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株 찾는 가치투자도 진화…현재보다 미래를 읽는다 [큰손 따라잡기]

저PBR·PER 대신 미래이익 봐야
AI·반도체·데이터센터 등 성장 주목
자산가, 기업 미래가치 기반 자산배분
“투자철학은 유지하되 변화는 주시해야”




요즘 투자자들을 만나면 비슷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지금이라도 주식을 시작해야 할까요?”, “이미 많이 오른 것 같은데 더 사도 될까요?”, “예금 자금이나 사업체 운영자금을 투자해도 괜찮을까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주식투자는 일부 투자자들의 영역이었다. 이제는 다르다. 직장인과 자영업자는 물론 기업 경영자들까지 자산관리의 한 축으로 주식투자를 고민하고 있다. 이미 주식 비중이 많이 늘어난 투자자들조차 추가 매수 여부를 검토한다. 주식투자가 열풍을 넘어 일상이 되어가는 시대다.

변화 속에서 투자자들은 또 다른 고민과 마주한다. 자신의 투자 철학을 끝까지 지켜야 하는가, 아니면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따라가야 하는가 하는 문제다. 투자 세계에서는 오랫동안 두 가치가 충돌해 왔다. 원칙을 지키는 투자자와 변화를 좇는 투자자 중 누가 더 성공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다.

최근 시장을 보면 정답은 둘 중 하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투자 철학은 지켜야 하지만, 시대의 변화는 외면해서는 안 된다.

코스피, 연평균 불과 ‘6%’ 상승=1989년 코스피 1000 돌파 이후 국내 증시는 지난 36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 왔다. 최근에는 8000선까지 돌파했다. 단기 급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하지만, 36년 동안 지수가 약 8배 상승한 것을 단순히 환산하면 연평균 6% 수준에 불과하다.

더구나 주가지수는 구성 종목이 지속해서 교체된다. 부진한 기업은 퇴출당하고 성장한 기업은 편입되는 생존자 편향(Survivorship Bias)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를 고려하면 장기적인 주가 상승은 오히려 기업들의 성장과 혁신을 반영한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주식시장은 자산을 거래하는 시장이 아니라 기업의 자본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기업은 부채를 활용해 자산을 확장하고 이익을 창출한다. 따라서 예금보다 높은 기대수익률이 존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최근 자본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의 규모와 속도를 보면 시장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새로운 일상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부동산이 자산 증식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주식 역시 필수적인 자산군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투자 판단의 기준은 무엇이어야 할까. 투자의 출발점은 결국 밸류에이션이다. 가치와 가격을 평가하는 일이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 역시 투자 대상이 현재와 미래 가치 대비 적정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데 있다. 기업은 물론 부동산, 영업권 같은 무형자산도 모두 밸류에이션의 대상이다.

문제는 미래 가치가 끊임없이 변한다는 점이다. 기업의 주가는 살아 있는 생물과 같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산업 환경이 바뀌며 정책과 규제가 변화한다. 하루에도 수많은 뉴스와 이벤트가 발생하면서 기업의 미래 가치에 대한 시장의 판단 역시 달라진다.

그래서 주식시장에서는 흔히 “첫째는 수급, 둘째는 밸류에이션”이라는 말을 한다. 단기적으로는 자금 흐름이 주가를 결정한다. 그러나 시간을 길게 놓고 보면 결국 주가는 기업가치의 변화와 성장에 수렴하게 된다.

‘가치투자’ 방법도 변한다=이 지점에서 가치투자의 개념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거 가치투자는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된 기업을 찾는 것이었다.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 낮은 주가수익비율(PER)이 중요한 기준이었다. 그러나 미국을 중심으로 혁신 성장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가치투자의 정의도 달라졌다.

오늘날의 가치투자는 단순히 현재 자산이 싼 기업을 찾는 것이 아니다. 미래 이익 증가 가능성 대비 저평가된 기업을 찾는 투자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워런 버핏이 애플에 투자해 큰 이익을 거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많은 투자자들은 애플을 성장주로 봤지만 버핏은 미래 현금흐름과 시장 지배력을 고려했을 때 오히려 가치주라고 판단했다.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데이터센터 산업에 대한 시장의 높은 평가도 비슷한 흐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장은 현재의 실적보다 미래의 수익 창출 능력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실제로 큰 손 자산가들의 투자 방식은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준다. 이들이 반드시 남들보다 먼저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선견지명을 가진 혁신가처럼 누구도 보지 못한 미래를 예측하는 경우도 드물다. 그러나 구조적 변화가 분명하다고 판단하는 순간에는 누구보다 과감하게 움직인다.

