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조 시장 두고 韓 ‘떡’ VS 日 ‘모찌’ 승부는 시작했다…‘혁신가’ 박경미의 승부수[미담:味談]

음식을 통해 세상을 봅니다. 안녕하세요. 맛있는 이야기 ‘미담(味談)’입니다. 인간이 불을 집어 든 날, 첫 셰프가 탄생했습니다. 100만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들은 음식에 문화를 담았습니다. 미식을 좇는 가장 오래된 예술가, 셰프들의 이야기입니다.


박경미 동병상련 대표. [본인 제공]


조선왕조궁중음식기능 이수자 박경미 동병상련 대표 인터뷰
세계 떡 시장 급성장, 2029년 78조원 추정
대중화 성공한 日 ‘모찌’, 세계시장 시작한 韓 ‘떡’
“韓 떡의 매력은 ‘다양성’, 셀 수 없을 종류로 세계 공략 가능”
‘혁신가’ 박경미, 글로벌 입맛에 맞춘 새로운 떡 패러다임 선보여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간식이 귀했던 시절, 떡만큼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해준 음식도 드물었다. 부엌에서는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손을 맞대고 떡을 빚는 풍경이 낯설지 않았다. 봄이면 논둑에서 캔 쑥으로 쑥개떡을 만들고, 비 오는 날이면 찹쌀가루를 반죽해 기름에 지진 뒤 설탕에 찍어 먹었다.

이제 떡은 한·중·일 동북아 국가의 전유물이 아닌 듯하다. 무려 78조원 규모로 급성장한 떡 시장에 전세계 미식계가 주목을 하고 있다. 일찍이 떡의 대명사로 자리를 잡은 일본의 모찌()를 넘어 한국 떡이 세계 시장에 승기를 잡을 수 있을까.

음력 2월 초하루 민가에서 노비일(奴婢日)이라 부르던 농사가 시작되던 날, 주인이 노비에게 빚어주던 송편이 있었다. 당시에는 그것을 ‘노비송편’이라 불렀다. 봄꽃 모양으로 빚은 박경미 대표의 송편. [동병산련 제공]


농림축산식품부가 2023년 발간한 ‘떡·한과류 세부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떡·한과의 수출 규모는 7000만 달러(2만551톤)로 2017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업계는 한국 문화가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으면서, 떡 수출액이 급성장세라고 분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최대 수출국이 같은 떡 문화권인 아시아가 아닌 미국이라는 사실이다. 미국으로의 수출액은 1857만 달러(6050톤)에 달한다. 이제 떡은 더 이상 지역적 음식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을 향한 가능성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데이터 브릿지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세계 떡 시장 규모는 333억 달러, 2029년에는 530억8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말 그대로 ‘황금 시장’이다.

전세계적으로 대중적인 디저트로 자리잡은 ‘모찌 아이스크림’. 일본의 모찌는 한국의 떡보다 먼저 세계시장에 진출에 대중적 디저트로 자리 잡았다. [Just One Cookbook 캡처]


다만,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일본이다. 미국의 시장분석 기업 마켓 데이터 포레케스트에 따르면, 일본 떡인 모찌의 세계시장 규모는 5억4048만 달러에 달하며, 2034년에는 14억7845만 달러로 연평균 11.93%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모찌는 아이스크림, 토핑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되며 북미와 유럽 등에서 대중화에 성공했다.

“떡의 세계화는 이제부터 시작…‘다양함’으로 모찌 압도한다”


동병상련의 인기 메뉴 ‘꿀떡’. 최근 외국에서는 꿀떡을 우유에 담가 시리얼처럼 먹는 방식이 유행을 타기도 했다. [동병상련 제공]


한국 떡을 대표하는 장인 중 한 명인 박경미 동병상련 대표는 한국의 떡이 일본의 모찌에 이어 세계 시장에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믿는다.

“한국 떡의 세계화는 이미 시작 단계라고 보고 있어요. 예전에는 떡의 식감이 싫다며, 뱉어 버렸던 서양인들이 이제는 먼저 떡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일본의 모찌가 세계에 잘 알려져 있고 굉장히 매력이 있는 음식이지만, 한 가지 아쉬운 건 종류가 떡에 비해 많지 않다는 거예요. 그에 반해 한국 떡의 저력이라면 그 종류가 엄청나게 넓다는 거죠. 아마 떡을 놓고만 본다면, 한국이 떡 문화권 나라 어느 곳보다 종류가 압도적으로 많을 거예요.

