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중동 위기가 뒤흔든 에너지 지도, 해법은 한·인도 협력


중동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안보 쇼크’는 인도와 한국을 동시에 시험대 위에 올려놓았다. 이 위기는 단순한 충격에 그치지 않는다. 양국이 에너지와 공급망 협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분기점이기도 하다.

인도는 원유 수요의 약 85%를 해외에 의존하는 대표적인 에너지 수입국이다. 그중 절반가량이 중동에서 들어오고, 상당 물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와 해상 운임, 보험료가 상승하면서 인도 경제는 에너지 비용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수출 여건과 환율에도 영향을 미치며, 대외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 속에서 산업 전반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인도·태평양 국가들과의 협력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중동발 충격이 반복되는 구조적 리스크라면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결국 에너지와 공급망의 지도를 새롭게 그리는 문제로 귀결된다.

이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파트너가 바로 인도다. 인도는 거대한 내수시장과 디지털 인프라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동시에, 에너지와 설비 수요가 막대한 국가다. 반면 한국은 에너지 전환 기술과 프로젝트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에너지 안보와 경제 협력을 하나의 축으로 묶을 수 있는 상호 보완적 구조다. 양국은 이미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바탕으로 에너지와 그린 전환, 공급망을 핵심 협력 분야로 설정해 왔다. 방향성은 분명하다. 이제 남은 것은 이를 구체적인 사업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우선,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공동 대응은 기존 거래를 확대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인도에게 한국은 석유화학 제품의 주요 수요처이며, 동시에 한국에게 인도는 나프타, 석유 등 주요 에너지원을 공급하는 핵심 파트너다. 특히 나프타는 최대 수출 품목이자 이번 위기로 수급 불안이 부각된 핵심 원료다. 이 구조를 바탕으로 중장기 공급 계약과 물량·가격·운송 패키지를 확대하고, 위기 시 대체 공급 체계를 결합해 공급 차질에 대한 대응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인도 내 에너지 인프라와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는 가장 현실적인 협력 접점이다. 인도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500GW 확보와 그린수소 확대를 추진 중이다. 한국은 ▷태양광 ▷풍력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소 ▷스마트그리드 분야에서 기술과 금융, 설계·조달·시공(EPC) 역량을 갖추고 있다. 공동 펀드나 금융 플랫폼을 통한 프로젝트 발굴·투자는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시장 확대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하는 시도도 중요하다. 에너지 수급 예측, 해상 운송 최적화, 탄소배출 관리 등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핵심인 분야다. 한국의 IT·반도체 기술과 인도의 소프트웨어 역량이 결합해 에너지테크 협력으로 확장될 수 있다.

중동 전쟁의 향방은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충격이 전장에서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에너지 가격과 물류 흐름의 변동, 공급망의 균열은 장기적 영향을 남긴다.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회복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성장 전략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인도와 한국은 각각 시장과 기술을 가진 파트너로서, 이제는 선언을 넘어 숫자로 협력을 증명해야 할 시점이다.

한종원 코트라 뉴델리무역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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