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주인인 영등포를 꿈꾸다…최호권 구청장의 4년이 남긴 것

주민의 삶을 바꾸는 생활자치를 실천하며 영등포의 변화를 이끌어 온 4년
재개발·재건축, 미래교육재단, 정원도시 등 영등포 대전환의 기반 마련
‘주민이 주인이고 구청장은 일꾼’ 철학은 오래도록 주민들의 기억 속에 남을 것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 “주민이 주인이고 구청장은 일꾼입니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이 지난 4년 동안 가장 자주 했던 말이다. 그리고 그 말은 민선 8기 영등포구정을 관통하는 핵심 철학이기도 했다.

6월 10일 오후. 임기를 불과 21일 남겨둔 최 구청장은 주민들과 함께 밤섬을 찾았다. 목장갑을 끼고 가시풀을 제거하며 쓰레기를 줍는 봉사활동에 나섰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그는 경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억울함과 아쉬움에 머물 수도 있었지만 끝까지 주민 곁을 지켰다. 마지막 순간까지 현장을 떠나지 않은 모습은 최호권이라는 행정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민선 8기 출범 당시 영등포는 서울의 대표적인 산업·교통 중심지였지만 주민 삶의 질 측면에서는 개선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았다.

최 구청장은 취임과 동시에 교육과 생활환경 개선에 집중했다.

전국 자치구 최초 수준의 미래교육재단을 설립해 AI 시대를 대비한 교육 기반을 구축했고,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적극 지원해 노후 주거환경 개선에 나섰다. 수영장과 도서관, 체육시설을 확충하고 정원도시 사업을 추진하며 도심 곳곳에 녹지와 쉼터를 늘렸다.

그러나 주민들이 기억하는 것은 사업 명칭이 아니다.

집 가까이에 수영장이 생기고, 아이들이 걸어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게 되고, 오래된 주택이 새로운 주거공간으로 바뀌는 변화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운동하고 책을 읽으며 문화를 즐길 수 있게 된 일상의 변화가 주민들의 삶을 바꾸었다.

행정의 성과는 결국 주민의 삶에서 완성된다.

안전 분야도 마찬가지였다.

최 구청장은 취임 직후 기록적인 집중호우 현장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이후 빗물펌프장 기능 개선, 연속형 빗물받이 설치 등 침수 예방사업을 적극 추진했다.

오랫동안 청소 문제로 민원이 끊이지 않던 대림동에는 청소과 현장사무실을 설치하고 환경정비를 대대적으로 추진했다.

이 같은 노력은 각종 지표에서도 나타났다.

영등포구는 민선 8기 동안 살기 좋은 지역 평가 순위가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16위에서 4위로 상승했다. 자살률은 서울 최저 수준까지 낮아졌고 출산율은 서울 상위권을 유지했다.

주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질이 실제로 향상됐다는 의미다.

최호권 구청장 행정의 진짜 키워드는 재개발·재건축도, 정원도시도, 미래교육도 아니다.

바로 ‘주민’이다.

그는 임기 내내 주민을 만나면 직접 명함을 건넸다. 명함에는 구청장과 바로 연결되는 카카오톡 QR코드가 담겨 있었다. 주민들은 언제든지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고, 그는 늦더라도 답장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주민과 직접 이야기해야 문제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그가 반복해서 강조한 이유다.

결국 최 구청장이 생각한 지방자치는 거창한 정치가 아니었다.

주민의 불편을 듣고, 해결하고, 다시 답하는 것. 생활 속 문제를 하나씩 바꾸어 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의 퇴장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정치인보다는 행정가에 가까웠고, 성과를 내세우기보다 주민을 먼저 바라봤기 때문이다.

좋은 정치는 선거 결과로 평가받지만 좋은 행정은 주민들의 기억 속에 남는다.

지난 4년 동안 영등포에서는 많은 변화가 시작됐다.

영등포로터리 고가 철거 사업이 본격화됐고, 영등포역 쪽방촌 정비사업도 다시 추진력을 얻었다. 93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으며 미래교육재단은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정원도시와 문화도시는 영등포의 새로운 브랜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지금 영등포는 대전환의 길목에 서 있다.

주민들과 함께 시작한 변화가 멈추지 않고 이어질 때 비로소 더 큰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최호권 구청장의 임기는 끝나가지만 그가 뿌려놓은 변화의 씨앗은 계속 자라날 것이다.

좋은 행정은 임기와 함께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 속에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