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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매각을 결심한 오너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질문이 있다. “누가 우리 회사를 사줄까.” 그러나 현장에서 실제로 거래를 좌우하는 질문은 조금 다르다. “어떤 인수자(바이어)에게,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 것인가.”
매각은 물건을 내놓는 일이 아니다. 적합한 상대를 찾고, 설득하고, 경쟁 구도를 설계하는 과정이다. 바이어가 저절로 나타나는 거래는 없다. 그리고 바이어의 성격에 따라 거래의 구조, 속도, 최종 가격까지 완전히 달라진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인수자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전략적투자자(SI)와 재무적투자자(FI)다.
오너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누가 더 비싸게 사느냐가 아니다. SI는 인수 후 조직을 흡수하는 경향이 강하다. 회사의 이름이 사라지고, 기존 임직원의 역할이 바뀔 수 있다. FI는 기존 경영진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만큼 성과에 대한 압박이 뒤따른다. 매각 이후의 모습까지 고려하지 않으면, 높은 가격이 반드시 좋은 거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바이어를 찾는 방식도 거래의 성패를 가른다. 크게 경쟁입찰과 수의계약 두 가지 구조가 있다. 경쟁입찰은 복수의 인수 후보를 동시에 접촉하여 경쟁 구도를 만드는 방식이다. 바이어 간 경쟁이 형성되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올라가고, 매도자의 협상력이 강해진다. 시장에서 관심을 끌 수 있는 매력적인 기업,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인 거래에 적합하다.
수의계약은 특정 바이어 한 곳과 단독으로 협상하는 방식이다. 속도가 빠르고, 정보 노출 범위가 좁아 비밀 유지에 유리하다. 업종 특성상 인수 가능한 바이어가 제한적이거나, 오너가 특정 상대와의 거래를 강하게 원하는 경우에 선택된다.
그러나 현실은 이분법으로 나뉘지 않는다. 중소·중견기업 M&A에서는 제한적 경쟁입찰이 가장 흔하다. 시장에 광범위하게 노출하지 않으면서도, 3~5곳의 적합한 후보를 선별하여 경쟁 구도를 만드는 방식이다. 전면 공개의 부담 없이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판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거래의 주도권이 달라진다. 바이어가 “우리밖에 없다”고 느끼는 순간, 가격은 내려가고 조건은 까다로워진다. 반대로 합리적 경쟁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협상의 균형은 유지된다.
많은 오너가 “좋은 바이어를 소개해달라”고 말한다. 그러나 좋은 바이어는 우연히 나타나지 않는다. 대상 기업의 강점이 어디에서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지를 분석하고, 그 시너지가 가장 큰 곳을 역으로 찾아가는 것이 인수자 발굴의 본질이다. 이 과정에서 자문사의 역할이 갈린다. 단순히 보유한 네트워크 안에서 바이어를 찾는 것과, 기업의 가치 동인을 분석하여 최적의 바이어 풀을 설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바이어 후보군이 정해졌다 해도 누구에게 먼저 접촉하느냐가 결과를 바꾼다. 가장 유력한 후보에게 먼저 가는 것이 반드시 최선은 아니다. 시장의 반응을 먼저 확인하고, 경쟁 구도를 형성한 뒤에 핵심 후보와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인 전략이다.
M&A에서 가격은 바이어가 결정한다. 그런데 바이어는 자문사가 설계한다. 결국 어떤 바이어를 테이블에 앉히느냐가 거래의 출발점이자, 가격의 천장을 정하는 변수다.
지금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 회사의 가치가 극대화되는 바이어는 누구인가. 그 바이어에게 도달할 수 있는 경로는 확보되어 있는가. 경쟁 구도는 설계 가능한가. 이 질문에 답을 갖고 있지 않다면, 아직 매각의 준비는 시작되지 않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