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중복상장 막히더니 PRS까지…기업 자금조달 숨통 조이나

회계기준원, IFRS에 해석 질의
2차례 회의 진행…9월 추가 논의
상반기 중 결론 무산


한국회계기준원[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기업들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돼 온 주가수익스와프(PRS)를 둘러싼 회계처리 불확실성이 장기화하고 있다. 유상증자와 중복상장 길이 막힌 가운데 보유 지분을 활용한 PRS 거래까지 부채 논란에 휩싸이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선택지가 좁아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투자은행(IB) 및 회계업계에 따르면 한국회계기준원은 PRS 회계처리와 관련해 국제회계기준(IFRS) 해석위원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회계기준원은 지난해 12월 IFRS 해석위에 PRS 회계처리 관련 해석을 공식 요청했고, 양 기관은 지난 1월과 4월 두 차례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IFRS 해석위는 해당 거래가 다른 국가에서도 널리 활용되는지 여부와 회계처리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한국회계기준원과 IFRS는 오는 9월 추가 논의를 할 예정으로 해석 방향은 이르면 10월 이후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회계기준원이 PRS 회계처리에 대한 공식 의견 회신 시점을 올해 상반기로 안내했던 점을 감안하면 결론 도출이 늦어지는 분위기다.

PRS는 기업이 보유한 상장 자회사 지분 등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거래다. 기업은 증권사 등 금융기관과 계약을 맺고 현금을 받는다. 대신 계약 기간 동안 수수료를 지급하고, 만기 때 주가가 떨어지면 손실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차익을 가져갈 수 있다. 상당수 PRS 거래는 만기 이후 기초자산이 된 주식을 다시 사올 수 있는 조항도 포함된다.

논란의 핵심은 PRS를 회계장부에 어떻게 반영할지다. 일부 기업들은 PRS를 통해 보유 주식을 넘기고 현금을 확보한 만큼 이를 자산 매각으로 처리해 왔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기업이 주가 하락 위험을 떠안고 나중에 주식을 다시 사올 수 있다면, 실제로는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린 것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경우 회계상 ‘매각’이 아니라 ‘부채’로 잡아야 한다는 논리다.

대기업들은 PRS를 자금 조달 방식으로 적극 활용해 왔다. 지난해 10월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지분 81.84%를 기초자산으로 2조원 규모의 PRS 계약을 체결했다. (주)SK는 지난해 SK이노베이션 신주를 대상으로 1조6000억원 규모의 PRS를 체결했고 올해도 SK바이오팜 지분을 대상으로 PRS를 발행해 1조원 넘는 자금을 조달했다. 업계에서는 2022년 1000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국내 PRS 시장 규모가 지난해 말 10조원까지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IB업계와 재계는 이번 논란이 길어지는 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유상증자에 대한 주주 반발이 커지고 정부가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대규모 자금 조달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PRS는 보유 지분을 활용하면서도 신용등급 부담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는 수단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PRS가 회계상 부채로 분류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기업 부채비율이 높아지고 재무구조가 나빠 보일 수 있어서다. 신용등급이나 투자자 평가에도 영향을 줄 개연성이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PRS 회계 처리 때문에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PRS를 발행하고 싶어도 불확실성이 높으니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있다”며 “PRS 계약 조건이 모두 다르고 과정에서 회계법인의 검토를 거치기 때문에 ‘숨은 부채’ 논란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부채 논란으로 다소 주춤했지만 각 기업별로 자금이 필요하다보니 PRS를 검토하는 곳은 여전히 많다”고 전했다.

한국회계기준원의 판단에 따라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PRS가 부채로 판단될 경우 기존에 이를 자본으로 인식해 온 기업들은 재무제표 수정, 감사, 신용등급 재검토 등의 부담을 안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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