전통 디저트 중 고급스러운 걸 꼽는다면, ‘유자단지’를 빼놓을 수 없다. 유자와 밤, 대추, 석이버섯, 유자시럽 등이 들어간 이 음식은 향긋함과 달콤함은 우리가 몰랐던 한국 전통 디저트의 저력을 느끼게 만든다. [동병상련 제공]


박미경 대표는 떡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문턱을 낮춰 현지화 전략으로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했다. 그들에게 익숙한 형태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한국의 꿀떡을 우유에 말아 먹는 것이 큰 인기를 끌었어요. 꿀떡을 그들 방식인 시리얼로 재탄생한 거예요. 일본의 모찌 역시, 일본 현지 방식보다는 아이스크림 토핑이나 모찌 아이스크림 등 그들에게 친숙한 디저트 형식으로 문턱을 낮추며 인기를 끌었죠. 현지화로 문턱을 낮추는 거예요. 무작정 전통만을 들이민다고 성공하기는 어려울 수 있어요.”

‘개성주악’은 혼례에 빠져선 안 될 기쁜 날 먹는 떡이었다. 발효시킨 반죽을 튀켜 조청에 담그는 방식으로 만든다. 한국 떡의 매력이라면, 그 다양함에 있다. [동병상련 제공]


박경미 대표가 말했듯, 한국 떡의 가장 큰 매력은 그 종류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만드는 방식도 찌고, 치고, 지지고, 삶는 등 다양하다. 들어가는 재료도 셀 수가 없을 만큼 다채롭다. 쑥이나 진달래, 솔잎, 흑임자 등 다른 나라에서는 생소하게 볼 수 있는 재료도 떡의 재료로 쓰인다. 그만큼 선보일 맛이 무궁무진하다.

“한국 떡의 가장 큰 매력은 방대한 범위에 있어요. 한국인조차 잘 모르는 떡들이 굉장히 많아요. 이마저도 조선시대 떡에 비하면 그 수가 많이 줄어든 거예요. 왕실과 양반가를 중심으로 떡 문화가 발달한 덕분에 정말 많은 떡이 탄생했어요. 고려시대의 불교문화에 이어서 유교의 제례문화, 조리법의 다양화로 인해서 떡의 종류가 엄청나게 발달하게 되었어요. 가문마다 다른 떡이 있을 정도였으니깐요.”

“떡의 새로운 패러다임 바꾸고파”…혁신가 박경미의 꿈


박경미 동병상련 대표. 본인 제공


박경미 대표는 조선호텔 요리사인 아버지 밑에서 어릴 적부터 일찍이 미식과 가깝게 지냈다. 미술학도를 꿈꿀 때도 있었지만, 결국에는 요리계에 발을 들인다. 한국의집에서 한식을 시작해 (사)궁중음식연구원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식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떡의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1994년 국가중요무형문화제 조선왕조궁중음식 이수자로 지정됐다. 이후 독립해 1999년 이대 정문에 2.5평 작은 공간에 떡 가게 ‘동병상련’ 문을 열었다. 이후 한국의 떡 문화 계보를 이어가며, 장인으로 사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박경미 대표는 단순히 전통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트렌드를 이끌고 떡이 가야 할 길을 여는 혁신가다. 잊힌 과거의 떡을 연구해 재현하는 데도 혁혁한 공을 세웠을 뿐 아니라, 새로운 떡의 지평을 여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떡 케이크’의 형태를 처음 개발했으며, 현재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버터떡과 비슷한 ‘버터설기’를 2007년 내놓기도 했다. 시대를 너무 빨리 앞서갔던 탓인지 버터설기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런 시도를 끊이지 않았다는 데 큰 의미를 지닌다.

박경미 대표는 ‘떡의 혁신가’다. 전통에만 머무르지 않고, 떡의 미래를 그린다. ‘인절미’를 활용한 와플 형태의 디저트. [동병상련 제공]


최근에는 소금빵을 떡으로 만들었는데, 그 식감과 맛이 훌륭하다. 구운 떡이 가지고 있는 빵과 또 다른 구수함, 그리고 쫀득한 떡만의 매력이 버터향과 어울려 매력적이다. 두바이쫀득쿠키(두쫀쿠) 피를 마시멜로 대신 떡으로 만들어 보기도 했다. 마시멜로보다 질감 있는 식감을 느낄 수 있다. 피스타치오 카다이프와의 조화도 굉장히 좋다.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싶어요. 미식이라는 건 강물처럼 멈추지 않고 흐르는 거잖아요. 전통에만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해요. 물론 그 근간이 되는 전통을 잊어서는 안 되죠. 하지만 멈춰서는 결코 안 돼요. 조상들도 계속해 떡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것을 추구해 갔어요. 떡의 매력인 그 방대함 역시 새로운 시도 속에서 만들어진 거예요. 앞으로도 떡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보여주고 싶어요.”

‘절편’을 이용한 박경미 대표의 디저트 요리. [동병상련 제공]


떡은 더 이상 과거의 기억 속 음식이 아니다. 시대에 맞게 모습을 바꾸며, 여전히 우리의 삶 한가운데로 스며들고 있다. 손으로 빚던 따뜻한 기억에서 출발해, 이제는 세계의 식탁 위에 오르는 새로운 미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결국 떡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위해 만들고, 함께 나누는 음식이라는 것. 그 오래된 가치가 있기에, 떡의 미래는 여전히 앞으로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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