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든 현장체험학습 교사 책임 확 줄인다…교사는 ‘반쪽짜리’ 반발[세상&]

학교안전법 개정…고의·중과실 없다면 책임면제
학급당 1명 보조인력 배치·민간 안전패키지 도입
교육부 “양질의 체험학습 통해 학생 미래 지원”
교원단체 “완전 면책 빠진 이중책임 구조 여전해”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TP타워에서 열린 ‘안전한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교육공동체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현장체험학습 도중 안전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인솔 교사에게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법적 책임이 면제된다. 교사의 ‘사법 리스크’를 덜어 위축된 체험학습을 정상화하겠다는 취지지만 교원단체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완전 면책’ 조항은 국민 정서를 이유로 제외돼 정책 실효성을 둘러싼 진통이 예상된다.

최교진 교육부장관은 2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브리핑룸에서 이 같은 내용의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최 장관은 “최근 안전사고 발생과 그 책임에 대한 부담감으로 일선 학교의 현장체험학습 운영이 축소됐다”며 “학생들의 교육 기회가 제한된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최교진 교육부장관은 2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브리핑룸에서 이 같은 내용의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 제공]

교육부, 교원 고의·중과실 아닌 경우 민·형사상 책임 면제 추진

교육부는 우선 교육활동 중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 교사의 면책 범위를 넓혔다. 교육부는 안전사고관리 지침을 현저하게 위반하는 수준 등의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경우에는 민사상 책임과 형법 제268조 업무상 과실을 포함한 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존 법안이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 면책된다고 포괄적으로 규정해 사법부 판단에 따라 교사 처벌이 엇갈렸던 현장의 불안감을 해소하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의·중과실은 일반적인 과실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 위반을 의미한다”며 “이러한 면책 규정과 조만간 하달될 경찰청의 수사 지침이 맞물리면 수사 초기 단계부터 교사들의 법적 부담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또 사고 발생 즉시 교육청 전담팀이 나서 사고 발생 시점부터 전담변호사를 지정해 법률상담부터 소송 대응까지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행정 업무 경감과 인력 지원 방안도 병행된다. 교사와 학생이 안심하고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보조인력 배치 기준을 기존 ‘학생 50명당 1명’에서 ‘학급당 1명’으로 확대한다.

또 민간업체가 숙식·차량 운영뿐만 아니라 안전관리까지 통합적으로 책임지는 ‘현장체험학습 꾸러미(패키지) 상품’ 확대를 지원해 교사는 교육활동과 학생 특이사항 관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19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교육을 철저히 해도 사고가 나면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사법적 공포를 즉각 해소해야 한다”면서 현장체험학습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교총 제공]

교원단체 “이중 책임구조 여전” 비판…교육부 “수용 불가”

하지만 교육계 안팎에서는 이번 대책을 두고 껍데기만 남은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동안 현장 교원단체들은 교사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구조 자체를 기관 책임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며 ‘완전 면책’을 강력히 주장해 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입장문을 통해 “전담팀 운영 및 보조인력 배치 등 일부 요구가 반영되기는 했지만, 현장의 불안감 해소와 요구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하고 아쉽다”고 이번 방안을 지적했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이번 대책은 학교 안전사고관리 지침을 지키면서 동시에 고의나 중과실이 없다는 것을 교사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이중 책임 구조”라며 “법이 개정된다 하더라도 지침 준수 여부나 과실 유무에 대한 실질적인 판단은 결국 수사기관과 법원 등 사법기관의 몫이라는 점에서 현재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측은 일부 교원단체의 완전 면책 요구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수용 불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 사망 등 사망에 준하는 중대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누군가 책임질 분들이 있을 수 있다”며 “모든 경우를 면책한다고 했을 때 국민과 학부모 입장에서 수용이 가능할지 고려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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