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대신 ‘새로운 길’ 택한 오승록 노원구청장…신임 구청장들이 배워야 할 행정의 본질?

높은 완성도, 체감되는 행정으로 쌓아 올린 오늘의 행복… 구정의 미래 동력으로 돌아와
기본을 중시하는 태도, 보이지 않는 곳까지 들여다보는 디테일… 당연한 것도 달라지게 한 노력을 구민은 결국 알아본다


오승록 노원구청장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지방선거가 끝났다. 당선자들은 취임 준비에 분주하고, 유권자들은 또 다른 4년을 기대한다. 선거 때마다 후보들은 미래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정작 당선 이후 구청장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다. 주민들이 당장 겪는 불편을 해결하고, 도시의 기본을 지키며, 눈앞의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는 것이 지방행정의 본질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3선 도전 대신 스스로 ‘새로운 길’을 선택한 오승록 노원구청장의 행보는 많은 생각거리를 남긴다.

정치권에서는 흔히 “할 수 있을 때 한 번 더 해야 한다”는 논리가 통한다. 실제로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3선은 정치적 완성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오 구청장은 올해 초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다. 재선 구청장으로서 임기를 마무리하며 남은 과제를 정리하는 데 집중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는 다소 이례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행정가의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가장 책임 있는 선택일 수도 있다.

그의 지난 8년을 돌아보면 화려한 구호보다 완성도 높은 행정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노원구는 과거 서울 동북권의 대표적인 주거도시였다. 교육과 복지 이미지는 강했지만 문화와 여가, 도시 매력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오 구청장은 이런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힐링’과 ‘문화’를 구정의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다.

당시만 해도 적지 않은 비판이 있었다. “축제에 왜 돈을 쓰느냐.” “공원과 정원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주느냐.”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수락산 자연휴양림인 수락휴는 전국적인 명소가 됐고, 인상파 전시회는 서울 자치구 문화행정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삶이 실제로 달라졌다는 점이다.

멀리 여행을 가지 않아도 집 근처에서 휴식할 수 있고, 비싼 공연장을 찾지 않아도 수준 높은 문화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오 구청장이 강조한 “세금의 가치를 체감하는 행정”은 결국 주민들이 자신의 일상에서 변화를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눈에 띄는 성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기본기다. 안전과 청소는 지방행정의 교과서 같은 업무다. 잘해도 칭찬받기 어렵고, 조금만 소홀해도 민원이 폭주한다.

오 구청장은 취임 첫날 태풍 쁘라삐룬 수해 현장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이후 노원구는 전국 최초 GPS 기반 스마트 빗물받이 시스템을 구축했고, 산사태 취약지역 정비를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청소행정도 마찬가지다.

2021년 서울시 도시청결도 평가 최우수구 선정은 우연이 아니었다. 주민들이 직접 체감할 정도로 도시 환경을 바꿔냈기 때문이다.

사실 주민들은 거창한 비전을 매일 보지 않는다.

대신 출근길 도로 상태를 보고, 집 앞 공원의 변화를 보고, 골목 청결 상태를 본다.

결국 행정의 평가는 생활 속에서 결정된다.

오 구청장이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

2022년 지방선거는 당시 정권교체 직후 치러져 국민의힘 바람이 강하게 불던 시기였다. 그러나 노원에서는 오 구청장이 19개 전 동에서 승리했다.

정당보다 행정 성과가 앞선 보기 드문 사례였다.

그는 코로나19 시기 전 구민 마스크 지급을 비롯한 생활밀착형 정책을 통해 주민들에게 “구청이 내 삶에 실제 도움이 된다”는 경험을 제공했다.

행정에 대한 신뢰는 그렇게 쌓인다.

더 주목할 점은 미래사업 추진 방식이다.

광운대역세권 개발, GTX-C, S-DBC 바이오클러스터, 재건축 활성화 등 노원의 미래를 바꿀 사업들은 대부분 수십 년 동안 진척되지 못했던 과제들이다.

오 구청장은 이를 해결하는 비결로 “그때 할 수 있는 일을 그때 하는 것”을 꼽는다.

광운대역세권 개발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사업 전체를 멈춰 세울 위기에 놓였을 때도 직접 협상에 나섰다. S-DBC 역시 말로만 바이오산업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미국 보스턴을 찾아가고 전문가들을 설득하며 사업의 실체를 만들어냈다.

행정은 결국 타이밍과 실행력의 문제라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다.

그래서 오승록 구청장의 8년을 관통하는 진짜 키워드는 힐링도 문화도 아니다.

‘현재에 충실한 행정’이다.

오늘 해결해야 할 문제를 미루지 않고,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해내고, 주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를 만드는 것.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행정이 가장 빠르게 미래를 만들어낸다.

민선 9기를 시작하는 신임 구청장들이 오승록 구청장에게서 배워야 할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화려한 공약보다 중요한 것은 기본이다. 보여주기식 사업보다 중요한 것은 완성도다. 정치적 계산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이 실제로 느끼는 변화다.

3선을 포기하고 스스로 무대를 내려오는 선택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난 8년 동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충분히 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좋은 정치는 아름다운 시작으로 기억되지만, 훌륭한 행정은 아름다운 마무리로 평가받는다.

오승록 구청장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퇴장이 유독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행정은 결국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일이며, 그 성과는 임기가 끝난 뒤에도 도시의 체질로 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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