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자산뿐만 아니라 소득격차도 심화…복합 양극화 국면”

AI가 소득 격차 더 벌려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에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수원=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한국 경제가 자산 격차와 소득 격차가 동시에 악화하는 ‘복합 양극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나왔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자산 불평등이 굳어진 가운데 최근 산업 간 성장 격차에 소득 또한 양극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 경제 가계 양극화의 실태와 파급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한국 경제는 ‘복합 양극화’ 상황에 직면했다. 자산 격차가 심화하는 동시에 소득 격차도 재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가계·세대 간 자산 양극화가 구조적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최근에는 완화 추세였던 소득 불평등마저 산업 간 성장 격차에 확대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소득 지니계수는 2021년 이후 하락 추세다가 2024년에 3년 만에 반등했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하는 등 IT 부문에서는 임금이 크게 오르는 반면, 다른 부문은 임금 상승이 제한되면서 업종 간 소득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

이재호 한은 조사국 차장은 “과거에는 정규직·비정규직 등 고용 형태에 따라 주로 나타나던 임금 격차가 이제는 산업 간에 부각되는 점이 최근 소득 양극화의 특징적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AI(인공지능) 기술 확산도 저소득층과 경력이 적은 청년층의 업무를 대체하면서 소득 격차를 벌리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자체 진행할 설문에서 소득 분위가 낮고 연령대가 어릴수록 자신의 업무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생성형 AI 출시 이후 나이별 취업자 수를 봐도 청년층의 고용은 빠르게 감소했지만 50대 고용은 오히려 증가했다.

한은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 자산 양극화가 굳어진 상황에서 AI 확산 등으로 소득 격차 확대까지 맞물리면서 무주택·청년층의 경제적 위상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순자산과 소득 모두 1분위(하위 20%)인 가구 중 20∼30대 청년의 비중은 2020년 7.9%에서 2025년 15.2%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모든 연령대 중 20대와 30대 비중만 커졌다.

이처럼 자산·소득 양극화가 커질수록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하락해 우리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0%의 자산점유율이 1%포인트 오르면 뒤 총요소생산성이 0.16%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요소생산성이란 노동, 자본 등 눈에 보이는 생산 요소 외 기술 개발, 노사 관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가 얼마나 많은 상품을 생산해 내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생산의 효율성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

상대적으로 소비 성향이 높은 저소득과 청년 가계의 경제활동 여력이 줄어들며 경제 전체의 내수 활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한은은 이러한 복합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중심의 가계 자산구조를 개선하고, 생산적 부문으로 가계 자금을 유도해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기술 발전의 성과가 경제 전반에 확산할 수 있도록 재분배 체계를 재설계하고, 기술 대체 위험이 큰 직군 근로자를 대상으로 이직 및 전직 등 직업훈련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IT 부문 성과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경우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포함한 국내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조선·방산·원전 등 비IT 핵심 산업 투자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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