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입원하면 보험금 탈 기회? 돈을 이렇게도 벌고 있다니

약관 개정에도 간병인보험 부당 청구 계속
입원만 하면 정액 지급…가족도 간병인으로
외부간병인으로 위장해 150만원 받은 사례도
“현금 아닌 현물 지급 활용법도 고민 필요”


간병인보험은 가입자가 입원해 간병인을 쓰면 비용을 정액으로 보장해 주는 상품이다. 가족이 간병업체에 이름만 올려도 보험금이 나가는 구조여서, 약관을 고친 뒤에도 부당 청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우리나라가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하면서 간병인보험이 하루 10만원대 수준의 간병비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전망됐지만, 보험금을 부당하게 청구하는 문제가 기승을 부리면서 ‘제2의 실손보험’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간병인보험의 약관을 한 차례 강화했는데도 현장에서는 “달라진 게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간병인보험의 전면 개편까지 열어두고 손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간병인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들은 약관을 고친 이후에도 부당 청구가 예전과 비슷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간병인보험 약관) 개정 전후로 손해율에 큰 변화가 없다 보니 회사 차원에서 신·구 약관 계약을 굳이 나눠 관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개정 내용의 효용성이 떨어져 부당 청구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간병인보험 중 주로 쓰이는 사용 보험은 가입자가 입원해 간병인을 쓰면 그 비용을 하루 단위로 보장해 주는 상품이다. 고령화로 간병비 부담이 무거워지면서 찾는 사람이 늘었고, 보험사들이 2020년대 초반부터 앞다퉈 뛰어들며 시장이 단숨에 커졌다. 보험개발원 통계를 보면 간병인보험이 주류를 차지하는 치매·장기간병보험의 신규 가입 보험료(초회보험료)는 2023년 700억3000만원에서 지난해 1435억9000만원으로 2년새 두 배 넘게 뛰었다. 신규 고객이 빠르게 늘어나는, 수요가 살아 있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특히 간병인보험은 베이비붐 세대의 수요가 커 주요 인기 담보 상위권에 꼽히고 있다. 하지만 부당 청구가 계속 이어지면 보장 축소나 보험료 인상 등 성실한 가입자까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입원만 하면 청구 가능…빈틈 큰 상품 구조


그렇다면 왜 부당 청구가 끊이지 않을까. 업계·학계에선 상품 구조 자체가 빈틈이 많은 점을 짚는다. 간병인 사용 일당은 입원만 하면 실제로 간병비를 얼마나 썼는지와 상관없이 정해진 금액이 그대로 나간다. 굳이 입원이 필요 없는 단순 통증이나 염좌 같은 경증에도 입원해 간병인을 쓰는 ‘과잉 신청’이 발생하는 이유다.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환자가 간병인을 쓰는 경우까지 보험금이 나가다 보니, 정작 간병이 꼭 필요한 환자보다 혼자서도 충분히 움직일 수 있는 환자가 간병인을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족이 간병업체에 간병인으로 이름만 올려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대표적인 허점이다. 업계가 가장 흔한 유형으로 꼽는 것도 가족을 간병인으로 등록해 보험금을 타 내는 경우다. 가족이 직접 돌봐 실제로는 돈이 오가지 않았는데, 서류상으로만 간병인을 쓴 것처럼 꾸며 보험금만 타는 식이다. 같은 병실에 입원한 환자들끼리 서로의 간병인으로 등록해 보험금을 나눠 받거나, 아이가 가벼운 병으로 입원했을 때 부모가 간병인으로 등록해 청구하는 사례까지 나온다.

실제 부산의 한 병원에서는 환자가 간병업체와 짜고, 가족에게 돌봄을 받고도 외부 간병인을 쓴 것처럼 서류를 꾸며 15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간병인이 되는 데 별다른 자격이 필요 없다는 점도 악용을 부추긴다. 전문 간병인이 아니어도 간병인 중개 플랫폼에 등록한 일반인이면 누구나 간병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구에 필요한 계약서나 근무일지 같은 서류도 간병업체가 대신 만들어 주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은 2024년 11월 약관을 손질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간병인의 범위를 직업소개 등록 업체 소속으로 좁히고, 중개 플랫폼을 통한 간병인도 인정 대상에 포함해 기준을 명확히 했다. 동시에 보험금 지급 사유를 제한하고, 간병인사용계약서와 근무일지 등 추가 서류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도 새로 만들었다. 형식적인 간병 후 보험금을 부풀려 청구하는 관행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현장에서 체감하는 효과는 크지 않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근무일지를 쓰지 않는 간병업체도 많아, 이걸 내라고 한 개정 내용 자체는 큰 효과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서류 요건을 더해도 그 서류 자체를 업체가 만들어 주는 구조에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또한 업계 안팎에선 개정 전 계약이 손해율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인식이 많지만, 강화된 약관으로 가입한 계약에서도 손해율은 오르고 있다. A 손보사에서는 약관 개정 이후 새로운 약관의 간병인보험 계약 비중이 더 큰데도 “손해율에서 변화가 거의 없다”고 설명한다. 현재의 상품 구조가 이어지는 한 부당 청구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현물 지급도 가능…다양한 활용법 고민해 봐야


간병인보험에는 현금을 주는 사용 보험 말고도, 보험사가 직접 간병인을 보내 주는 지원 보험도 있다. 보험사가 요양보호사를 파견하고, 그마저 어려우면 가입자가 실제 쓴 비용만큼만 돌려주는 방식이다. 손해율도 현금을 주는 방식보다 낮은 편이다.

다만 보험사가 지역마다 간병인을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하는 부담이 있어, 이 상품을 아예 운용하지 않는 회사도 있다. 통제 장치를 갖춘 설계가 있는데도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는 셈이다. 더욱이 간병인보험이 워낙 잘 팔리는 효자 상품이다 보니, 문제를 적극적으로 드러내 손보기보다 시장을 지키는 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금융당국과 국회가 약관을 넘어 상품 구조와 지급 방식까지 들여다보기로 한 가운데, 익명을 요구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잘 팔리는 상품을 만들고 싶어 하면서도 보험금은 되도록 덜 주고 싶어 한다”며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는 상품을 만들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면 잘 팔리지 않는다는 점이 고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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