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과다 방출 막는 제형 기술이 핵심…안정적 방출 프로파일 확보 주력
위고비·젭바운드 주도 시장 판도 변화 예고…편의성 극대화로 정면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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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고비와 삭센다 등 비만치료제 [연합]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의 최대 격전지인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투여 주기’를 획기적으로 늘린 장기지속형 제형 개발에 일제히 뛰어들고 있다.
현재 시장을 과점 중인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나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 주사제형이 모두 주 1회 주사 제형인 만큼, 이를 ‘월 1회’로 늘려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는 구상이다.
국내 주요 전통 제약사들과 바이오 벤처들은 독자적인 약물전달시스템(DDS) 플랫폼을 앞세워 장기지속형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대웅제약은 국내 바이오 벤처 티온랩테라퓨틱스와 손잡고 월 1회 투여하는 세마글루타이드 기반 비만치료제 개발에 나다. 양사의 협력 대상은 티온랩의 독자 플랫폼 ‘큐젝트 스피어(Quject®Sphere)’와 대웅제약의 독자 플랫폼 ‘큐어(CURE®)’를 결합해 개발 중인 세마글루타이드 월 1회 장기지속형 주사제다.
큐젝트 스피어는 특화 조성물 배합에 의한 미립자 코팅을 통해 약물이 체내에 들어간 직후 일시에 과다 방출되는 ‘초기 방출 부작용(Initial Burst)’을 억제하는 데 강점을 가진다. 초기 과다 방출이 일어나면 환자가 심각한 구토나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렛 노즐(Inlet Nozzle) 공정을 통해 균일한 입자 크기의 마이크로스피어(미세 약물 입자)를 제조하는 대웅제약의 큐어 기술을 더했다. 입자 균질성을 높여 초기 급속 방출을 막은 이후에도 한 달 내내 편차 없이 은은하게 지속적인 방출 속도를 구현하는 공정 기술이다.
양사는 지난 4월 이미 국내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완료했으며 연내 첫 환자 투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이로써 경구제와 마이크로니들 패치에 이어 장기지속형 주사제까지 포트폴리오를 한층 확장하며, 다양한 투여 옵션을 아우르는 치료 전략을 완성하게 됐다.
대웅제약이 가세하면서 선발 주자들의 걸음도 빨라졌다. 유한양행은 바이오 벤처 인벤티지랩과 ‘IVL3021’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인벤티지랩의 독자적인 ‘드럭플루이딕(Microfluidics)’ 플랫폼을 적용한 이 물질은 초기 약물 과다 방출 없이 균일한 방출 프로파일을 확인했으며, 미니피그 동물실험에서 단 1회 투여만으로 42일 이상 안정적인 혈중 약물 농도를 유지하는 성과를 냈다. 유한양행이 향후 후기 임상과 글로벌 상업화를 전담하게 된다.
플랫폼 기술력을 바탕으로 독자 노선을 걷는 기업들의 기세도 매섭다. 펩트론은 자사의 약물 지속 방출 제어 플랫폼인 ‘스마트데포(SmartDepot)’ 기술을 접목한 월 1회 비만치료제 ‘PT403’의 글로벌 20여 개국 특허 출원을 마치고, 2030년 품목허가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펩트론은 일라이 릴리와 이중작용제 ‘PT404’에 대한 공동 연구도 병행하며 글로벌 기술수출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동국제약은 자체 개발한 마이크로스피어 기반 DDS 플랫폼인 ‘DK-LADS’를 활용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월 1회를 넘어 최대 3개월까지 지속 가능한 제형을 목표로 현재 비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2027년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세마글루타이드와 티르제파타이드 성분을 모두 검토하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여기에 JW중외제약은 중국 간앤리로부터 도입한 2주 1회 제형의 ‘GZR18’로 미국 FDA 임상 2상에 진입하는 등 투여 주기를 쪼개는 틈새 전략도 가동 중이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DDS(약물전달시스템) 플랫폼 기술에 주목하는 이유는 비만치료제 시장의 핵심 경쟁 축이 성분 개발에서 ‘투여 편의성’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연평균 30% 이상 성장해 2030년 최대 2000억달러(약 27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위고비나 젭바운드는 매주 주사를 맞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환자들의 장기 복약 순응도를 떨어뜨리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매주 맞아야 하는 주사를 연간 최대 52회에서 12회로 줄여주는 월 1회 제형 기술은 그 자체로 시장 판도를 뒤흔들고 새로운 조 단위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 등 오리지널 특허를 쥔 글로벌 제약사들 역시 시장 방어와 차세대 라인업 선점을 위해 장기지속형 기술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대웅제약이 이번 해외 판권 계약 금액을 전면 비공개 처리하고 공시 유보 기한을 특허 만료일인 2044년까지 설정한 고도의 보안 전략 역시 이러한 시장 맥락과 닿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성분 자체는 글로벌 빅파마가 선점했을지라도 이를 장기지속형으로 옷을 입히는 가공 기술은 한국 기업들이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다”며 “K-제약바이오의 정밀 제형 기술이 글로벌 비만 시장 재편의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