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대신 EB?”…李대통령 ‘콕’ 찍은 교환사채, 중기도 도마에 [중기+]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것이 주가 조작 아닌가”라고 쓰면서 한 기사를 공유했다. 해당 기사는 상장사 인탑스가 운영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지난해 10월 공시한 130억 원 규모의 제1회차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교환사채(EB)다. 금융 당국은 조사에 들어갔다. [연합]


자사주 기반 EB, 지난해 3분기 50건 1조4455억원 발행
현행 상법상 신규 자사주 EB 금지…시행 전 발행분은 존속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코스닥 상장사 인탑스의 교환사채(EB) 발행 구조를 공개적으로 지적하면서 중소·중견 상장사들의 자사주 기반 EB 발행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자사주 EB’는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을 교환대상으로 삼아 사채를 발행하는 자금조달 방식이다. 발행 당시에는 합법적인 금융기법으로 활용됐지만,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시행된 현행 상법 취지와는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중기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탑스의 EB 발행 구조를 다룬 기사를 공유하며 “이런 것이 주가 조작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해당 보도는 인탑스가 지난해 130억원 규모 EB를 발행하면서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회사가 EB를 회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붙였고, 이 구조가 공매도를 유도해 주가 상승을 막도록 한다는 취지였다.

인탑스가 발행한 EB는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이 모두 0%다. 문제로 지목된 것은 콜옵션 조건이다. 인탑스 주가가 10거래일 동안 교환가액의 130%를 넘으면 회사가 투자자에게 0.1% 이자만 지급하고 EB를 다시 회수할 수 있도록 했다. 주가가 많이 오르면 주주들의 주식 평가 차익이 제한되는 구조다. 금융당국도 점검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인탑스 EB 발행 당시 공시 적정성과 발행 이후 불공정거래 가능성 등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사한 종류의 EB 발행은 올해 3월 ‘자사주 소각 의무’ 방안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시행에 들어가기 전까지 중기 업계에서 유행처럼 번졌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자기주식 대상 EB 발행결정 규모는 50건, 1조4455억원이었다. 이는 2024년 연간 발행 수준인 28건, 9863억원을 이미 넘어선 규모다.

지난해 4분기에도 바이넥스(155억), 대창(120억), 해성산업(172억), 서린바이오(33억) 등 중견·중소기업들 사이 EB 발행이 집중됐고, 올해 들어서도 크레버스(40억), 범한퓨얼셀(70억), 알서포트(30억) 등이 법 시행 직전 EB 발행 ‘막차’를 타기도 했다.

‘자사주 의무 소각’ 법 시행 이후 자사주를 기반으로 EB를 발행한 건수는 0건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기존에 이미 발행된 EB는 경과 조치가 적용된다. 법 시행 전 자기주식을 교환·상환 대상으로 발행한 사채는 교환·상환 기간이 지난 뒤 소각 의무가 적용(1년)된다. 이 때문에 법 시행 전 발행된 EB는 만기 또는 교환기간 종료 전까지 자사주 소각 시점을 뒤로 미루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자사주 기반 EB를 발행한 회사는 대부분 운영자금 확보, 신사업 투자, 재무구조 개선 등을 발행 목적으로 제시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신주 발행 없이 보유 자사주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을 0%로 설정하면 금융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주가가 교환가액을 넘으면 투자자가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어 회사의 현금 상환 부담도 낮아진다.

반대로 기존 주주 입장에선 EB 발행은 손해다. 법 시행 이후 자사주는 1년 내에 의무 소각 돼야 한다. 주식수가 줄어드는만큼 기존 주식의 주권 가치는 높아진다. 반면 이미 발행 EB 교환권이 행사되면 자사주는 EB 투자자에게 넘어가 다시 의결권 있는 주식으로 살아나고 소각을 했다면 기존 주주에게 돌아갈 수 있었던 이익은 EB 투자자에게 넘어가게 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EB는 회사 입장에서는 저금리 또는 무이자 자금조달 수단이지만, 주주 입장에서는 소각돼야 할 자사주가 제3자에게 넘어갈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법 시행 전 발행분을 모두 문제 삼기는 어렵지만,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예고된 상황에서 자사주를 EB로 묶은 회사들은 설명 책임이 커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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