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못주고, 대회 장비 못 보내” 11일째 재선거 집회, 마비된 체육단체 [세상&]

11일째 이어지는 올림픽공원 집회
12개 체육단체는 업무 마비 상태
경찰 임의 검문검색 ‘엄중 처벌’ 예고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 요구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연일 지속되는 가운데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입구가 봉쇄되어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김서현 수습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반발한 집회가 11일째 이어지고 있다. ‘핸드볼경기장’을 봉쇄한 채 진행되는 집회로 인해 경기장 입주 체육단체의 피해도 막심한 상황이다.

체육단체는 업무를 위해 내부 진입을 하게 해달라고 호소하지만 집회 측은 좀처럼 문을 열어주지 않고 있다. 펜싱 선수들은 아시아 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있지만, 장비조차 챙기지 못한 상황이다. 체육단체는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터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경기장 봉쇄되자 체육단체는 ‘마비’

이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는 지난 5일부터 11일째 재선거와 투표 방식 변경을 촉구하는 집회가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투표함이 보관된 핸드볼경기장의 모든 출입문을 봉쇄하고 창문까지 막았다. 참가자들은 경기장 주변을 크게 둘러 모여 집회 중이다. 내부 진입은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다.

경기장에 입주해 업무를 보던 체육단체들의 업무는 마비 상태다. 체육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PC 등 사무기기는 내부에 그대로 있다. 또 월급 지급이나 세금 납부에 필요한 일회용 비밀번호(OTP) 카드, 법인카드와 일회용 비밀번호(OTP), 인감 등 행정·회계 업무에 필요한 물품과 대회 운영 장비가 보관돼 있다. 스포츠 지도자에 대한 월급도 지급을 못 하는 상황이다.

경기장에는 대한핸드볼협회, 대한펜싱협회, 대한산악연맹, 대한우슈협회, 대한세팍타크로협회 등 12개 체육단체가 입주해서 업무를 보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체육단체들이 업무 정상화 호소문 발표 기자회견을 열자 한 봉쇄 시위 참가자가 항의하고 있다. [연합]

지난 10일 내부로 들어가 장비를 가져오려던 시도는 무산됐다. 입주 체육단체는 시위대 측에 경기장 내부에서 사무기기 등을 챙겨 나올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논의 끝에 체육단체 직원 1명, 집회 측 1명, 경찰 1명으로 조를 짜 들어가기로 합의하며 해결되는 듯했다.

그러나 곧 일부 집회 참가자가 반발했다. 유튜브 라이브 송출 등 내부 진입 과정을 촬영하겠다고 요구를 하자, 체육단체 측에서는 내부 기밀문서, 사무실 비밀번호 등이 유출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해 거절했다. 체육단체들은 빈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다음날인 11일 체육단체가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일터로 돌아가게 해달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자 위협적인 분위기도 벌어졌다. 기자회견 중 50대 여성이 난입하고, 집회 참가자 30명이 몰려와 “부정선거 재선거”, “대진연(대학생진보연합)이냐”, “나라 걱정도 안 하냐” 등 소리를 질러 기자회견을 방해했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기자회견을 중단하고 인근 다른 장소로 이동해 기자회견을 재개했다. 당시 체육단체 관계자들은 각 단체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 펜싱단체 관계자는 “아시아 펜싱 선수권을 앞두고 장비도 보내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장비는 손에 익어야 하는데 보내지도 못하고 있다. 선수들도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 대한체육회는 체육단체의 업무 정상화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다시 열 예정이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집회·시위의 자유는 존중하지만 체육단체가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을 밝힐 계획”이라며 “현재까지 경찰에 집회 측을 고소한다는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속히 경기장에서 업무를 볼 수 있게 되는 게 우선이다”라며 “그게 어렵다면 하루 이틀 정도 시간을 받아, 내부 사무기기라도 빼 와서 정상적인 업무를 봐야 한다. 지금은 아예 마비 상태다”라고 덧붙였다.

“집회 현장 범죄 15건 수사 중”

집회 참가자들이 경기장을 타협 없이 봉쇄하자 범죄도 이어지고 있다. 핸드볼 유소년 선수들이 훈련물품을 갖고 나오는 상황에서 ‘강요’ 혐의 범죄가 발생했고, 경기장에서 빠져나오던 기자가 폭행을 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훈련 물품을 꺼내오던 핸드볼 유소년 국가대표 선수들이 집회 참가자들에게 제지당하는 모습. [독자 제공]

지난 8일 국제공인구 등 훈련물품을 찾기 위해 유소년 선수들이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을 찾자 집회 참가자들은 선수들을 가로막았다. 송파구 관내 투표함이 보관된 경기장 안으로 아무도 들어갈 수 없다는 이유였다.

또 집회 참가자들이 경기장 앞으로 모이며 본격적인 봉쇄가 시작된 지난 5일, 경기장 내부에서 밖으로 나오려던 기자를 가로 막고 폭행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이에 경찰은 엄중 처벌 기조를 밝혔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15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언론인 폭행, 핸드볼 유소년 선수 검문검색, 경찰관 모욕, 참가자 사이 다툼 등 크게 4가지 유형 등 총 15건에 대해 수사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언론인 폭행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수가 다중의 위력을 과시하는 건 굉장히 심각한 범죄”라며 “일단 체포감금죄를 적용하고 있고, 다중의 위력을 보이면 ‘특수’로 형이 가중돼 엄중 처벌 받는다”고 설명했다.

박 청장은 “유소년 핸드볼 선수 검문검색 사건은 일반 강요가 아니라 특수 강요다”라며 “다중 위력을 과시했기 때문에 특수 강요로 의율해서 수사하고 있고 10년 이하 징역이다. 굉장히 형량이 높다”고 말했다.

경찰은 평화적인 의사 표현에 대해서는 적극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박 청장은 “경찰은 송파 집회 현장에 대해 자발적으로 모인 공론의 장으로 보고 있다”며 “평화적 의사표현에 대해서는 헌법상 보장되는 국민 권리기 때문에 적극적 보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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