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의 부활’ 20년來 최고 이익률

삼성·SK, 올 낸드 영업이익률 60% 상회
AI메모리 시장 주도…HBM 추월 예고
적자 탈출 넘어 실적 견인 ‘키플레이어’




메모리 반도체의 양대 축 중 하나인 낸드플래시가 그동안 D램 호황에 가려져 있다 최근 수익성이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대 실적을 견인할 키플레이어로 급부상하고 있다.

작년까지 분기 적자를 기록했던 낸드는 올해 양사에 연간 40조~80조원의 영업이익을 안겨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2005년 이후 2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이익률까지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21면

▶올해 삼성 낸드가격 248% 상승 전망=15일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전반에 걸쳐 판매가격 급등 효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예고했다.

증권업계는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낸드로만 각각 67조원, 48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양사의 낸드 영업이익은 약 2조원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연간 낸드 영업이익을 각각 79조8000억원, 46조6000억원 수준으로 제시했다.

양사 D램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약 170조~200조원에 육박하는 것에 비하면 큰 격차가 있지만 조 단위 적자를 냈던 낸드의 과거에 비춰보면 실적 회복세가 가파르다는 평가다.

마이크론 역시 2026년 2분기 회계연도(2025년 12월~2026년 2월) 낸드 매출액이 50억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69% 성장세를 보였다. 서버용 낸드 매출이 전 분기보다 2배 이상 증가하며 AI 서버 수요가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다.

D램의 경우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은 HBM이 AI 메모리 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면 낸드는 대량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드 드라이브(SSD)가 실적 반전을 이끌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의 고성능 SSD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공급은 여전히 부족해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삼성전자의 낸드 평균 판매가격 상승률이 248%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D램의 평균 판매가격 상승률 221%보다 높은 수준이다. 낸드의 예상 영업이익률은 66.4%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낸드 영업이익률은 61%로, 2005년 이후 가장 높을 것”이라며 “2분기부터 낸드 영업이익률이 HBM 영업이익률을 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추론 시대…낸드는 점점 ‘귀한 몸’=엔비디아가 AI 추론 시대를 맞아 갈수록 넘쳐나는 ‘키밸류’(KV) 캐시를 HBM이 아닌 대용량 SSD에 저장하겠다고 밝힌 점도 낸드 몸값 상승을 이끌고 있다.

AI 에이전트 서비스에서는 사용자의 과거 답변 등 기존 데이터를 기억해 대화의 맥락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필요한 것이 장기 기억 역할을 하는 KV 캐시 메모리다. 현재 구조에서는 GPU(그래픽처리장치)에 탑재된 HBM이 이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추론 영역 확대로 HBM의 본래 목적인 연산에 써야 할 용량이 부족해지면서, 메모리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엔비디아는 차세대 아키텍처인 ‘베라 루빈’에 AI가 사용자와 한 대화 맥락을 기억하는 KV 캐시 전용 저장 공간‘컨텍스트 메모리 확장(Context Memory eXtension)’ 플랫폼을 새롭게 만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엔비디아가 주최한 GTC 2026에서 베라 루빈의 메인 스토리지(저장장치)인 PCIe 6세대 기반 서버용 SSD ‘PM1763’(사진)을 전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 연산했던 것들은 최대한 저장해서 이후에 다시 연산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지금의 스토리지 흐름”이라며 “그만큼 메모리 업계는 신뢰성과 성능을 높인 스토리지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HBF, 2038년 HBM 추월”=한편, 내년 상용화를 앞둔 차세대 낸드플래시 제품 ‘고대역폭플래시메모리(HBF)’가 10여년 후에는 HBM 시장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와 샌디스크, 키옥시아 등 주요 낸드 업체가 HBF 시장 선점을 위해 개발에 나선 가운데, HBM에 이어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 확장을 이끌 또 다른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호 KAIST 교수(전기·전자공학)는 지난 2월 ‘HBF 연구내용 및 기술개발 전략 설명회’를 열고 현재 GPU에 HBM 탑재가 필수적인 것처럼 HBF 역시 핵심 AI 메모리로 부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는 2038년부터는 HBF 수요가 HBM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HBM의 아버지’로 불린다.

HBF는 비휘발성 메모리인 낸드 플래시를 수직으로 쌓아 용량을 극대화한 메모리다.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은 HBM과 개념이 유사하다. HBF의 최대 장점은 ‘대용량’이다. 데이터처리 속도를 극대화한 HBM보다 10배까지 용량 확장이 가능하고 가격은 저렴해 HBM의 비용과 용량 문제를 해결할 차세대 메모리 기술로 꼽힌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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