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명 송치, 7명 구속
코인·법인계좌 이용 수법 확인
![]() |
| 20일 박구락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 6계장이 브리핑을 진행하는 모습. 정주원 기자 |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국내 대포통장 유통조직과 중국 심천 기반 자금세탁 조직이 손잡고 1170억원 규모 범죄수익금을 세탁한 사실이 경찰 수사로 드러났다. 조직은 대포통장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직원을 중국 현지로 보내 범행에 가담시키고 지급정지된 계좌를 다시 쓰기 위해 피해자와 은행에 직접 연락하는 등 치밀한 ‘사후관리’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는 20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총 149명을 송치하고 이 가운데 7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핵심 조직원 27명에게는 범죄단체조직·활동 혐의도 적용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범죄수익 13억8000만원 상당을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국내 대포통장 유통조직 ‘ㄱ’은 2024년 3월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 조직을 꾸려 대포통장을 개설·모집한 뒤 다른 범죄조직에 공급했다. 이들이 공급한 계좌에 입금된 범죄수익금은 310억원 규모로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투자·리딩사기 피해금이었다. 중국 심천에 거점을 둔 자금세탁 조직 ‘ㄴ’은 별도로 860억원 상당을 세탁한 것으로 파악됐다.
두 조직은 처음에 단순 대포통장 거래 관계였다. 그러나 중국 조직이 국내 조직에 “통장만 공급하지 말고 실제 인력을 보내면 범죄수익 일부를 나눠주겠다”고 제안하면서 관계가 바뀌었다. 이후 ‘ㄱ’ 조직은 지난해 3월부터 하부 조직원을 중국 현지로 직접 보내 피싱과 자금세탁에 참여시켰다. 세탁액의 3~6%를 수수료로 나누는 구조였다. 경찰은 “1000만원을 세탁하면 국내 조직이 30만~60만원을 가져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 |
| 피의자들이 촬영한 5만원 권 돈다발의 모습. [서울경찰청 제공] |
총책 상당수가 20대였던 점도 특징이다. 국내 조직 총책 두 명은 각각 28세와 29세였고 모두 구속됐다. 중국 조직 측에서는 44세 총책과 22세 관리책이 검거됐다. 검거된 인원은 전원 한국인이었다.
조직은 유령법인을 세우고 허위 임대차계약서·세금계산서·물품공급계약서를 은행에 제출해 신규 계좌의 한도 제한을 해제했다. 내부에서는 은행을 돌며 대포통장을 만드는 과정을 ‘로드’라고 불렀다. 경찰은 실제 범행에 사용된 허위 계약서와 교육 자료를 공개했다.
중국 심천 조직은 대포계좌가 실제 사용 가능한지 확인하기 위해 후원회·협회·조합 등에 후원금 명목으로 1000원~1만원씩 소액 송금을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브리핑에서 조직의 ‘사후관리’ 방식도 공개했다. 조직원들은 대포통장이 피해 신고로 지급정지되면 은행과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해 해제를 시도했다. 경찰이 공개한 음성파일에는 조직원이 은행에 전화해 “정상적으로 거래하는 사업계좌”라고 주장하며 지급정지 해제를 문의하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은 “조직 입장에서는 공급한 계좌만 다시 사용 가능해져도 추가 범행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사에 대비한 대응 시나리오도 마련돼 있었다. 조직은 “대출을 받으려다 속아 계좌를 만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하도록 교육했고 실제 조사 과정에서 제출할 목적으로 가짜 텔레그램 대화방까지 사전에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자금세탁의 중심은 가상자산이었다. 전체 세탁 방식 가운데 테더(USDT) 코인 송금이 72%로 가장 많았고 상품권 거래 가장 방식이 19%, 기타 계좌이체가 9%였다. 경찰은 해외 거래소와 개인 지갑으로 넘어가면 추적이 어려워 코인을 이용한 세탁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
| 대포통장 개설 관련 유령법인 부동산 임대차 계약서의 모습. [서울경찰청 제공] |
이른바 ‘코인 송금 알바’도 대거 동원됐다. 검거된 피의자 149명 중 116명은 조직 핵심이 아니라 수수료를 받고 자신의 계좌로 자금을 받아 코인으로 바꿔 송금한 인원들이다. 가장 많이 이용된 송금책은 2개월 동안 36억원을 세탁하며 3000만원 이상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범행에는 총 80개 계좌가 이용됐으며 법인계좌 62개, 개인계좌 18개였다. 대포통장 한 개 가격은 1500만~2500만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었다.
경찰은 중국에 체류 중인 총책 김모 씨(왕회장)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와 여권 무효화 조치를 한 상태다. 다만 조직은 기존 심천 거점에서 광저우 일대로 이동한 정황만 확인된 상태로 정확한 소재는 계속 추적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 조직을 전부 일망타진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 들어온 조직원과 확보된 휴대전화 등을 단서로 수사를 확대했다”며 “검거되지 않은 나머지 조직원들도 끝까지 추적·검거할 계획”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