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 엘렌 메르시에와 듀오 리사이틀
“플레트네프는 마법…미지의 세계 배운다”
![]() |
| 다니엘 로자코비치 [Martin Raphal Martiq]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2023년 프랑스 자선 행사(Le Gala des Pieces Jaunes)에서였다. 세계 최정상 걸그룹 블랙핑크라 마크롱 여사의 초청을 받아 선 이 무대에서 선보인 ‘셧 다운’(Shut Down) . ‘악마의 기교’를 들려줘야 할 파가니니 ‘라 캄파넬라’를 샘플링한 이 곡을 다니엘 로자코비치가 연주하자, 블링크(블랙핑크 팬덤)가 응답했다. 클래식 음악과는 본의 아닌 ‘거리두기’를 했던 팬들이 블랙핑크와 함께 섰던 클래식계 젊은 연주자에게도 관심이 쏟아졌다. 그가 한국에 온다. 로자코비치는 “한국 관객의 열정은 내 매 시즌의 하이라이트”라고 했다.
다니엘 로자코비치는 오는 12일까지 이어지는 ‘클래시컬 브릿지 국제 음악 페스티벌 2026’ 무대 참석차 한국을 찾는다. 1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슈만 바이올린 협주곡을, 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베토벤 삼중 협주곡을 협연한다. 페스티벌은 물론 오는 14일 인천아트센터에서 오랜 음악적 동반자인 엘렌 메르시에와 듀오 리사이틀도 예정돼있다.
그는 내한을 앞두고 진행된 서면인터뷰에서 “한국에 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큰 기쁨이며, 한 시즌의 하이라이트와도 같다”며 깊은 애정을 들려줬다.
“이젠 한국에 소중한 친구들도 많이 생겨 방문할 때마다 마음속이 늘 따뜻함으로 가득 찬다”는 그는, 이번 무대에서 거장 미하일 플레트네프와 라흐마니노프 인터내셔널 오케스트라(RIO)와 함께 호흡을 맞춘다. 로자코비치는 슈만 바이올린 협주곡(11일)과 베토벤 삼중 협주곡(12일)을 들려준다.
로자코비치에게 이번 무대는 그의 깊은 예술적 성장을 증명한다. 최근 워너 클래식 데뷔 음반을 함께 작업한 거장 미하일 플레트네프에 대해 그는 “마법 그 자체이며 화성과 시간, 색채를 이해하는 감각이 차원이 다른 신비로운 예술가”라며 감탄했다.
“플레트네프가 만들어내는 사운드 속에는 건축적인 구조와 신성한 영감이 깃들어 있어요. 순간의 창조적 힘을 붙잡아내는 그와의 협연을 통해 마음속 미지의 세계를 배우고 시간이 멈춘 듯한 깊은 영적 교감을 나눠요.”
![]() |
| 다니엘 로자코비치 [marcoborggreve1965 제공] |
슈만 바이올린 협주곡은 로자코비치의 음악 사명과 닿아 있는 핵심 레퍼토리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이 곡을 슈만의 ‘작별 인사’처럼 느낀다고 했다.
로자코비치는 “이 작품이 바이올린 협주곡 레퍼토리 중 가장 깊은 영적 세계를 지니고 있다고 믿는다“며 ”아직 충분히 조명받지 못한 이 곡을 중심 작품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을 나의 사명으로 생각한다”라며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나 이번 무대에선 오리지널 슈만 협주곡의 매력을 넘어, 지휘자 플레트네프가 새롭게 오케스트레이션을 발전시킨 편곡 버전을 심도 있게 탐구할 예정이다. 슈만이 생애 마지막 정신적 힘을 쥐어짜며 작곡했던 시기 특성상 원래의 오케스트레이션이 다소 과도해졌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작업이다. 그는 “플레트네프와 완전히 새로운 접근 방식의 음악적 해석을 준비했다”고 귀띔했다.
“음악은 제게 노력이 아닌 존재 방식이에요. 제 삶에 희망을 주고, 제 감정이 무엇인지 치유와 행동을 통해 깨닫게 해주죠.”
로자코비치에게 음악은 그것 자체로 삶이자 삶에서 발견하는 무수히 많은 질문이며, 그것에 대한 해답이다.
그는 “음악적 표현을 깊게 만들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하지는 않는다”며 “매일 마주하는 삶의 기쁨과 고통, 사랑과 소리를 향한 탐구 자체가 진정한 스승“이라고 했다.
물론 그에게도 음악가로서 정체기에 갇혀있던 때도 있었다. 로자코비치는 “예술적 혹은 개인적 정체를 매일 느끼지만 이를 억지로 극복하려 하기보다, 희망과 의지를 품고 작품 속에 숨겨진 작곡가의 영적 비밀을 찾는 데 집중하며 앞으로 나아간다”고 했다.
![]() |
|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로자코비치 [Lyodoh_Kaneko 제공] |
그에게 무대란 가장 진실하고 강렬하게 감정을 느끼고 스스로를 치유하며 이해하는 신성한 공간이다. 로자코비치의 내면세계와 영적 탐구는 지난 3월 발매된 새 앨범 ‘로스트 투 더 월드(Lost to the World)’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프리드리히 뤼케르트의 시이자 구스타프 말러의 가곡 제목인 ‘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네’에서 영감을 얻은 이 앨범이다.
음반엔 로자코비치가 힘든 시기에 진정한 구원과 강렬한 희망을 맛보았던 치유의 기록이 담겼다. 그는 오랫동안 꿈꿔왔던 말러의 가곡을 바이올린 버전으로 직접 편곡해 앨범의 마지막 곡을 채웠다.
일반적으로 바이올린으로 연주되지 않는 레퍼토리들을 과감히 수록된 점도 특징이다. 그는 “중요한 것은 악기 자체가 아니라, 그 악기를 통해 자신의 영혼과 마음 전체를 어떻게 표현하고 무엇이 마음을 움직이는가 하는 점”이라며 “음악의 본질은 장르나 도구에 매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 앨범을 내며 바란 것은 ”피상적인 것에 휩쓸리는 현대인들이 이 앨범을 통해 별을 바라보며 자신의 순수한 기억을 되찾는“ 것이다.
이 특별한 여정은 그의 오랜 예술적 동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엘렌 메르시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로스트로포비치, 기틀리스, 스피바코프 등 전설적인 거장들과 호흡해 온 메르시에는 어린 시절부터 바이올린과 깊은 친밀함을 맺어온 연주자다.
로자코비치는 “메르시에가 음악을 듣는 방식이 매우 특별해 함께 연주할 때 자연스러운 영적 동화가 일어난다”고 했다. 두 사람을 진정으로 이어준 것은 “깊은 신앙심과 영혼에 대한 호기심, 보이지 않는 세계를 믿는 단단한 우정”이다. 로자코비치는 자신의 “마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만 음반을 녹음“하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메르시에가 바로 그에게 거대한 울림과 영감을 주는 존재다. 두 사람은 페스티벌 직후 듀오 리사이틀(14일)을 통해 아름다운 레퍼토리들을 한국 관객들에게 들려준다.
로자코비치는 이번 내한 공연을 통해 한국의 클래식 관객들에게 단순한 음의 나열을 넘어선 메시지를 전한다.
“삶에 대한 사랑이에요. 눈에 보이지 않는 숭고한 가치를 찾으려는 내면의 충동을 일깨우고, 우리 개개인의 영혼이 결국 모두를 하나로 연결하는 거대한 무한함과 이어져 있다는 감각을 관객들이 온몸으로 느끼게 하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