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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수출을 앞둔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헤럴드 DB] |
[헤럴드경제=김벼리·유혜림·서상혁 기자]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지난 4분기 역성장을 딛고 전망치마저 두 배가량 뛰어넘은 것은 ‘이란 사태’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아직은 제한적인 가운데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세는 더 강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향후 경제 성장 경로는 중동 리스크 장기화 여부에 달려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오전 은행회관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만난 뒤 기자들에게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 성장률에 대해 “한국 경제의 복원력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 이후 1분기 만에 역성장에서 회복했을 뿐만 아니라 성장폭도 예상보다 컸던 점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란 전쟁으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경제 성장세가 오히려 더 크게 개선된 상황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가장 큰 성장 동력은 수출이었다. 1분기 수출은 반도체 등 IT 품목을 중심으로 전 분기 대비 5.1% 늘었다. 22분기 만에 최대 증가율이다. GDP에 대한 성장 기여도를 보면 순수출은 1.1%포인트로 내수(0.6%포인트)의 두 배 수준이었다.
국민이 체감하는 실질 구매력 지표인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7.5%)이 GDP 성장률을 크게 웃돈 것도 이런 점을 뒷받침한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두 지표의 격차는)반도체 등 수출품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교역 조건이 개선된 데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생산도 컴퓨터·전자·광학기기를 중심으로 3.9% 증가해 21분기 만에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국내 제조업 전반을 견인하는 모양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한 대규모 설비 투자가 집행되면서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도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37조6103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삼성전자도 1분기 57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간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건설투자도 개선됐다. 1분기 건설투자 상승률(2.8%)은 2024년 1분기(4.5%) 이후 8분기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 국장은 “반도체 공장 증설과 신규 주택 착공 증가 영향으로 플러스(+)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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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은 |
앞으로 경제성장률은 중동 리스크 장기화 여부에 달려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월 말 발발한 중동전쟁의 영향은 2분기부터 본격 반영될 전망이다. 이 국장은 “1분기 GDP에 미친 중동 전쟁 영향은 크지 않았다”며 “3월 하순까지 선박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국내로 들어왔다. 1분기 총 90일 중 영향을 받은 것은 10일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4월부터 (영향이)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2월 경제전망에서 한은은 2분기 성장률을 0.3%로 제시했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 상승과 공급망 교란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한국은 중동에 대한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구조상 다른 나라보다 에너지 비용 상승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오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달 수입물가는 고유가와 고환율 여파로 전월 대비 16.1% 올랐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상승률이다. 수입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민간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해 해외 주요 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낮췄다.
이동원 국장은 “중동 전쟁 영향으로 물가 상방 압력이 커졌고 성장 하방 압력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중동전쟁 영향이 어떻게 나타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동 전쟁 발발 이후로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은 계속 호조를 보이고 있고 민간 소비도 아직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며 “중동 전쟁에 따른 부정적 영향, 그리고 반도체 수출과 2분기 정부 정책에 따른 긍정적 영향 중 무엇의 효과가 더 클지에 따라 성장률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2분기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에 성장 흐름을 유지하면서도 이란 전쟁에 따른 공급망 차질과 투자 심리 악영향 등이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지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특히 건설투자와 IT 부문 설비투자는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민간소비 역시 소비심리 위축과 실질 구매력 감소로 둔화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따른 내구재 피해지원금 투입은 소비 부진을 일부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