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석유 최고가격제, 출구가 안 보인다


4차 석유 최고가격이 24일 0시에 고시된다. 그런데 이번 고시는 어느 때보다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정부의 가격 통제가 단기적으로 물가를 눌러놓는 데는 성공했지만, 재정 부담이 빠르게 불어나고 ‘고유가 불감증’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어서다. 중동 전쟁의 끝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출구 전략은 있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지난 3월 13일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치솟는 물가 앞에서 국민 부담을 덜겠다는 결단은 소비자 입장에서 반가웠다. 평소 정액으로 주유하던 기자조차 주유소에서 ‘가득’을 선택했을 정도다. 언제 끝날지 모를 혜택을 일단 누리고 보자는 소시민적 본능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 ‘혜택’은 점차 ‘불안한 청구서’로 바뀌고 있다. 가격을 인위적으로 억제하자 에너지를 절약해야 할 유인 자체가 약해졌다. 실제로 산업통상부 통계에 따르면 최고가격제 시행 첫 주인 3월 둘째 주 판매량은 전주 대비 9.3% 줄었지만 3월 셋째 주에 전주 대비 4.6% 늘었다. 정책 신호와 시장 반응이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재정 부담은 이미 현실이 됐다. 업계에 따르면 시행 한 달 만에 국내 정유 4사의 매출 손실은 약 1조2000억원에 달한다. 국제 가격 상승분을 도매가에 제때 반영하지 못한 탓이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에 6개월치로 4조2000억 원을 반영했는데, 단순 계산으로도 매달 7000억원이 투입되는 구조다. 유가가 오를수록 보전 규모가 커지는 만큼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해외 사례는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헝가리는 1년 넘게 연료 가격 상한제를 유지하며 물가를 낮췄지만, 그 대가로 연료 소비가 급증하고 시장 왜곡이 심화됐다. 파키스탄 역시 가격을 억제하는 동안 안정을 누렸지만, 해제 이후에는 휘발유 가격이 66% 급등하는 ‘보복 인상’을 겪었다. 대통령도 최근 국무회의에서 “소비를 줄여야 할 상황인데 오히려 늘고 있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가격을 눌러 놓고 절약을 바라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메시지는 여전히 모호하다. 총리는 22일 비상경제본부회의에서 “정책 효과와 다양한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4차 시행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발언만으로는 정책을 연장하겠다는 것인지, 조정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히 읽히지 않는다. 도입 초기부터 이 제도는 위기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할 ‘최후 수단’이라는 지적이 나왔었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애초에 출구 전략은 설계돼 있었는가. 리터당 특정 가격을 중단 기준으로 언급했다가 번복하는 등 정책 신호가 오락가락한 점은 이 같은 의구심을 키운다. 여기에 정유사 손실 보전 규모를 둘러싼 산정과 검증이 길어질 경우, 그 자체가 또 다른 ‘출구 지연 장치’로 작동할 가능성도 있다.

가격을 억누르는 정책은 언제나 달콤하다. 그러나 그 대가는 결국 다른 방식으로 돌아온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가격을 얼마로 정할지의 문제가 아니다. 시장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출구를 언제, 어떤 기준으로 열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다.

한희라 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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