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번째 퇴직연금 사업자 출사표
DB·DC·IRP 1년 수수료 면제
IRP엔 수익률 연동형 수수료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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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움증권 제공] |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퇴직연금 시장의 47번째 사업자로 뒤늦게 진입한 키움증권이 ‘비대면 온라인’을 승부수로 내걸었다. 은행·보험과 기업 사용자를 중심으로 형성됐던 퇴직연금 시장이 실물이전 제도 시행과 투자형 상품 확대로 가입자 개인의 선택권이 커지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키움증권은 28일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달 1일 오전 7시 퇴직연금 사업을 공식 개시한다고 밝혔다. 키움증권은 이번 퇴직연금 사업을 두고 ‘최초의 비대면 온라인 기반 퇴직연금 사업자’를 표방했다. 회사 측은 2016년 신탁업 인가를 받은 뒤 퇴직연금 사업 진출을 준비해왔고, 2024년부터 본격적인 사업 준비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표영대 키움증권 연금플랫폼본부장 상무는 이날 “지금까지 퇴직연금 시장이 사업자인 금융기관과 사용자, 법인 위주의 시장이었다면 키움증권은 앞으로 가입자 중심, 비대면 온라인 중심의 시장으로 만들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후발 진입의 배경으로 퇴직연금 시장의 성격 변화를 들었다. 국내 퇴직연금 제도는 2005년 12월 도입된 뒤 20년 만에 적립금 50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키움증권은 2035년에는 퇴직연금 시장이 12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회사 측이 주목한 변화는 시장 규모 자체보다 자금의 이동 방향과 가입자의 선택권 확대다.
표 상무는 “초기 퇴직연금 시장은 키움증권의 사업 성격과 맞지 않는 시장이었다면, 이제는 변화를 통해 키움증권이 충분히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장으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과 은행에 있는 퇴직연금 적립금이 증권사로 머니무브가 일어나고 있다”며 “가입자 선택의 자유가 높아졌고 투자상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퇴직연금 업무의 온라인 전환도 진입 명분으로 제시됐다. 표 상무는 “기존에는 서류가 필요해서 지점을 방문하거나 대면해야 했던 것들이 여러 IT 기술로 지점 방문 없이도 관련 서류를 제출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다”며 “상품 투자 부분도 실시간이든 예금이든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구조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기존 영웅문S# 기반 주식 매매 경험을 퇴직연금에 이식한다는 계획이다. 퇴직연금 계좌에서도 기존 주식 거래와 유사한 환경에서 ETF를 매매할 수 있도록 하고, 적립 단계에서는 자동투자·적립투자, 인출 단계에서는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을 함께 고려한 통합 인출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이사는 “정보만 잘 제공된다면 투자자는 현명하다는 것이 키움증권의 기본 철학”이라며 “기존 HTS·MTS의 직관적인 매매 환경을 연금에 그대로 적용해 투자 경험이 풍부한 고객에게는 직접 운용의 편의를 제공하고, 연금 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에게는 AI PB 서비스를 통해 맞춤형 포트폴리오 자산 관리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가입자별 서비스도 투자 경험에 따라 달리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송수열 키움증권 연금컨설팅팀장은 “확정기여형(DC)에서 투자상품 비중이 2025년 기준 33%, 개인형 퇴직연금(IRP)에서는 43% 정도 된다”며 “어느 업권을 이용하든 투자상품 비중을 많이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송 팀장은 “적극적으로 투자 경험이 많은 고객을 위해 기존에 이용할 수 있던 매매 플랫폼 서비스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게 한다”며 “소극적으로 운용하는 고객을 위해서는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자동투자와 연계된 적립식 투자, 이자·배당 재투자 약정 등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투자에 어려움을 느끼는 고객에게는 AI를 활용한 투자 포트폴리오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다만 DB·DC형 퇴직연금 시장은 키움증권이 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IRP는 개인이 직접 금융사를 선택해 가입할 수 있지만, DB·DC형 퇴직연금은 회사가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 기존 시장에서는 은행·보험사와 대형 증권사들이 지점망과 법인영업 조직을 앞세워 기업을 확보해온 만큼, 지점이 없는 키움증권에는 기업 단위 계약 확보가 초기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은 이 부분을 비대면 프로세스와 기존 법인영업 조직 간 협업으로 보완하겠다는 방침이다. 