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17억불 줬다” 맹비난하던 트럼프, 200억불 내줄판…무슨 일?[디브리핑]

오바마, 이란과 맺은 핵 합의 두고 “17억불 현금 퍼줘” 비난하던 트럼프
이란과의 종전 합의에 동결자산 해제 요구 나와
240억달러 해제해줘야 할판…미국 내부 반발 확산

 

지난 2015년 5월 메릴랜드 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담이 끝난 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중동국 여러 정상들과 함께 이란 핵 협정에 대해 논의했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오바마는) 이란에 막대한 양의 현금을 주었고, 핵무기로 가는 명확하고 열린 길을 제공했다. (중략) 우리의 합의는 정반대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추진 소식이 전해진 후 국내 강경파로부터 ‘맹탕 합의’를 추진한다는 비판을 받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란과 어설픈 합의를 해, 이란에 핵 무기를 개발할 시간과 현금을 준 셈이 됐다고 비판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이 이 같은 비판을 고스란히 돌려받게 됐다. 오히려 오바마의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체결 당시보다 10배가 넘는 금액을 내줄 판이 됐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비판 “오바마가 이란에 현금 줬다”

트럼프 대통령을 위시한 대(對) 이란 강경파들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난 2015년 이란과 JCPOA를 체결할 때 합의의 대가로 막대한 현금을 줘, 이란에 핵 무기 개발 자금을 준 셈이 됐다고 비판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란에 17억달러(약 2조5000억원)를 현금으로 줬고, 합의 대가로 동결됐던 이란 자산이 해제된 것까지 합하면 총 지원금액은 1500억달러(약 225조원)에 이른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이 당시 이란에 17억달러를 줬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핵 협정의 대가로 지급한 것이 아니다. 이 사건은 1979년 이란에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기 전, 친미 성향의 팔레비 왕조가 미국에 지급한 4억달러(약 6000억원)에서 시작한다. 팔레비 왕조는 무기 구매를 위해 미국 신탁기금에 4억달러를 선납했으나, 이후 혁명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미국이 해당 무기 인도를 취소했다.

이에 이란은 선금으로 지급한 4억달러를 돌려달라며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재판소에 미국을 제소했다. 재판 시일이 다가오면서 오바마 행정부가 검토한 바에 따르면, 미국이 패소해 그 배상금이 최대 100억달러(약 15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에 오바마 행정부는 원금 4억달러에 30년간 쌓인 이자 13억달러(약 2조원)를 합쳐 총 17억달러를 이란에 주기로 합의했다.

이 17억달러는 비행기에 현금으로 실어 보내는 바람에 트럼프가 더욱 신랄하게 비판할 거리를 제공했다. 당시 이란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받아, 국제 금융망(SWIFT)에서 퇴출당한 상태라 계좌 이체가 불가능했다. 이에 미국은 스위스프랑과 유로화 등으로 환전한 현금 뭉치를 비행기에 실어 보낼 수밖에 없었다.

오바마 정부의 이란 지원 금액이 1500억달러에 이른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JCPOA로 제재가 풀리면서 이란이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된 금액을 1500억달러라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는 당시 전 세계에 묶여있던 해외 동결 자산의 최대 추정치다. 미국 재무부도 당시 이란이 실제로 가용할 수 있었던 금액은 500억달러(약 75조원) 수준이라고 확인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 25일(현지시간) JD 밴스 부통령과 함께 버지니아주(州)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종전 협상을 추진하면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체결했던 합의보다 더 나아가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UPI]

 

오바마보다 10배 많은 금액 내줄 트럼프…내부 비판 가중

오바마 전 대통령의 JCPOA를 난도질하다시피 하며 비판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그 합의 체결 10년 만에 오바마 전 대통령과 꼭 같은 위치에 서게 됐다. 어찌 보면 더 불리한, 정치적 판단의 근거를 대기 어려운 입장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에 내준 금액보다 10배 넘는 액수를 내어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6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오바마 시절의 핵 합의 때 이란이 받았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이란에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시절에는 20억달러 미만(17억달러)이었지만, 이번에 이란의 요구대로 동결 자산을 해제하면 이란에 최대 200억달러(약 30조원)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같은 날 이란이 이번 협상에서 ▷금융 제재 완화 확보와 ▷트럼프의 승리로 비춰지지 않을 정도로 핵 프로그램은 양보하지 않는 것 등 두 가지의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중 금융 제재 완화에 대해 해외에 동결된 1000억달러(약 150조원) 규모의 자산 중 240억달러(약 36조원) 상당의 동결 해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협상을 이끄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지난 25일과 26일 이틀 동안 카타르를 방문해 협상 초기 단계에서 240억달러 중 절반가량을 우선 돌려받는 안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미국과 이란이 실무진 단계에서 합의했다는 종전 양해각서(MOU)에는 120억달러 상당의 동결자산 해제와 관련한 내용이 있다고 전해진다.

미국 공화당 내 강경파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중인 협상이 그간 비판해왔던 오바마 행정부의 협상과 다를 바 없다며 비판하고 있다. 전쟁 목표였던 이란 핵 무기 개발 저지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란 당면 과제에 밀려 후순위 협상안이 됐고, 이에 이란의 핵 무기 개발 야욕을 꺾기 어려운 상황으로 돌아갔다는게 비판의 요지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은 SNS에 “이란은 이제 수십억 달러를 받고, 우라늄을 농축하고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게 됐으며, 호르무즈 해협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중략) 그러한 결과는 재앙적인 실수가 될 것이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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