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한 승차감 여전…코너링은 아쉬움
글레오 경험 새롭지만 기능 제한적
시승 연비 11.1㎞/ℓ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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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8일 본지 기자가 서울 강동구에서 강원 춘천까지 약 70㎞ 구간에서 더 뉴 그랜저 2.5 가솔린 캘리그래피 모델을 시승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그랜저는 오랫동안 ‘성공의 상징’으로 불렸다. 여전히 고급 세단을 대표하는 이름이자, 국내 소비자에게 가장 익숙한 플래그십 세단이다.
1986년 첫 출시 후 40년의 세월을 거쳐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로 진화한 그랜저는 기존의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미래차로서의 면보를 세련되게 갖췄다. 과거의 그랜저가 크기와 안락함, 정숙성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면. 이번에는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AI), 차량 내 경험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 28일 서울 강동구에서 강원 춘천 일대까지 왕복 약 70㎞ 구간에서 더 뉴 그랜저 2.5 가솔린 캘리그래피 모델을 시승했다. 시승차 가격은 약 53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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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가 더 뉴 그랜저 2.5 가솔린 캘리그래피 모델을 시승하며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와 생성형 AI 비서 ‘글레오 AI’를 체험하고 있다. 정경수 기자 |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실내에서 찾을 수 있다. 17인치 대화면 디스플레이는 기존 세단보다 확실히 넓고 시원했다. 화면은 3분할이 가능했고, 앱 2개를 동시에 띄워 사용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을 보면서 미디어 앱이나 차량 설정을 함께 확인하는 방식이다.
핵심은 현대차가 처음 적용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와 생성형 AI 비서 ‘글레오 AI’다. 운전 중 “글레오, 조수석 사이드미러 조정해줘”, “에어컨 온도 낮춰줘”처럼 말하면 차량이 명령을 인식하고 기능을 제어한다. 단순한 음성명령을 넘어 맥락을 이해하려는 시도도 엿보였다. “창문 열어줘”라고 말하면 운전석 창문을 열고, 동승석에서 “나도”라고 말하면 조수석 창문을 여는 방식의 제어가 가능했다.
동승자와 대화하다 생긴 궁금증에도 곧바로 답했다. “글레오,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은 누구야?”라고 묻자 “이재명 대통령입니다”라고 답했고, “현재 가는 목적지에 대해 설명해줘”라는 요청에는 예상 소요 시간과 도착지에 대한 간략한 정보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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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레오스 커넥트’의 내비게이션과 블루투스 오디오가 앱 화면에서 동시에 실행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
다만, 모든 기능이 기대만큼 즉각적이거나 완전하게 작동한 것은 아니었다. “뒷유리 블라인드 열어줘”라고 말하자 해당 옵션을 찾지 못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일부 차량 제어나 주행보조 기능은 안전성과 법규 검토 등의 이유로 아직 지원되지 않는 상태다.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도 아직은 개선 여지가 있었다. 흔히 열선시트를 뜻하는 표현인 “엉뜨를 켜줘”라고 말하자, 해당 기능을 찾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응답 속도도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질문을 던진 뒤 답변까지 약간의 시간이 걸렸고, 때로는 기능이 바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느낌도 있었다. 현대차 개발진인 이장선 책임연구원은 “응답성은 중요한 부분인 만큼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글레오 AI가 보여준 방향성은 뚜렷했다. 차량 안에서 스마트폰을 열지 않고도 검색과 제어, 콘텐츠 접근을 한 화면에서 처리하려는 시도다. 특히 운전 중 긴 텍스트를 보여주기보다 짧은 음성 답변 중심으로 설계한 점은 안전성을 고려한 선택으로 보였다. 실제 주행 중 시선을 오래 빼앗기지 않도록 화면을 보면 정면을 보라는 안내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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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8일 본지 기자가 서울 강동구에서 강원 춘천까지 약 70㎞ 구간에서 더 뉴 그랜저 2.5 가솔린 캘리그래피 모델을 시승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
승차감은 부드럽다. 브레이크 감각은 예민하지 않고 자연스러웠고, 공조 장치의 작동감도 고급스럽게 다듬어졌다. 통풍시트는 단순히 바람이 나오는 수준이 아니라 차갑게 식혀주는 ‘쿨링’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장시간 주행에서 체감 만족도가 큰 부분이다.
