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던 주주대표소송 깬다”…국민연금, 7년 만에 ‘경영 감시’ 본격화

수익률 18.82% 힘입어 주주권 행사 확대
소송 결정구조 일원화로 실행력 확보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전경[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국민연금이 7년간 사실상 멈춰 있던 ‘주주대표소송’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역대 최고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기금 1500조원 시대에 진입한 가운데, 단순 투자자를 넘어 기업 경영을 직접 견제하는 ‘행동하는 기관투자자’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14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지난 한 해 수익률은 18.82%에 달한다. 국민연금은 기금 운용 성과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그간 제도는 마련돼 있었지만 실제 소송으로 이어진 사례는 없었다. 2019년 관련 지침 도입 이후 단 한 차례도 실행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주주대표소송은 기업 이사가 고의나 과실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음에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주주가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제도다. 국민연금이 이를 활용할 경우 대형 상장사 경영진을 상대로 한 실질적 견제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다.

그동안 제도 활용이 지연된 배경에는 재계의 강한 반발이 있었다. 주요 경제단체들은 국민연금이 민간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국민연금 내부의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도 걸림돌이었다. 소송 제기 주체를 두고 기금운용본부와 외부 전문가 중심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간 역할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으면서 실제 판단이 번번이 지연됐다. 재계는 외부 위원 주도의 소송 결정이 정치적 판단으로 흐를 수 있다고 비판했고, 시민단체는 독립성 확보를 위해 외부 위원 중심 구조가 필요하다고 맞서며 갈등이 이어졌다.

국민연금은 최근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해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정리했다. 주주대표소송 제기 여부를 원칙적으로 기금운용본부 중심으로 일원화하기로 하면서, 실제 필요 시 신속하게 소송에 나설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결정 과정을 단순화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실행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감시 대상도 넓어진다. 기존에는 위법 행위가 명확한 사안 위주로 검토가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배당 정책이나 산업 안전 등 중점 관리 사안까지 포함해 기업과의 비공개 대화 이후에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송 검토 대상에 올릴 수 있다. 이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최후의 수단’을 행사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정부 역시 기관투자자의 감시 기능 강화를 강조하고 있어 국민연금의 행보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단순히 주식 보유를 통한 수익 창출을 넘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장기 가치 제고까지 유도하는 ‘책임투자’ 역할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주주대표소송은 기업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국민의 노후자금을 지키기 위한 책임 있는 투자 활동”이라며 “필요한 경우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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