표 상무는 “DB·DC 법인영업의 경우 기존에 키움증권이 법인영업을 하지 않는 회사가 아니다”라며 “기업금융, 구조화 운용, S&T 등 여러 분야에서 키움증권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퇴직연금에서도 DB·DC 법인영업 담당 인력을 영입해 조직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기존 대면 중심 법인영업 방식도 점진적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표 상무는 “다른 사업자들은 지점 영업망과 본사 조직을 키워 법인영업을 하고 있는데, 키움증권은 이런 시장을 변화시켜 나갈 예정”이라며 “기존 오프라인 대면영업과 관리 중심 프로세스를 조금씩 비대면 온라인으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가입자 요청을 기업 영업으로 연결하는 기능도 그 연장선에 있다. 표 상무는 “우리가 준비하는 것은 가입자들이 사업자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라며 “6월 1일부터 영웅문S#에서 IRP뿐만 아니라 회사의 DB·DC 퇴직연금도 키움증권에서 할 수 있도록 가입자가 요청하면 키움증권이 사업자로 참여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고객 관리 방식도 비대면 채널에 맞춰 설계한다. 표 상무는 “기존의 단순 알림톡을 넘어 고객이 궁금한 것을 바로 묻고 답할 수 있는 쌍방향 채널을 만들 계획”이라며 “지점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비대면에서 해야 하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고, 이것이 강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품 라인업은 기존 퇴직연금 가입자의 이전 장벽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다른 금융사에서 퇴직연금 계좌를 옮길 때 기존 상품을 매도하지 않고 이전할 수 있도록 원리금보장상품과 실적배당형 상품을 폭넓게 갖췄다는 설명이다.
송 팀장은 “상품은 크게 원리금보장상품과 원리금비보장상품, 즉 실적배당형 상품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며 “원리금보장상품은 타 사업자가 10년간 구축했던 협약 수준 이상으로 갖췄다”고 말했다. 이어 “실물이전 시 넘어오는 원리금보장상품이 많아 이에 대비했다”고 설명했다.
실적배당형 상품은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중심으로 구성했다. 송 팀장은 “펀드나 ETF는 실적배당형 적립금의 90~95% 비중을 차지한다”며 “퇴직연금 전용펀드 상품 위주로 라인업을 구성했고, ETF는 다른 사업자에서 가능한 모든 상품을 등록해 실시간 매매에 불편함이 없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외화상품도 차별화 요소로 제시했다. 키움증권은 퇴직연금에서 개인과 법인 고객 모두에게 외화상품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송 팀장은 “퇴직연금 감독규정상 외화상품도 투자 가능한 상품으로 분류된다”며 “외화 RP(환매조건부채권), 채권, ELS(주가연계증권) 발행 등을 순차적으로 준비하고 있으며, 외화 RP를 먼저 공급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수수료도 초기 시장 진입의 무기로 제시됐다. 키움증권은 DB·DC·IRP의 운용관리수수료와 자산관리수수료를 가입 후 1년간 조건 없이 면제한다. IRP 계좌에는 수익률 연동형 수수료 체계도 도입한다. 고객 수익률이 회사가 정한 기준 수익률에 미달할 경우 수수료를 면제하는 방식이다.
이승진 키움증권 연금전략팀장은 “초년도 DB·DC 수수료 면제를 결정했다”며 “사업 초기에는 법인 진입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법인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DB는 전 업권 최저 수준, DC는 증권업 평균 수준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IRP 수수료와 관련해 “IRP 계좌에 수익률 연동형 수수료를 도입한다”며 “기본 수수료는 있지만, 고객이 당사가 정한 기준 수익률에 미달하면 수수료를 면제한다”고 말했다. 이어 “IRP의 경우 온라인 채널만 운영하기 때문에 고객 수익률이 기준지표 이상일 때만 수수료를 수취하는 정책을 적용한다”고 덧붙였다.
키움증권은 첫해에는 공격적인 적립금 확대보다 사업 안정화에 무게를 두겠다고 밝혔다. 올해 적립금 목표는 5000억원 이내다. 장기 목표는 2035년 증권업권 내 시장점유율 10%, 적립금 순위 톱5다.
표 상무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순위 변화는 증권업 내에서는 많지 않지만, 전체 시장으로 보면 증권사들이 보험사보다 점점 더 위로 올라가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업 사업자들의 적립금 증가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경쟁력이 키움증권에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