실제로 필자가 접한 사례 가운데는 채권형 자산으로만 구성돼 있던 수백억원, 수천억원 규모의 금융자산을 2025년 중반 이후 불과 수개월 만에 대부분 주식형 자산으로 전환한 경우도 있었다. 금리 방향성보다 산업 변화가 만들어낼 수익 기회를 더 높게 평가한 것이다.

물론 이런 판단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이차전지와 전기차 산업에 대한 투자는 기대와 달리 부진한 성과를 기록했다. 상당수 포트폴리오에서 관련 자산은 2년 가까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이차전지를 모두 정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반도체 비중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전체 수익률을 방어하면서도 이차전지 비중은 유지하거나 일부 다시 늘리고 있다. 구조적 성장 스토리가 완전히 훼손됐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큰손 자산가들의 투자 방식은 특정 산업 하나에 모든 것을 거는 집중투자라기보다 구조적 변화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비중을 조절하는 자산 배분에 가깝다.

이들은 포트폴리오를 한 번에 뒤집지 않는다. 시장 상황에 따라 조금씩 수정하고 보완한다. 잘못된 판단은 고치고, 맞는 판단은 강화한다. 그래서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도 훨씬 체계적이다.

특히 기업을 직접 운영하는 자산가들은 시대 변화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다. AI가 산업을 어떻게 바꿀지, 반도체가 어떤 역할을 할지, 전기차와 로봇 산업이 얼마나 성장할지를 먼저 고민한 뒤 투자에 나선다.

이들의 공통점은 투자 철학은 유지하되 시장 변화를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철학을 지킨다는 이유로 새로운 산업을 무시하지도 않고, 트렌드를 따른다는 이유로 원칙 없는 투자를 하지도 않는다.

포모로 떠나는 것이 최악…‘1원칙=살아남기’=최근 몇 년 사이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크게 달라졌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부동산 일변도의 자산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금융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다만 최근 시장을 보면서 한편으로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투자 자체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아니라 주가 상승에 대한 집착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즉 ‘나만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닌가’라는 불안감 때문에 투자 판단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러한 투자 방식이 시장이 좋을 때는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에는 오히려 큰 손실과 실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상승장에서는 공격적으로 투자하다가 하락장에서 시장을 떠나는 경험을 반복한다. 그리고 한번 큰 손실을 경험한 투자자는 오랫동안 주식시장 자체를 외면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필자는 이것이 가장 경계해야 할 투자 실패라고 생각한다. 주식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특정 종목으로 얼마를 벌었는가가 아니라 시장에 얼마나 오래 남아 있을 수 있는가이다. 투자자는 한 번의 성공으로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복리 효과를 누리면서 자산을 축적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식투자는 지금 당장의 생활비나 거주비를 벌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단기간의 수익을 목표로 접근할수록 시장 변동성에 휘둘릴 가능성이 커진다. 오히려 미래를 위한 저축이라는 관점이 필요하다. 오늘의 소비를 내일로 미루는 것처럼, 현재의 자금을 미래의 성장에 투자하는 행위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필자가 만나는 큰손 자산가들도 투자에 대해 비슷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자신의 수익률만 관리하지 않는다. 자녀 세대가 앞으로도 자산을 유지하고 증식할 수 있도록 투자 교육을 병행한다. 어떤 종목을 사야 하는지보다 왜 투자해야 하는지, 어떻게 기업을 바라봐야 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가르친다. 자산은 물려줄 수 있어도 투자 철학은 교육하지 않으면 계승되기 어렵다.

주가는 매일 변한다. 때로는 기업가치와 무관하게 급등하기도 하고 급락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업의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연구개발, 시장점유율, 브랜드 가치, 기술력, 경영진의 역량 등은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다.

따라서 투자자는 주가를 추종하기보다 기업을 추종해야 한다. 주가를 바라보는 투자자는 매일 시장에 흔들리지만, 기업을 바라보는 투자자는 시장의 변동성을 견디며 기다릴 수 있다. 주가 상승에 과도하게 흥분하지도 않고, 하락에 쉽게 절망하지도 않는다.

투자 철학을 고수할 것인가, 트렌드를 따를 것인가라는 질문도 결국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투자 철학은 버려서는 안 된다. 하지만 구조적 변화를 외면해서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주가의 움직임이 아니라 기업의 변화와 산업의 변화를 읽어내는 것이다.

주가를 쫓는 투자보다 기업을 이해하는 투자가 많아질 때, 개인투자자들의 성과도 더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주식투자가 일시적 열풍이 아니라 건강한 자산관리 문화로 자리 잡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홍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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