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개표소 봉쇄 사흘째…2030 중심 “재선거” 외치며 정치색 빼기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발단
6일 밤 3만여명서 7일 낮 3천여명으로
“재선거 외 정치 구호 금지” 자체 지침
성조기·정당 개입 등과는 ‘거리두기’


6·3 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7일로 사흘째 이어졌다. 특별한 주최자 없이 모인 시민들은 20·30대를 주축으로 “재선거”를 외치면서도, 특정 정치 진영의 색채를 걷어내고 ‘참정권 수호’라는 명분에 집중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시위는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모자라는 일이 불거진 뒤 시작됐다. 봉쇄됐던 투표함이 인근 개표소인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으로 옮겨진 5일 오전 10시께부터 시민들이 자리를 지키며 2박3일째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개표를 마친 투표함 380여개와 투표지 분류기·계수기 등 선거관리위원회 물품은 시위대가 8개 출입구를 막아서면서 인근 선관위로 옮기지 못한 채 경기장 안에 남아 있다.

규모는 밤사이 크게 출렁였다.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6일 오후 10시께 3만여명까지 불었던 인파는 7일 낮 12시 기준 3천여명 수준으로 줄었다. 다만 인근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대형 콘서트가 함께 열려,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가 집계한 공원 전체 인구(낮 12시 기준 1만2000~1만4000명)에는 시위 참가자와 공연 관람객이 뒤섞여 있다.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매표소 부스에 재선거를 요구하는 문구 등이 적힌 종이가 붙어있다. [연합]


현장에서 두드러진 건 ‘정치색 빼기’였다. 참가자들은 곳곳에 “재선거 외 정치 구호 금지”라고 적은 대자보를 붙이고, 태극기 외 다른 깃발이나 미리 인쇄된 현수막 사용을 자제했다. “태극기만 흔들어주세요” “끝까지 평화를 지켜주세요” 같은 문구도 나붙었다. 마이크를 잡은 한 참가자는 “우리가 언급할 수 있는 문구는 민주주의와 재선거밖에 없다”고 했고, 또 다른 참가자는 “참정권을 되찾기 위한 운동”이라며 “시위의 순수성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일부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집회가 기존의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는 다르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미국 성조기를 둘러싼 신경전도 있었다. 시위 물품을 태극기로 한정하자는 지침이 돌면서, 올림픽공원역 일대에서 성조기를 팔던 상인을 한 청년 참가자가 “여기는 광화문이 아니다”라며 제지하는 장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왔다. 반면 성조기를 든 일부 참가자는 “분위기가 이상해졌다”며 반발했다.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와 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초반 마이크를 잡았던 집회는 점차 청년층 중심으로 양상이 바뀌었고, 새벽 현장을 찾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를 향해선 일부 참가자가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현장은 대체로 평온했다. 경찰은 기동대 6개 중대 350여명을 배치했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강제 해산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8일 새벽이나 출근 시간대 강제 해산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참가자들은 밤샘 대비에 나섰다.

개표소 안에 고립됐던 것으로 알려진 선관위 직원 20∼30명은 6일 새벽 사이 경기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되나, 선관위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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