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기기 3사, AI 특수에 수주잔고 40조 육박

美 DC·전력망 교체 수요 주문 급증
1위 효성重, 수주 잔고 20조원 넘어
HD현대일렉·LS일렉 17%·11% 증가
변압기 인도 최대 4년…공급난 지속


미국 송전망에 설치된 효성중공업 765kV 초고압변압기. [효성중공업 제공]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이 올해 초부터 대규모 수주를 이어가며 역대 최대 수준의 수주 잔고를 쌓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과 미국 전력망 교체 수요가 맞물리며 초고압 변압기·차단기 등 전력기기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국내 업체들은 북미 시장을 핵심 공급처로 삼고 관련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및 전력기기 3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효성중공업의 수주 잔고(건설부문 제외)는 20조1964억원으로 사상 처음 2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말 수주 잔고(15조2810억원)과 비교해 32% 늘어난 수준이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2월에는 미국 전력 시장에서 창사 이래 최대 수주 성과를 거둔 바 있다. 현지 유력 송전망 운영사와 약 7870억원 규모의 765킬로볼트(kV)급 초고압 변압기 등 전력기기 공급 계약을 따냈다. 이는 국내 전력기기 업계 단일 수출 기준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HD현대일렉트릭의 1분기 말 수주 잔고는 78억8800만달러(약 11조6000억원)로 지난해 말 대비 17.2% 증가했다. 특히 북미 수주 잔고만 54억5600만달러로 전체의 69.2%에 달했다. LS일렉트릭의 1분기 말 수주 잔고는 5조6425억원으로 전년 말 수주 잔고(5조154억원) 대비 11.1% 증가했다.


국내 전력기기의 3사의 합산 수주 잔고는 총 37조4000억원대에 달했다. 지난해 말 대비 8조원 가까이 늘어난 수준으로, 업계 안팎에선 현재의 수주 흐름을 이어가면 연내 4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배경에는 미국발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가 있다. AI 데이터센터 증설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미국 내 노후 전력망 교체와 제조업 리쇼어링(생산시설 국내 복귀) 정책까지 겹치며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미국 현지에서는 공급 부족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우드매켄지는 미국 전력기기 시장 규모가 지난해 200억달러 수준에서 오는 2030년 650억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에너지 전문매체 PV매거진도 최근 “전력 변압기 시장이 심각한 공급 제약에 직면해 전력망 확장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며 “주요 장비의 인도 기간은 최대 4년까지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국내 업체들은 급증하는 북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생산 능력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생산 능력 확대가 곧 수주와 실적 증가로 이어지는 상황이란 설명이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2020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변압기 공장을 인수, 현재 진행 중인 증설까지 총 3억달러(약 4500억원)를 투입했다. 이를 통해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미국 현지에서 765㎸급 초고압 변압기를 설계·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다.

HD현대일렉트릭도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생산법인에 약 2억달러를 투자해 내년 4월 완공을 목표로 제2공장을 건설 중이다. 해당 공장 설립을 계기로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50% 확대하는 한편, 미국 내 초고압 송전망 구축을 위해 수요가 늘고 있는 765kV급 초고압 변압기의 시험ㆍ생산 설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각사는 2분기 들어서도 활발한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이날 미국 빅테크 기업으로부터 7000만달러(한화 약 1050억원) 규모의 대형 데이터센터 배전기기 공급 계약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진공차단기(VCB) 등 데이터센터 필수 하이엔드 전력기기를 핵심 계통망에 공급할 예정이다.

고은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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