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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연합] |
“테러 단체에 자금을 지불하는 행위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경고
휴전 뒤 통항 선박 15척 그쳐…걸프 해역 800척 발 묶인 상태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 이후에도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정상화되지 않으면서 국제 해운업계가 선사들에 이란 측 통행료 요구에 응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을 앞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유조선 업계를 대표하는 국제유조선선주협회(인터탱코)는 회원사들에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위해 이란에 비용을 지급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국제 해운업계가 통행료 지급 자체를 리스크로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필립 벨처 인터탱코 이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통행료를 내는 것은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이 문제가 협상의 시작점이 됐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에 사전 허가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표적이 돼 파괴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선박 1척당 최대 200만달러, 약 30억원 수준의 통행료를 거둘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벨처 이사는 “IRGC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테러 단체로 지정한 조직”이라며 “테러 단체에 자금을 지불하는 행위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지급할 경우 선사들이 미국과 EU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할 가능성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국제해사기구(IMO)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르세니오 도밍게스 IMO 사무총장은 “천연 수로인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법에 따라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어떠한 통행료 제한도 부과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란의 통행료 징수 움직임에 공개 경고를 보냈다. 한때 미국과 이란의 합작 사업 형태를 통한 수수료 징수 가능성을 거론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이 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는데, 당장 중단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통항량은 급감한 상태다. 지난 8일 휴전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15척에 그쳤다. 전쟁 이전 하루 평균 약 140척이 오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걸프 해역에는 약 800척의 선박이 화물을 실은 채 대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가스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핵심 해상 통로다. 봉쇄 또는 통항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원유와 가스뿐 아니라 연료, 전력, 식량 가격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 정부 대표단과 종전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이 이어지고 있고, 호르무즈 해협 통행 문제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라오면서 이번 협상은 시작부터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