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은 아직”…전국 곳곳 추모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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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오후 서울시의회 옆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피켓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문구를 작성하는 한 시민의 모습. 정주원 기자 |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유가족의 고통이 특별한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우리는 아직 작별의 이유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지난 16일 오후 4시16분 서울시의회 옆 세월호 기억공간.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이 한 문장이 조용한 광장에 오랫동안 남았다. 노란 리본과 피켓을 손에 쥔 시민들은 말을 잇지 못한 채 고개를 떨궜다. 봄볕이 내려앉은 좁은 공간에 모여 누군가는 눈시울을 붉혔고, 누군가는 허공을 바라봤다.
추모식이 시작되기 전부터 시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12번째 봄을 맞고 있었다. 헌화하거나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 “잊지 않겠다”는 문장을 적는 손길들이 이어졌다.
이날 기억식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묵념하겠습니다”는 안내가 울리자 순식간에 정적에 잠겼고 시민들은 304명의 희생자를 떠올리며 약 1분간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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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4시16분이 되자 304명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이 1분간 진행됐다. 정주원 기자 |
현장에 모인 시민들은 ‘기억’의 의미를 각자의 언어로 설명했다. 고려대학교 재학생 박모(26) 씨는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보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오히려 더 정치적으로 다뤄야 할 문제”라며 “기억과 논의가 약해질수록 같은 참사가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매년 기억식에 온다는 최모(54) 씨는 “그때 아이들이 지금 살아 있었다면 모두 성인이 됐을 나이”라며 “이날만이라도 잊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기억식의 발언은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됐다. ‘진상규명과 책임’이었다. 4·16연대 관계자는 “특조위와 사참위 활동을 거쳤지만 왜 침몰했고 왜 구조하지 못했는지 여전히 알지 못한다”며 “국가 책임은 일부 확인됐지만 책임자 처벌은 남아 있다”고 했다.
특히 이날 현장에서는 법 제정 요구가 가장 구체적인 ‘다음 단계’로 제시됐다. 유가족과 활동가들은 단순한 사과나 추모를 넘어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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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서산초등학교 합창단이 ‘천개의 바람이 되어’ 추모곡을 부르는 모습. 정주원 기자 |
이태원 참사 유가족 김나미 씨는 “생명안전기본법이 있었다면 참사 진상규명은 지금보다 한 걸음 앞서 있었을 것”이라며 “더 이상 특조위를 만들기 위해 싸우는 시간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유가족들이 현재 시점에서 내놓을 수 있는 사실상 가장 현실적인 요구이기도 하다. 침몰 원인과 구조 책임을 둘러싼 논쟁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반복되는 참사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서 ‘상설 조사체계’와 ‘국가 책임 명문화’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다.
현장에서는 “기억은 책임”이라는 말이 여러 차례 반복됐다. 기억을 제도와 법으로 이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날 기억공간에서는 충남교육청 학생·학부모 80여명이 참여해 합창을 진행하는 등 세대와 지역을 넘는 추모도 이어졌다. 어린 학생들의 목소리로 울려 퍼진 ‘천 개의 바람이 되어’가 끝나자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울음을 삼키는 모습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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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공간에 헌화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의 모습. 정주원 기자 |
추모는 서울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했다. 단원고등학교가 있는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서는 오후 3시 공식 기억식이 열렸고, 서울대학교에서는 ‘봄은 오겠지만’이라는 제목의 기억문화제가 진행됐다. 학생들과 시민들은 노란 리본을 나누고 종이배에 메시지를 적으며 기억의 시간을 이어갔다.
노동계 역시 이날 성명을 통해 “세월호 이후에도 위험의 외주화와 안전 경시 구조는 달라지지 않았다”며 “생명보다 이윤이 앞서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참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