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육아 원치않아” 조부모 절반 손주돌봄 ‘관두고 싶다’…매일 6시간 육아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손자녀를 돌보고 있는 조부모 중 절반이 원치는 않지만 돌보고 있으며 ‘그만하고 싶다’는 이들 역시 절반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8일 발표한 ‘가족 내 손자녀 돌봄 현황과 정책방안 연구’ 보고서 중 ‘노인의 손자녀 돌봄 실태조사’에 따르면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의 절반 이상인 53.3%가 원하지 않지만 자녀의 사정 때문에 거절하지 못하는 비자발적 돌봄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이번 조사는 최근 6개월 간 주당 15시간 이상 만 10세 미만 손자녀를 돌본 경험이 있는 만 55∼74세 조부모 106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지난해 7월 28일부터 8월 18일까지 진행됐다.

상당수 조부모가 손자녀 돌봄을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 주된 요인은 건강 문제였다.

응답자 중 46.8%가 돌봄을 그만하고 싶다고 생각했으며, 여성(49.0%)이 남성(42.5%)에 비해 비중이 높았다. 손자녀가 0~1세일 경우 여성 노인 54.7%는 돌봄 중단을 고민했다.

손주 연령별 돌봄 중단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그 이유론 ‘손자녀를 돌보는 일이 힘에 부쳐서’가 46.7%로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

이밖에 ‘손자녀를 돌보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가 12.1%, ‘건강이 나빠져서’가 10.8%로 나타나 신체적·정신적 건강 문제가 중단 이유의 69.6%에 달했다.

매일 6시간…손주에 자녀, 배우자까지 ‘다중돌봄’ 부담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부모들의 평균 손자녀 돌봄시간은 평일 기준 4.6일, 하루 평균 6.04시간이었다. 주당 평균 돌봄 시간은 26.83시간에 달했다.

돌봄은 손자녀로 끝나지 않았다. 배우자 등 다른 가족 구성원도 함께 돌보는 ‘다중 돌봄’ 부담이 이어졌고, 이는 여성에게 더 과중됐다.

조부모 51.1%가 다중 돌봄 부담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이 중 여성의 응답률이 56.4%로 남성(40.1%)보다 더 높았다.

자녀들은 공적돌봄서비스를 이용하면서도 노동시간, 가족 돌봄 우선 가치관, 사교육 등을 이유로 부모인 할아버지·할머니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취학 전 아동이 공적 서비스 외에도 조부모의 돌봄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68.8%가 ‘부모의 퇴근 시간이 너무 늦어서’라고 응답했고 초등학생의 경우 ‘부모 퇴근 전까지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란 응답이 82.8%에 이르렀다.

건강은 나빠져도…‘그래도 내 손주’

손자녀 돌봄으로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손자녀 돌봄 이후 육체적 피로감이 증가했다는 응답은 73.7%였고 정신적 부담이나 스트레스가 증가했다는 응답은 60.4%로 나타났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질환이나 통증이 증가했다는 응답도 47.8%에 달했다.

다만 손자녀 돌봄이 가족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도 많았다.

응답자의 81.9%는 손자녀와의 관계가 좋아졌다고 답했고, 68.8%는 손자녀 부모와의 관계가 개선됐다고 응답했다.

손자녀 부모와의 관계가 좋아졌다는 응답은 남성(73.6%)이 여성(66.5%)보다 높았다.

마경희 선임연구위원은 “조부모 돌봄은 부모의 늦은 퇴근시간 대응 등 많은 가정에서 돌봄 공백을 보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조부모의 정서적 고립감이나 외로움 해소, 손자녀와의 관계 향상 등 가족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하면서 “하지만, 조부모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마 위원은 “아동 돌봄 공백을 메울 수 있는 해법으로 조부모 돌봄에 의존하기보다 부모가 모두 일하면서도 직접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노동시간 구조와 관행을 바꾸고 공적 돌봄의 질과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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