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강경파, 대미 협상 노선 두고 전례 없는 내분 양상”

협상파-강경파 간 공개 비방전
기밀 유출·레드라인 위반 공방
트럼프 “이란은 현재 붕괴 상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20일(현지시간) 미국이 위협하는 상황에서는 협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종전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했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미국과의 협상 방향을 둘러싼 이란 보수 강경 세력 내의 균열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격화하며 국가 핵심 권력층까지 번지고 있다.

오랫동안 혁명적 충성심 아래 단결했던 정파와 관영 매체들이 공개적으로 충돌하며 내분이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29일(현지시간) 반체제 매체 이란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이번 분열은 최근 이슬라마바드에서 대미 협상을 주도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 의장 측과 강경파인 사에드 잘릴리 국가안보회의 위원 측 간의 대립으로 표면화됐다.

지난 27일에는 잘릴리 진영 의원 7명을 포함한 27명의 국회의원이 갈리바프의 협상팀을 지지하는 서명에 거부하며 내분이 공론화됐다.

특히 협상단에 동행했던 마무드 나바비안 의원은 협상팀이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레드라인’을 위반하고 가이드라인에 어긋나는 핵 협상을 진행했다고 폭로했다.

잘릴리 위원 역시 모즈타바 하메네이에게 현재의 협상 행보가 본인의 지시인지 공개적으로 명확히 밝힐 것을 촉구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정파 간 갈등은 매체 간의 싸움으로도 번졌다. 혁명수비대 계열의 타스님 통신은 모든 제재 해제나 포괄적 휴전을 요구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취지의 사설을 게재했다가 강경파 매체인 라자 뉴스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았다.

타스님 통신은 해당 글을 삭제하면서도 라자 뉴스가 분열을 조장하고 국가 안보를 저해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보안 기관과 연결된 텔레그램 채널 ‘사베린 뉴스’는 강경파인 파이다리당을 향해 극단적 이탈자를 뜻하는 ‘카리지파’라는 용어까지 사용하며 “이스라엘과 미국에 유리한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이란 내부에서는 협상의 네거티브를 통제하기 위해 비밀주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아미르 호세인 사베티 의원 등 일부 강경파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핵 시설 위치나 비축량을 공개하지 않는 ‘핵 모호성’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은 현재 붕괴 상태에 있으며 지도부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 중”이라고 주장하며 압박을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측이 호르무즈 해협의 조속한 재개방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덧붙였으나, 이란 당국은 이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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