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폭 조절했지만 전세는 급등…공급 속도 높이기 과제 [이재명 정부 1년]

네차례 대책, 수요억제·공급확대 총동원
다주택자·임대사업자 등 전방위 압박
李 대통령, SNS 통해 직접 여론전
보유세 강화 등 세제 개편 촉각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이재명 정부의 지난 1년 부동산 정책은 ‘수요 억제’와 ‘실거주 중심 재편’으로 요약된다.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대출 규제 등을 내놓으며 집값 상승세 차단에 나섰고, 이재명 대통령도 여론전에 뛰어들며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이 같은 파상공세에 서울 핵심지 집값이 꺾이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지만, 임대차 시장 불안은 오히려 심화했다. 6·3 지방선거에서는 여권이 서울시장 탈환에 실패하면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냉랭한 평가를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공급 속도와 세제 개편 방향이 시장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취임 첫 달부터 대출조여…네 차례 대책 통해 ‘수요억제’·‘공공 공급’ 병행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6월 4일 출범 이후 총 네 차례의 굵직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출범 초기부터 서울 집값이 빠르게 오르자 같은 달 27일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했다.

시장의 반응도 빨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상승률은 지난해 6월 1.44%에서 7월 1.09%, 8월 0.48%까지 둔화했다. 전국 아파트 상승률도 6월 0.17%→7월 0.15%→8월 0.04%까지 축소됐다.

6·27 대책 약발이 줄자 향후 5년간 수도권 135만호 공급 계획을 담은 9·7 대책이 추가로 나왔다. 대출 규제로 수요를 억제하는 동시에 공급 확대를 통해 시장 안정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직접 시행을 통한 공공 주도 공급을 제시하면서 정책 방향을 보다 구체화했다.

10·15 대책에서는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주담대 한도를 15억 초과~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으로 조였다. 올해는 1·29 대책을 통해 수도권에 유휴부지 등을 활용한 6만호 ‘영끌 공급’ 안을 내놨다. 정부 출범 약 8개월 동안 총 네차례의 대책을 통해 수요억제·공급확대 병행 세트를 내놓은 것이다.

이 대통령, ‘SNS 여론전’ 직접 등판…선거 당일에도 “부동산투기공화국 탈출”


서울 은평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매물 안내문. <연합>


이 대통령은 여론전에도 직접 뛰어들었다. 올해 들어서 이런 양상은 두드러졌는데, 1월 한 달 동안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65건의 게시글 중 8건이 부동산 정책이었다. 출범 초기 부동산 문제와 거리를 뒀던 모습과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1월 23일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밝힌 뒤에는 전선을 넓혔다. 다주택자, 임대사업자, 비거주 1주택자까지 사정권에 들었고, 5월 9일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전까진 매물이 늘었다. 강남 등 일부 핵심 지역에서는 가격 상승세가 꺾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달 들어서도 “망국적인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은 반드시 탈출하겠다(1일)”, “대한민국은 반드시 부동산투기공화국 탈출, 창업국가로 대전환, 대체불가 핵심국가로 발전을 이뤄내야 한다.(지방선거 당일 3일)”며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대통령의 SNS 메시지가 정부 정책을 이끄는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월세 불안 지속, “공급속도 높여야”…세제개편 촉각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송파구와 경기도 하남 일대의 아파트 단지. [헤럴드DB]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 이후 서울에서는 임대차 시장 불안이 고개를 든 모습이다. 매매·전세·월세가 모두 뛰는 ‘트리플 강세’마저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1일 기준)까지 올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누적 3.93% 올라 전년 동기 상승률(2.02%)를 크게 웃돈다. 동일기간 서울 전세 누적상승률도 3.77%로 1년 전 같은기간 0.65%와 큰 차이를 보인다. 여기에 정부 규제가 강남 등 핵심지에 집중되면서 서울 외곽지역이 오르는 풍선효과도 감지된다.

부동산 민심은 6·3 선거에서도 확인됐는데,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당선자가 승리하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서울 유권자들의 불만이 표출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집권 2년차 부동산 핵심 화두는 공급확대와 세제 개편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달 수도권에 향후 2년간 매입임대주택 9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서울과 경기 규제지역에 6만6000호를 집중 공급해 아파트 공급 부족을 메울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을 방문해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던 모습 <연합>


세제개편 논의도 본격화된다. 정부는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개편과 보유세 강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비거주 1주택자와 고가 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한 세 부담 확대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비아파트 공급 확대나 세제 강화로는 집값 안정이나 임대차 불안을 해소하기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로 고강도 세제개편을 밀어부치기엔 정치적 부담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임대차 시장은 공급 속도를 높이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시장불안이 해결될 수 없다”며 “우수 입지에 공공주택 공급을 앞당기는 방안이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정책 일관성을 통해 투기적 수요를 차단한 점은 긍정적이나 공급 속도가 더뎌 임대차 불안을 해소하지 못한 점은 과제로 남아있다”며 “세제 개편안의 강도, 공급 사업지들의 실질적인 공급 효과에 따라 향후 집값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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