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등 첨단사업 기업, 은행 재무 평가 때 ‘미달 기준’ 완화된다

주채무계열 재무구조개선 운영준칙 개정
주채권은행 상시보고 등 제약 탄력적 운영
국가적 육성 산업 더 많은 부채 부여 취지
42개 기업집단 대상 하반기 재무구조 평가


LG에너지솔루션에서 운영하는 FRL에서 연구원이 전고체 배터리를 연구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제공]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그동안 기업들은 주채권은행 재무 평가 기준에 미달되면 은행으로부터 개선권고 등 견제를 받았는데, 앞으로 배터리 등 첨단전략산업에 투자하는 대기업그룹 계열사는 이 같은 기준을 완화받게 될 전망이다. 은행권이 산업별 특수성을 고려해 재무 평가상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최근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주채무계열 재무구조개선 운영준칙’을 개정 중이다.

핵심은 국가 핵심 전략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에 대해선 재무구조를 평가할 때 가점을 부여하는 우대사항을 신설하는 것이다. 통상 재무구조 평가 기준에 미달되면 기업은 주채권은행으로부터 개선권고를 받고 재무적 의사결정 시 주채권은행에 상시보고하는 등의 제약이 따르는데 이 기준을 완화해 탄력성을 부여하겠다는 의미다.

은행연은 현재 각 은행의 의견을 수렴 중으로 이달 중 개정 작업을 마무리해 공표하고 올해 주채무계열 평가부터 즉시 적용할 전망이다. 각 주채권은행은 올해 주채무계열로 선정된 42개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하반기 본격적인 재무구조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주채무계열 관리제도는 빚(차입금)이 많아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대기업 집단을 매년 선정해 재무 상태를 평가하고 그 결과가 미흡할 경우 약정 등을 맺어 재무구조 개선을 유도하는 제도다. 말하자면 대기업 그룹을 대상으로 한 은행권의 ‘정기 건강검진’인 셈이다. 재무구조 평가는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라 주채권은행이 진행하는데 실무 기준이 되는 운영준칙은 은행연이 자율적으로 결정·운영하고 있다.

이번 개정은 첨단산업의 경우 대규모 설비 구축과 연구개발(R&D) 등을 위해 막대한 투자 자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부채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현실적 구조를 반영하기 위해 추진됐다. 빚의 규모 등 단순한 잣대 대신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생산적 금융 전환에 발맞춰 전략산업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차원으로도 읽힌다.

이와 함께 실적악화 추세나 자금조달 여력처럼 재무제표에는 반영되지 않는 항목을 평가하는 정성평가의 기준을 구체화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개정 논의는 배터리 분야에서 출발해 지금은 산업 전반을 확대됐다”며 “모기업 내 여러 계열사가 있는데 사업부별로 부채비율이 다르다. 당장 수익성이 안 좋더라도 향후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거나 국가적으로 육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산업에 대해선 부채를 더 많이 안고 갈 수 있게 하는 등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27일 열린 은행연 규제심의위원회에서 심의위원 8인 전원은 주채무계열 평가기준에 산업별 특수성을 고려해 국가 핵심 전략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정성평가 기준을 구체화하는 등의 내용으로 규약을 개정하는 것에 동의했다.

심의위원은 다만 변경된 재무구조 평가방식이 은행의 자산 건전성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실효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이에 산업의 특수성이나 대처능력 미흡 등 해석상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표현에 대해서는 보완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번 운영준칙 정비 방향은 금융감독당국과의 긴밀한 논의 하에 결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첨단산업을 특정하기보다는 전반적으로 산업의 특성을 반영해 재무구조 평가에서 룸(여지)를 주자는 취지”라며 “재무구조 평가가 좀 더 공정하게 되는 방향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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