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그릴라 대화, 韓 전략적 가치 부각 성과”

한미간 대형 합의·성명 등 불발에도
美대표단 방한 앞두고 ‘빌드업’ 수순
“방산·조선 등 협상 자산 몸값 높여”


지난달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3차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안규백(왼쪽) 국방부장관과 피트 헤그세스(가운데) 미 전쟁부 장관,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대신이 만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국방) 장관이 한국의 실용주의 외교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데에 사의를 표하고, 미 의원들과의 면담에선 핵추진잠수함·조선 협력에 지지를 요청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아시아 안보회의)가 폐막한 가운데 한미 간 공식 회담은 없었지만 금주 미 대표단 방한을 앞두고 한국의 방위산업 등 협상자산을 부각하는 성과가 있었다는 평이 나온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1일 “안 장관의 이번 방문 성과는 대형 합의나 공동성명이 없었음에도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끌어올렸다는 데 있다”며 “미국이 동맹국에 실질적 기여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번 주 협상을 통해 한국의 방산·조선·MRO(유지·보수·정비) 등 구체적 안보 의제를 조율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미 양국은 2~3일 서울에서 한미정상회담 공동설명자료(JFS) 안보 분야 후속조치 협의를 위한 발족(킥오프)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 측에서는 박윤주 외교부 1차관과 청와대 국가안보실, 외교부, 국방부, 기후에너지부, 과기정통부, 산업통상부 등 범정부 대표단이 참석하며, 미측에서는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을 중심으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무부, 에너지부, 전쟁부 등 대표단이 방한한다.

샹그릴라 대화에서 헤그세스 장관이 한국의 국방 기여와 역량을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은 미국이 한국을 단순한 안보 수혜국이 아니라 더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핵심 동맹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러한 흐름은 미 대표단 방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 연구원은 “핵추진잠수함 문제는 단순한 무기체계 획득이 아니라 핵연료, 원자로 안전, 비확산 검증, 운용 개념, 한미 기술협력과 연결되는 전략적 사안”이라며 “향후 핵잠과 관련해 한국은 자주국방뿐 아니라 ‘한미동맹의 해양 억제력 강화와 인도·태평양 안정 기여’라는 관점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안 장관은 미 상하원 의원들과 면담 결과에 대해선 “2020년 한미 양국이 94%의 전작권 전환 조건이 충족됐다는 것을 합의한 내용을 비롯해 우리의 능력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며 전작권 전환, 핵잠, 조선·MRO 협력 등에 대한 미 의회의 지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편 헤그세스 장관은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안 장관과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과 함께 나란히 선 사진을 공개했다. 샹그릴라 대화 계기에 만난 세 사람은 약 5분간 환담 뒤 기념촬영에 나섰다.

시간 제약상 구체적인 논의와 공식 회담 등은 없었으나 한미일 3국 간 안보 협력 의지를 강조하고자 일정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한미 국방장관은 샹그릴라 대화 계기에 양자 회담을 해왔지만 올해는 안 장관이 지난달 미국을 방문해 헤그세스 장관과 만난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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