졌지만, 국민연금 수급 연령은 단계적으로 상향돼 2033년 65세에 도달한다. 일자리에서 물러나는 시점과 연금을 받는 시점 사이에 최대 5년의 ‘소득 크레바스(깊은 골)’가 발생하는 구조다.

공백 1년 68.8% → 3년 44.6%…일자리 유지율 ‘붕괴’


[한국노동연구원 제공]


소득 공백이 길어질수록 고용 유지 가능성은 급격히 낮아졌다.

소득 크레바스 기간이 1년일 때 연금 수급 시점까지 일자리를 유지하는 비중은 68.8%였지만, 공백이 2년으로 늘어나면 52.7%, 3년이 되면 44.6%까지 떨어졌다. 불과 2년 사이 24.2%포인트 급락한 수치다.

소득 공백이 길어질수록 안정적인 일자리를 유지하지 못하고 노동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급격히 커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 고령 가구의 소득은 60세 전후를 기점으로 빠르게 감소하며, 특히 60~61세 구간에서 근로소득이 크게 줄어드는 ‘소득 절벽’이 형성됐다. 이후 연금이 지급되더라도 감소한 근로소득을 충분히 보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취업 243.3만원 vs 재고용 253.4만원


퇴직 이후 선택지에 따라 소득 격차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재취업을 택한 경우 퇴직 후 노동소득은 평균 243.3만원이었지만, 기존 직장에서 계속 근무하는 재고용의 경우 253.4만원으로 10만원 이상 높았다. 이는 재고용이 단순한 고용 연장이 아니라 고령층의 소득 감소를 완화하는 핵심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현재 재고용 제도는 일부 직군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보편적 안전망으로 기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탓에 일부 고령층은 연금액 감소를 감수하면서 조기노령연금을 선택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연구진은 정년과 연금 제도가 따로 작동하는 현 구조로는 고령층 소득 공백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정년 연장이나 재고용 확대를 통해 소득 공백을 줄이고, 연금 제도 역시 노동시장과 연계해 유연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고령층이 노동시장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제도 간 정합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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