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업하면 하루당 손실 1조원…더 큰 손실은 글로벌 고객사 이탈”

공급망 재편 압력 등 ‘보이지 않는 비용’ 막대해
대만 현지 언론 ‘TSMC엔 반사이익 기회’ 보도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함께 영업이익의 15%를 관련 재원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결의대회 이후에도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노조는 오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삼성전자 노조가 내달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수십조원의 손실은 물론 경쟁사에 고객을 뺏기는 것이 더 치명적이라는 학계의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 초호황 속 파업은 시장 선도적 지위를 상실케하는 구조적인 타격은 물론 대규모 고용 기반과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민간 정책연구 포럼인 안민정책포럼 세미나에서 ‘삼성전자 노조 파업의 파급 효과’를 주제로 이같이 발표했다.

송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시 공장 가동에 따른 손실이 1분당 수십억원, 하루 1조원 수준 발생할 수 있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 부문에서만 영업이익이 최대 10조원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송 교수는 파업의 직접 손실보다 고객 불안과 거래선 이탈, 공급망 재편 압력이 더 큰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이 리스크 분산을 위해 TSMC 등 대체 공급선 검토에 나설 수 있다”며 “공정 검증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한 번 이탈한 고객은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실제 최근 대만 언론은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이 현실화하면 대만 반도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에겐 가격 협상력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어서다.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함께 영업이익의 15%를 관련 재원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결의대회 이후에도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노조는 오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연합]


실제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는 공급 안정성을 엄격히 따진다. 이에 AMD는 공급망 회복 탄력성을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평가 항목으로 반영하고엔비디아는 분기·반기 단위 공급업체 평가 결과를 물량 배분에 직접 반영한다.

송 교수는 파업이 생산 중단, 매출 감소 등 ‘보이는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지만 실제로 더 치명적인 것은 신뢰 약화, 투자 연기, 산업 생태계 충격 같은 ‘보이지 않는 비용’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보이지 않은 비용에는 ▷신뢰 자산의 소멸 ▷전환비용에 따른 영구적 시장 상실 ▷인공지능(AI) 반도체 패권 경쟁기의 기회비용 상실 ▷핵심 인재 이탈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 등이 핵심이다.

그는 “반도체 기술은 1~2년만 뒤처져도 경쟁력을 잃는다”면서 “엔비디아, TSMC, 인텔이 사활을 건 AI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에 내부 갈등 수습에 역량을 소모하는 것 자체가 막대한 기회비용”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파업은 1764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협력사로 구성된 산업 생태계 전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평택캠퍼스의 경우 생산라인 1개당 협력사 포함 약 3만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동 중단 시 대규모 고용 기반과 지역 상권에 직접적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

송 교수가 짚은 이번 갈등의 배경은 성과급 산정 기준의 불투명성과 정보 비대칭이다. 그는 노사가 파업이 모두의 손해임을 알면서도 서로의 정보를 숨기거나 과장하는 과정에서 비효율적 균형에 도달한다는 ‘힉스 패러독스’로 현재 상황을 묘사했다.

이에 따라 ▷성과보상 기준의 공개 ▷ROIC(투하자본이익률), TSR(총주주수익률), EVA(경제적 부가가치) 등 객관적 경영지표에 기반한 보상체계 정비 ▷이익 구간별 차등배분 ▷캡(상한), 플로어(하한), 클로백(환수) 메커니즘 도입 ▷외부 검증 및 중재 장치 도입 ▷파업 이전 조정 절차(쿨링오프) 제도화 등 6대 과제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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