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는 종목만 오른다…칠천피의 그림자 ‘K자형 증시’

코스피 상승 종목보다 하락 종목 3배 많아
반도체株 쏠림 심화…피크아웃 파장 우려
외국인 순매수도 반도체·전기전자에 집중
지수는 사상 최고치, 체감은 오히려 약세장


코스피 지수가 7일 상승 출발해 장중 사상 처음 7500선을 돌파했다.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하락반전 하는 등 등락을 거듭했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로비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윤창빈 기자



코스피 지수가 장중 7500선까지 터치하며 유례없는 강세장을 보이고 있지만 증시의 양극화, ‘K-자형 증시’는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코스피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한 와중에도 하락 종목이 상승 종목의 3배 수준에 달할 정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주 중심의 감세장인 탓에 향후 이들 종목의 피크아웃(Peak out, 고점 후 하락)이 코스피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증시가 급등한 6일 기준 코스피 전체 948개 종목 가운데 상승 종목은 200개로 전체의 21.1%에 그쳤다. 반면 하락 종목은 679개로 71.6%에 달했다. 코스닥 역시 전체 1823개 종목 중 상승 종목은 426개(23.4%)에 불과했고 하락 종목은 1191개(65.3%)로 집계됐다.

코스피가 7500선을 돌파했음에도 상승 종목보다 하락 종목 수가 훨씬 많아 투자자 체감과 지수 흐름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오히려 체감 약세장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시가총액 1~3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SK스퀘어가 급등해 지수 강세를 주도했다”며 “코스피가 급등했음에도 상승 종목은 200개에 그친 반면 하락 종목은 679개에 달해 대형주 중심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증시와 비교하면 코스피의 쏠림 현상이 더 부각된다. 반도체 업종이 전 세계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국내 증시는 글로벌 주요국 중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코스피의 연초 이후 상승률은 지난 6일 기준 71.35%에 달한다.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높다.

미국 3대 지수인 나스닥은 연초 이후 9.00%, S&P500은 5.84%,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89%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14.82%, 대만 가권 지수는 40.17% 상승했지만 코스피 상승률에는 미치지 못했다.

6일에도 전 세계적으로 증시는 상승세를 보였지만, 대부분 1~2%대 상승세였다. 6.45%나 급등한 코스피와 격차가 크다. 그만큼 반도체 업종에 따라 코스피 지수 자체가 크게 널뛰는 셈이다. 역으로, 반도체 업종이 하락세에 돌입하면 급등세 만큼 급락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외국인 수급도 반도체와 전기·전자 업종에 집중되고 있다. 상당수 종목은 여전히 외국인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상태다.

외국인 투자자는 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134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4일부터 2거래일간 순매수 규모는 6조원을 넘어섰다. 이 중 2조원 이상이 SK하이닉스 한 종목에 집중됐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기대와 글로벌 반도체 업황 개선 전망이 맞물리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만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일 삼성증권이 인터랙티브브로커스(IBKR)와 협업해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관련 자금 유입 기대도 커지고 있다”며 “다만 외국인 매수세가 전기·전자와 대형주에 집중되며 시장 내 쏠림 현상은 오히려 더욱 부각됐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종을 제외한 시장 전반은 오히려 침체 국면이다. 6일 기준 바이오와 로봇, AI 소프트웨어, 소비재 종목을 중심으로 약세가 두드러졌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뷰노와 서희건설, 오가닉티코스메틱, 대성하이텍 등이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폴라리스AI와 티움바이오, 큐로셀, 하이젠알앤엠, 에이전트AI 등 AI·바이오·로봇 관련 중소형주도 큰 폭으로 밀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도 LG생활건강과 롯데쇼핑, 현대백화점, 한샘 등 소비재·내수주가 약세를 보였다. HD현대중공업과 HD한국조선해양, 한화엔진 등 일부 조선·기계 관련 종목들도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하락 마감했다. 이처럼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시장 내부의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은 코스피 전망 자체에는 낙관적이다. 이날 NH투자증권은 코스피 12개월 선행 목표치를 9000포인트로 상향했다. 국내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치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한투자증권(8600), 하나증권(8470), 삼성증권(8400) 등도 코스피가 8000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투자전략 총괄은 “코스피 목표치의 상향 근거는 자기자본비용(COE) 상승 대비 높은 주당순이익(EPS) 추정치 상승률, 평균 유가 상승에도 안정적인 근원물가에 대한 안도, 외국인 통합계좌 활성화에 따른 원/달러 환율 안정 등이 있다”며 “미래 모멘텀을 앞당겨 반영하는 주식의 특성상 빠른 이익 추정치 상향과 쏠림에 대한 불편함은 존재하지만, 이외 EPS 추정치의 추세를 변화시킬 만한 요인은 아직 발견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고물가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에 미국 장기 국채금리도 오르고 있다”며 “경기와 금리에 영향을 크게 받는 경기민감주와 중소형주로 강세장이 확산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스피 이익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이익 전망 상향 조정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현재 코스피는 반도체 업종 위주로만 펀더멘털 개선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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