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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막대한 영업이익과 성과급을 둘러싼 안팎의 논쟁을 바라보는 필자의 마음은 무척 무겁다. 성과급 배분 갈등부터 사회적 배분 압박, 협력사 이익 공유까지 지금의 논의는 안타깝게도 기업의 재원을 소모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최전선에 선 삼성전자에 지금 필요한 것은 핵심인 반도체 원천 경쟁력을 압도적으로 키우고, 이를 지탱하는 전사적 AI 시스템 생태계로 발전시키는 과감한 투자와 구조 개혁이다.
1986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 입사해 35년 넘게 몸담고 퇴임하기까지 역사를 함께한 반도체 공학과 교수로서 감히 한 말씀 드리고 싶다. 최근 AI 투자 붐으로 찾아온 천문학적 이익 모멘텀은 축복이지만, 아쉽게도 경쟁사 대비 잘 준비된 기술력 우위보다는 급격한 수요 증가로 인한 대세 상승 덕분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설계 역량과 파운드리 공정, 첨단 메모리는 물론 모바일과 가전까지 한 지붕 아래 모두 갖춘 세계 유일무이한 종합 전자 기업이다. 이 압도적인 인프라와 유기적인 융합 역량은 누구도 흉내 내기 힘든 삼성만의 고유 자산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미 부문과 사업부 간 차등화된 성과급 차이로 골이 깊어졌다. 시너지가 필요한 부문 간 원활한 협력을 위한 새로운 방안이 필요하다.
빅테크들의 단단한 동맹에 맞서 삼성이 리더십을 지키려면, 심장인 반도체를 강력하게 육성하고 이를 완제품 사업과 긴밀히 연결해 ‘칩에서 완제품에 이르는 전사적 AI 시스템 생태계’를 완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조직의 보상 체계 역시 유연하게 조율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타사업부간 협업이 필요한 R&D와 설계 부서는 전사나 전부문의 영업이익 기준의 ‘전사 공통 AI 성과급’을 일부 적용하여 협업을 유도하고, 설계부터 제조·패키징까지 아우르는 ‘턴키(Turn-key) 인센티브’를 신설해 부서 간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24시간 미세 공정 수율과 가동률이 생명인 ‘반도체 라인 생산 조직’은 별도의 ‘생산성 성과급 제도’를 강화하여 현장의 동기부여를 최고조로 유지해 줄 필요가 있다. 제조 역량의 근간인 메모리와 파운드리의 제조 팹 부문을 ‘공동 운명체’로 재정립하여 생산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 단기적 성과 때문에 구조적인 실적 쏠림으로 파운드리가 소외되거나 사기가 꺾이는 부작용을 해소, 또 다른 많은 황금알을 낳을 수 있는 파운드리의 경쟁력과 투자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협력사 생태계 지원 역시 일시적인 자금 배분이 아닌 ‘기술 인프라 제공’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국내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의 최대 숙원인 웨이퍼 평가와 수율 검증을 돕기 위해, 삼성의 유휴 설비와 이익금을 활용한 협력사 전용 ‘미니 팹(Mini Fab)’을 구축해 주는 방안이 절실하다. 소부장 협력사들이 글로벌 수준의 기술 자생력을 갖추고 반도체 생태계 전체의 체질이 강해질 때, 삼성의 공급망 안정성과 본원적인 사업 경쟁력도 진정으로 동반 상승할 수 있다.
다가올 에지 AI(Edge AI)와 온디바이스 시대의 전장은 휴대폰에서처럼 칩, 하드웨어, OS, AI 알고리즘의 수직계열화 융합 역량이 승부를 결정할 것이다. 우리의 후배들이 파편화된 개별 이익에 안주해 확보된 황금알만 취하는 소모전을 멈추고, 삼성이 가진 종합 전자 회사의 위대한 DNA를 다시 깨워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내부 통합과 보상 체계의 혁신이야말로 삼성전자를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종합 AI 시스템 생태계의 절대강자’로 만드는 가장 지혜로운 생존 전략이 될 것이다
정순문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