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씨말릴 판결”…취객 퇴원시킨 의사 ‘금고형’, 면허박탈 위기에 의료계 반발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의료 관계자들이 응급실로 들어가고 있다.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사진 [연합]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응급실에서 술에 취한 환자를 퇴원시켰다가 뒤늦게 희귀 뇌경색이 확인돼 의료진이 금고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건을 두고 의료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형사3단독(강태규 부장판사)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A(46)씨와 B(37)씨에게 각각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건 발생 약 8년 만이다.

당시 응급의학과 전공의였던 이들은 2018년 6월 충남 천안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술에 취한 채 복통, 구토,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며 내원한 20대 환자에 대해 적절한 신경학적 검사를 하지 않고 퇴원시켜 영구 장애를 입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4년차 전공의였던 A씨는 환자가 반복적으로 구토와 어지럼증을 호소했음에도 신경학적 검사를 하지 않은 채 뇌 CT만 시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그는 관련 설명 없이 1년차 전공의 B씨에게 환자를 인계했고, B씨는 추가 검사 없이 육안으로만 환자를 관찰하다 응급실 도착 약 3시간 만에 퇴원시켰다.

환자는 퇴원 후 증상이 계속되자 다른 병원에서 MRI 검사를 받았고, 해당 연령대에서 드문 질환인 ‘척추동맥 박리에 의한 소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결국 신체 일부 마비 등 영구 장애가 남았다.

재판부는 “업무상 과실로 영구적 장애라는 중대한 결과가 초래돼 엄중한 책임을 지울 필요가 있다”며 “피해자를 방치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긴박하게 돌아가는 응급실 상황에서 정확한 의사전달이 이뤄지지 않아 생긴 문제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밝혔다.

대한응급의학회 “결과만으로 형사처벌”


판결 이후 의료계에서는 “적절한 응급 처치를 시행했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이 이뤄졌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응급의학회는 7일 성명을 내고 “당시 환자는 과음으로 인해 적절한 신경학적 검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으며, 진료 과정에서의 과실로 인해 질환이 초래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판결은 다음 세대 젊은 의사들이 응급의료와 필수의료, 지역 의료 종사를 기피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것”이라며 “주말과 휴일 없이 노력하는 응급의학과 의료진이 최선의 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항소심에서 의학적 사실과 사정을 고려한 올바른 판단이 내려지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한 상급종합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역시 “대한민국 응급실 씨를 말리는 판결”이라며 주취 환자를 24시간 관찰하라는 판단은 현재 응급실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편마비 같은 전형적인 증상도 없었고, 일반적인 소뇌경색 환자에서 없는 복통까지 호소하고 있었다. 이런 환자에게 처음부터 뇌경색을 의심하고 자세한 신경학적 검진을 하는 응급실 의사는 없다”며 “24시간 동안 퇴원시키지 말았어야 한다는데, 24시간 내내 주취자를 붙잡고 관찰할 인력과 침대가 대한민국 어디에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현행 의료법 제8조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유예기간 종료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의료인이 될 수 없어, 이들 역시 면허 유지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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