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녹십자·메디엔진과 연쇄 계약…삼성바이오와 송도에 ‘게이트웨이 랩스’ 구축
단순 위탁생산 기지 탈피…혁신 신약 후보물질·R&D 역량 결집하는 생태계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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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라이릴리. [AP]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세계 비만·대사질환 치료제 시장의 절대 강자인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 릴리가 대한민국을 아시아 시장의 핵심 R&D(연구개발) 거점으로 낙점하고 전방위적인 투자와 메가 딜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
정부와의 투자 약속을 시작으로 전통 제약사, 바이오벤처,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을 망라한 릴리의 연쇄적 파트너십 행보는 한국 바이오산업이 글로벌 신약 개발의 주류 무대로 완벽히 진입했음을 증명하고 있다.
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릴리는 올해 상반기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 단위 기술수출과 지분 인수, 오픈 이노베이션 공동개발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성사시켰다.
포문은 정부와의 전략적 협력이 열었다. 릴리는 지난 3월 9일 보건복지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올해부터 향후 5년간 국내 바이오 생태계에 총 5억달러(약 7400억원) 규모의 대형 투자를 단행하기로 선언했다. 국내 임상시험 유치 확대와 사회공헌은 물론, 릴리의 선진 바이오벤처 인큐베이팅 플랫폼을 국내에 이식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골자다.
이 투자의 핵심 실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전격적인 연대로 구체화됐다. 릴리는 지난 3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협력해 오는 2027년 7월 준공을 목표로 인천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 내에 ‘릴리 게이트웨이 랩스(LGL)’를 설립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릴리가 해외 현지 기업과 협력해 인큐베이팅 거점을 구축하는 것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처음이다.
LGL 한국 거점은 미국과 중국에 이은 두 번째 미국 외 거점으로, 향후 초기 단계(시드·시리즈A)의 유망 바이오 스타트업을 최대 30개사까지 수용해 연구개발을 직접 지원한다. 릴리는 독보적인 R&D 인프라와 멘토링을 제공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CDMO 역량을 바탕으로 입주사를 전방위 지원하는 구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와 별개로 250억원 규모의 산업육성기금도 추가 조성하기로 했다.
릴리의 파트너십 공세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핵심 파이프라인 확보로 직결됐다. 한미약품은 지난 1일 릴리와 희귀질환(단장증후군) 치료제 후보물질 ‘소네페글루타이드’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확정 선급금 7500만달러(약 1129억원)를 포함해 단계별 마일스톤 달성 시 총계약 규모는 최대 12억 6000만달러(약 1조9000억원)에 달하는 메가 딜이다.
앞서 지난 5월에는 GC녹십자의 미국 관계사 ‘큐레보’를 최대 15억달러(약 2조2500억원) 규모에 통째로 인수하기로 합의하며 차세대 대상포진 백신 후보물질의 글로벌 권리를 전격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GC녹십자가 보유했던 지분 양도 대금만 약 4599억원에 달한다.
릴리는 지난해 12월 바이오벤처 메디엔진과 오픈 이노베이션 계약을 맺고 메디엔진이 보유한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을 임상 단계까지 공동 개발하기로 했으며, 지난해 2월 약 9117억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던 올릭스와의 MASH(대사이상관련지방간염) 및 비만 치료제 협력도 올해까지 굳건하게 이어가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해 11월 릴리와 IGF1R 기반 혈뇌장벽(BBB) 플랫폼 ‘그랩바디-B(Grabody-B)’ 기술이전 및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총계약 규모는 26억200만달러(약 3조8072억원)이며, 에이비엘바이오는 선급금 4000만달러와 지분투자금 1500만달러를 포함해 약 805억원을 수령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시가총액 최상위권인 릴리가 이토록 한국 시장에 자금을 쏟아붓는 이유에 대해 한국 바이오 생태계의 ‘기술적 성숙도’를 꼽는다. 과거 한국이 단순 세포주를 위탁 생산하는 ‘제조 기지’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비만, 대사질환, 희귀질환 분야에서 차별화된 혁신 신약(First-in-Class) 후보물질과 플랫폼을 자체 공급할 수 있는 핵심 R&D 거점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릴리가 한국 정부, 대기업, 벤처를 잇는 촘촘한 투자망을 가동한 것은 K-바이오의 R&D 신뢰도가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송도 릴리 게이트웨이 랩스를 통해 배출될 국내 스타트업들이 향후 글로벌 빅파마와의 후속 대형 딜을 주도하는 선순환 생태계가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