주행 안정성도 만족스럽다. 현대차는 더 뉴 그랜저에 서스펜션 하드웨어를 새로 조율하고, 기존 20인치 휠 중심이던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적용 범위를 19인치까지 넓혔다. 실제 고속도로에서는 차체가 비교적 차분하게 움직였다.
다만 코너링에서 차체를 단단하게 잡아주는 느낌은 기대보다 약했다. 급격한 움직임에서는 여전히 큰 세단 특유의 흔들림이 남아 있었다. 안락함을 우선한 세팅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역동성보다는 편안함에 초점이 맞춰진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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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뉴 그랜저의 슬림형 운전자 정보창 모습. 현대차는 기존 계기판을 대신해 스티어링휠 위쪽에 별도 정보창을 배치했으며, 이를 위해 더블 D컷 스티어링휠을 적용했다. 정경수 기자 |
실내 구성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기존 계기판이 사라진 자리에 스티어링휠 위쪽으로 별도의 슬림형 운전자 정보창이 배치됐다. 속도와 변속단 등 주요 정보를 보여주는 역할이다. 이 때문에 스티어링휠도 상·하단이 살짝 납작한 더블 D컷 형태로 바뀌었다.
황철호 현대차 책임연구원은 “기존 원형 스티어링휠을 적용할 경우 슬림 정보창이 가려질 수 있어 더블 D컷 스티어링휠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헤드업디스플레이(HUD)가 선명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만큼, 굳이 별도 정보창이 필요했는지는 의문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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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뉴 그랜저의 뒷유리 전동 블라인드가 작동하는 모습. 버튼 조작으로 블라인드를 열고 닫아 뒷좌석 탑승객의 눈부심을 줄일 수 있다. 정경수 기자 |
뒷좌석 편의성은 분명 강점이다. 더 뉴 그랜저는 하이브리드 모델 기준 2열 리클라이닝 시트와 통풍 시트를 적용했다. ‘운전자를 위한 차’이면서 동시에 ‘탑승객을 위한 차’라는 그랜저의 성격이 더 뚜렷해졌다.
스마트 비전 루프는 기계식 블라인드 없이 투명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개방감을 키웠다. 여름철 열감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 하정연 현대차 연구원은 “스마트 비전 루프는 PDLC 필름을 켠 상태에서 기존 파노라마 루프의 롤 블라인드를 닫았을 때와 최대한 동등한 수준의 냉방 성능과 열감을 확보하도록 테스트를 진행했다”며 “머리 부위에서 측정했을 때도 동등한 수준의 성능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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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8일 본지 기자가 서울 강동구에서 강원 춘천까지 약 70㎞ 구간에서 시승한 더 뉴 그랜저 2.5 가솔린 캘리그래피 모델. [현대자동차 제공] |
시승 후 기록된 연비는 11.1㎞/ℓ였다. 가솔린 2.5 모델이라는 점과 고속도로·도심이 섞인 시승 조건을 고려하면 무난한 수준이다. 다만 효율을 중시하는 소비자라면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 하이브리드 모델 쪽에 더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더 뉴 그랜저는 완전히 새로운 차라기보다, 그랜저라는 익숙한 이름 위에 현대차의 다음 방향을 얹은 차에 가까웠다. 주행감은 여전히 안락하고, 실내는 더 고급스러워졌으며, 소프트웨어 경험은 확실히 전면으로 올라왔다.
글레오 AI는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았지만, 차 안에서 말로 기능을 제어하고 정보를 얻는 경험은 그랜저의 이미지를 한 단계 바꾸기에 충분했다.
‘성공의 상징’이라는 오래된 수식어는 그대로지만, 그 의미는 조금 달라졌다. 이제 그랜저는 고급스러운 승차감뿐 아니라 차 안에서 누리는 디지털 경험까지 앞세우는 세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