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멈춘 레미콘 파업 내일 풀리나…제조사-전운련, 운송비 8만원 잠정합의

전국레미콘운송노조 조합원이 8일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단체협상 촉구 및 임단협 쟁취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


4200원 인상안 조합원 투표…가결 땐 사흘째 휴업 철회
반도체·주택 현장 타설 차질 숨통, 근로자성 쟁점은 남아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수도권 건설현장을 멈춰 세운 레미콘 운송 휴업이 사흘 만에 풀릴 가능성이 커졌다. 레미콘 제조사와 운송기사 측이 운송단가 인상안에 잠정 합의하면서다.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합의안이 가결될 경우 이르면 10일 오후부터 수도권 레미콘 운송이 재개될 전망이다.

10일 레미콘 업계에 따르면 레미콘 제조사 측과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은 전날 밤 실무교섭을 통해 유류비를 제외한 운송 1회당 단가를 4200원 올리는 방안에 의견을 모았다. 현재 수도권 기준 레미콘 운송단가는 1회당 7만5800원 수준이다. 이번 합의안이 확정되면 운송단가는 8만원으로 오른다. 인상률은 약 5.5%다.

당초 노조 측은 운송 1회당 8000원 인상을 요구했다. 제조사 측은 건설경기 침체와 레미콘 출하 감소를 이유로 2500원 인상안을 제시해왔다. 양측 입장차가 컸지만 국토교통부 중재와 건설현장 피해 확산 우려가 겹치면서 4200원 인상안에서 접점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 타결 여부는 조합원 투표에 달렸다. 전국레미콘운송노조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수도권 조합원 7600여명을 대상으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합의안이 가결되면 노조는 지난 8일부터 이어온 수도권 전면 휴업을 철회하고 운송을 재개할 예정이다.

이번 휴업에는 수도권 소속 조합원 약 8000명과 믹서트럭 1만1000대가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수도권 전체 레미콘 운송 차량의 약 70% 규모다. 전국 레미콘 물량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린 만큼 서울·경기 주요 건설현장에서는 타설 일정 조정과 공정 지연 우려가 커졌다.

특히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형 산업 현장도 레미콘 수급 차질 가능성이 거론됐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레미콘은 오래 보관할 수 없는 자재라 운송이 멈추면 현장 타설도 바로 영향을 받는다”며 “하루 이틀은 공정 조정으로 버틸 수 있지만 장기화되면 반도체와 주택 현장 모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쟁점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제조사 측은 수도권 일대 14개 레미콘운송노조 지부를 대상으로 한 통합 교섭에는 응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운송기사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는 이번 합의 테이블에서 본격 논의되지 않았다.

레미콘 운송기사는 통상 개인사업자 신분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돼왔다. 노조는 지난 2월 법원에서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제조사들이 교섭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제조사들은 운송기사들이 독립 사업자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향후 단체교섭 과정에서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제조업계 내부에선 매년 반복되는 운송단가 협상과 휴업이 레미콘 산업의 구조적 부담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 평균 운반비는 2020년 5만원대 초반에서 지난해 7만5000원대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경기 침체로 출하량은 줄었는데 운송비 부담은 커지면서 중소 레미콘 업체들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노조 측은 물가와 차량 유지비, 인건비 상승을 고려하면 운송단가 현실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제조사들이 개별 권역별 협상만 고집할 경우 교섭력이 약화된다며 통합 교섭을 요구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의안이 가결되면 당장의 레미콘 대란은 피하겠지만 근로자성, 통합교섭, 운송단가 산정 방식은 그대로 남는다”며 “건설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용 부담을 제조사와 운송기사, 건설사가 어떻게 나눌지가 계속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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