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 주민 제보에 주민센터·선관위 해명
“수작업 오류” vs “20장 중복은 희박”
![]() |
| 서울 은평구 증산동에 거주하는 박모(46) 씨 집에 배송된 선거공보물. 특정 교육감 후보의 공보물만 담겨있다. [독자 제공] |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서울 은평구의 한 유권자가 사전투표를 앞두고 받은 선거공보 봉투에서 특정 후보 공보물만 수십 장 발견됐다고 주장하며 공보물 배부 과정의 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주민센터와 해당 지역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수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단순 오류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유권자들은 검수·대응 체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은평구 증산동에 거주하는 박모(46) 씨는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달 29일 오전 투표 전 후보 이름을 확인하려고 선거공보 봉투를 열었다가 서울시 교육감 후보 중 한 후보의 공보물만 약 20장 들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박씨는 “봉투를 열기 전부터 두꺼운 책 한 권이 들어있는 느낌이었다”며 “일반 공보물과 달리 봉투가 빵빵하고 위쪽 두께가 일정하게 꽉 차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곧바로 사전투표가 열리는 인근 주민센터를 찾아 상황을 설명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선관위가 보낸 공보물을 센터 직원들이 후보별로 추려서 수작업으로 발송 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주민센터 측은 “작업 과정상 이런 일은 발생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말을 반복했다. 박씨는 “두 장 정도 중복되거나 빠질 수는 있어도 특정 후보 것만 20장씩 들어가는 건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누군가 장난을 친 건지 검증 과정은 없는 건지 의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센터 관계자는) 죄송하다는 말은 반복했지만 사진 공유나 원인 파악은 소극적이었다”며 “단순 민원이 아니라 선거 신뢰와 관련된 문제인데 민원인을 달래는 느낌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결국 직접 촬영한 사진을 주민센터 측에 전달했다고 했다.
실제 공보물 제작은 대부분 주민센터에서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해당 주민센터에 따르면 공보물 작업은 약 70명이 14개 조로 나눠 진행했으며 후보별 공보물을 순서대로 한 장씩 집어 최종 봉투에 넣는 방식이다.
![]() |
| 2일 오전 6시30분께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우편함에 지방선거 공보물이 꽂혀 있다. 이준영 수습기자 |
주민센터 측은 ‘단순 오류’라는 입장이다. 센터 관계자는 “완성된 공보물 묶음과 후보 공보물 뭉치가 작업 과정에서 섞여 봉투에 들어갔을 가능성을 추정하고 있다”며 “100% 수작업인 만큼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동일 제보는 현재까지 한 건뿐”이라며 “의도가 있었다면 여러 가구에서 같은 사례가 나왔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주민센터는 해당 사례를 선거가 끝난 이후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이런 제보가 있었다’는 취지로 보고할 예정이라고 박씨에게 밝혔다. 즉각적인 보고나 조사는 따로 없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특정 후보 공보물이 여러 장 들어가거나 빠졌다는 보고는 없었다”며 “사람이 하는 작업이다 보니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앞으로 더 주의해서 살피겠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또 공보물 제작이 ‘기차형’ 수작업 구조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후보별 담당자가 순서대로 공보물을 넘겨 한 세트를 완성한 뒤 마지막에 봉투에 담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해당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안타깝다”면서도 “여러 사람이 함께 작업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오류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선거 실무 경험자들은 동일 후보 공보물이 수십 장 한 봉투에 들어가는 상황은 드문 일이라고 봤다. 이번 지방선거 세종지역 시의원 선거사무실 회계책임자로 일하며 공보물 제출 작업에 참여했던 이모 씨는 “후보마다 공보물과 벽보 제출량이 정해져 있어 딱 맞게 세어서 제출한다”며 “선관위 출입도 신분증을 제출하고 들어가는 식으로 통제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는 생길 수 있겠지만 우편 작업을 해봤을 때 20장이 한꺼번에 중복으로 들어가는 일은 매우 희박하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유사 사례를 주장하는 게시물이 이어졌다. “같은 후보 공보물이 5장 들어 있었다”, “한 후보 공보물만 2장 중복됐다”, “서울시장 정원오 후보 공보물만 16장 들어 있었다”는 등의 반응들이 이어졌다.
![]() |
| 2일 오전 7시10분께 서울 은평구 D 아파트 분리수거함에 한 가구의 공보물 우편이 뜯기지도 않은 채 버려져 있다. 이준영 수습기자 |
전문가들은 공보물 오류를 곧바로 부정선거나 조직적 의도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면서도 전달 방식 자체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재경 국민총행복정책연구소 소장은 “요즘 우편 공보물을 실제로 꼼꼼히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 비용만 들고 효율은 떨어지는 방식”이라며 “이메일이나 휴대전화 기반 온라인 공보 시스템이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공보물만 보고 투표소에 가는 유권자도 있기 때문에 특정 후보 공보물만 받는 상황은 판단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정치 양극화가 심한 상황에서는 공보 작업 실수조차 선관위 문제나 정치적 의도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