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석유 최고가격제 손질 기류
“손실 커지면 고스란히 세금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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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 한 주유소 모습.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 손질을 검토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상한선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진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는 치솟은 반면 정유사 공급가는 상한제에 가로막혀 두 가격 차이가 1000원 안팎으로까지 벌어진 상황이다. 이는 당장 정유사의 손실로 직결돼, 추후 결국 세금으로 보전해야 하는만큼 상한선을 높여달라는 게 업계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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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한국석유공사 오피넷] |
1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아시아 석유 가격 지표 역할을 하는 싱가포르유(현물)의 리터(L)당 가격은 2월 1주 경유 804원·휘발유 660원에 그쳤다. 그러나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 원유 공급 차질 상황이 본격화되며 계속 치솟아 3월 4주 경유 2119원·휘발유 1298원, 4월 1주 경유 2452원·휘발유 1330원까지 뛰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정유사의 세전 공급 가격(원유 도입비용+정제비용)은 석유 최고가격제로 인해 계속 억눌려 있었다. 2월 1주 리터당 공급가는 경유 908원·휘발유 768원으로 오히려 국제 가격보다 높았다. 반면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인 3월 4주에는 경유 1093원·휘발유 888원, 4월 1주 경유 1349원·휘발유 1121원으로 제자리걸음이었다.
단순 계산하면 경유의 경우, 4월 1주 기준 국제 유가와 실제 세전 공급 가격이 1000원 이상 벌어진 셈이다. 석유 최고가격이 1900원대에 설정되더라도, 유류세 등 각종 세금을 포함해야 하기 때문에 세전 공급 가격은 이렇게 억눌릴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전쟁 상황을 반영하더라도 지나치게 국제 유가와 공급가 격차가 벌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석유사 최고가격제는 유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을 줄이는 취지에서 지난달 13일 처음 시행돼 2주 가격으로 가격을 재설정하고 있다. 1차 최고가격은 리터당 휘발유 1724원·경유 1713원, 2·3차 가격은 리터당 휘발유 1934원·경유 1923원으로 유지됐다. 특히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국면에서 2·3차 가격이 동일하게 유지되며 정유사 손실이 커졌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일각에선 석유 최고가격제 대안으로 수출 통제도 거론되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국내 정유사들은 내수보다 수출에 더 많이 비중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수출국과의 계약 관계 등을 고려하면 물량을 섣불리 조절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례로 국내 정유사들의 주요 수출국은 호주과 미국인데, 동시에 한국은 양국으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고 있다.
앞서 호주 정부는 한국으로부터 석유 제품을 변동 없이 공급 받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달 초 호주 외교통상부는 현지 언론 ‘스카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주요 수입국으로부터 중동 전쟁 국면에서도 석유 공급을 안정적으로 지속하겠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답했다.
앞서 정부는 정유사들에게 올해 석유 수출 물량이 전년도 수준 이상을 넘지 않도록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최대 수출국인 호주 수출 물량 조절부터 어려운만큼 이 수준에서 더 정책 개입을 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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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유 소비 절감 일환으로 차량 5부제를 시행 중인 서울 시내 한 주차장 모습. 박혜원 기자 |
한편 정부에선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석유 소비량이 오히려 증가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가격 조정을 검토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14일 이재명 대통령은 석유 최고 가격제와 관련 “일부 (석유) 소비를 절감해야 하는 상황인데 늘어나고 있다”며 “그게 다 국민 세금”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며, 이로 인한 정유사 손실분은 세금으로 보전하기로 했다. 그런데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오히려 석유 소비량이 늘면서 세금 지출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날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도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열고 “(석유 최고가격제) 가격에 대해 조정이 필요한지 토론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