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한골만’ 추가시간 6분 간절한 외침…광화문 뒤덮은 탄식과 아쉬움 [세상&]

멕시코에 0-1 석패…거리응원장 탄식
광화문서 1만8000명 ‘대한민국’ 외쳐


19일 오전 11시46분께 서울 영등포구 한국투자증권 앞. 경기 종료 10분 전 멕시코 골대 앞에서 한국의 공격이 실패하자 시민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이우중 수습기자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윤승현·이우중·김서현 수습기자] “제발, 제발….”

19일 오전 11시50분께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6분의 후반전 추가시간 내내 시민들은 두 손을 모으고 한국의 공격을 숨죽인 채 지켜봤다. 이강인의 코너킥과 크로스가 이어질 때마다 함성이 터져 나왔지만 끝내 골망은 흔들리지 않았다. 경기 종료 호루라기가 울리자 가득한 응원 인파 사이에서는 탄식과 함께 “아깝다”는 말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날 멕시코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0-1로 패했다. 광화문과 여의도 거리응원장에는 경기 시작 전부터 시민들이 몰렸다. 대한축구협회는 광화문에 약 1만8000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경기 시작 전부터 분위기는 뜨거웠다. 오전 9시30분께 광화문광장·세종문화회관 등 주변 대형 빌딩에 설치된 스크린이 보이는 구역은 발디딜 틈이 없었다.

19일 오전 9시30분께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2026 북중미 월드컵 멕시코전을 기다리는 시민들이 모여 있다. 김서현 수습기자


주최 측은 인파가 몰리자 킥오프 직전 세종대로사거리부터 광화문삼거리 방향 도로까지 응원 공간을 확대 개방했다. 미국대사관 맞은편 버스정류장과 감사의정원 주변까지 시민들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뜨거운 햇빛 아래 양산을 쓴 시민들이 늘어나 현장에서는 “우산을 높게 들어 달라”는 안내 방송도 나왔다.

전반전 내내 응원 열기는 식지 않았다. 골 기회가 올 때마다 환호가 터졌고 기회를 놓칠 때마다 탄식이 이어졌다. 특히 전반 20분께 골키퍼 김승규가 몸을 던져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막아내며 곳곳에서 “김승규”를 연호하는 함성이 쏟아졌다.

팽팽했던 전반전이 0-0으로 끝나자 시민들은 물을 마시거나 그늘을 찾아 잠시 자리를 옮기면서도 경기 결과를 이야기했다. 오전 10시53분께는 종로구청이 “광화문광장 주변이 매우 혼잡하니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안전 안내 문자까지 발송했다.

19일 오전 10시5분께 예상보다 늘어난 인파로 추가 통제된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 시민들이 앉아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윤승현 수습기자


하지만 후반 5분 멕시코의 선제골이 터지자 현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세종문화회관 라운지에서 더위를 피해 쉬고 있던 시민들까지 밖에서 들려오는 함성에 뛰어나왔지만 실점 사실을 확인하고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응원석에서는 비명에 가까운 탄식이 터져 나왔고 일부 시민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멕시코 국기를 들고 있던 한 관람객이 조심스럽게 주먹을 들어 올린 순간 주변에서는 씁쓸한 웃음이 흘렀다. 붉은악마는 곧바로 “아리랑”, “대한민국” 응원을 이어가며 분위기를 되살리려 했다. 시민들 사이에선 “괜찮아”하는 외침도 들렸다.

“연차 내고 왔는데…” 허탈하지만 3차전 기대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응원석 분위기는 무거워졌다. 후반 29분 김승규의 슈퍼세이브에 안도의 한숨이 터졌고 결정적인 공격 기회가 무산될 때마다 시민들은 이마를 짚거나 고개를 떨궜다. 교체 투입된 조규성이 연이어 헤더를 시도했지만 경기 결과를 바꾸진 못했다.

경남 거창에서 올라왔다는 신세진(34) 씨는 “지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마지막까지 힘내서 꼭 이기면 좋겠다”며 “이번이 손흥민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더 응원하게 된다”고 말했다.

여의도 거리응원장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후반 들어 더위에 지친 시민들이 그늘을 찾아 이동했고 중간중간 빈자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이 공격에 나설 때마다 시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함성을 질렀다.

19일 오후 12시20분께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응원을 마친 시민들이 경기가 끝난 이후에도 남아 있는 모습. 윤승현 수습기자


경기 종료 후 시민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광장을 빠져나갔다. 이영재(59) 씨는 “멕시코 골키퍼가 너무 잘해서 아쉽지만 탈락은 아니지 않느냐”며 “이런 대규모 거리응원은 처음인데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아쉬움 속에 발걸음을 돌린 시민들은 벌써 다음 경기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한국은 오는 25일 목요일 오전 10시(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거리응원에 나선 상당수 시민도 “다음 경기에는 다시 나오겠다”고 입을 모았다.

2002년 월드컵 유니폼을 입고 온 최명락(73) 씨는 “체코전 때 역전승을 거둬 오늘도 기대했는데 아쉽다”면서도 “그래도 다음 주 경기에 또 광화문에 나올 생각”이라고 했다.

연차를 내고 응원에 나왔다는 박용진(30) 씨는 “지난주 회사에 사정해서 쉬고 나왔는데 이겨서 이번에도 같은 방법을 썼다”며 웃은 뒤 “오늘은 아쉽지만 다음 주에도 다시 응원하러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