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하한 변경’ 사무처 결정은 문제”…중앙선관위 내부서 뒤늦은 비판

이해식 의원, 중앙선관위 내부 회의록 입수
4일 새벽 중앙선관위 회의에서 비판 발언 나와
“상·하급 지휘체계 무너져 이번 사태 키워”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투표용지 부족사태 등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전체회의에 앞서 노태악(오른쪽)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위철환 선관위원장 직무대행이 대화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진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다음 날 새벽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회의에서 “중대한 사태 초래가 예상되는 투표용지 인쇄 하한선 결정이 중앙위원회에서 논의되지 않고 사무처에서 시행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제대로 된 절차는 아니다”는 내부 비판이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선 본투표일 투표용지 인쇄 하한을 60%에서 50%로 낮추는 내용의 공직선거관리규칙 개정안이 지난해 중앙선관위 회의에 보고됐으나 별다른 논의 없이 지나쳤는데, 사태가 터지자 뒤늦게 절차에 대한 지적이 중앙선관위 내부에서 나온 것이다.

24일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중앙선관위 제11차 회의록에 따르면 익명의 한 선관위원은 “투표용지가 부족해서 국민의 일부분이 투표를 못하거나, 선거권 행사가 지연되는 것은 엄청나게 중대한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본투표일 다음날인 지난 4일 00시 38분부터 1시 50분까지 열린 이 회의에는 ‘투표용지 부족상황 관련 향후 대책’이 보고됐다.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과 위철환 상임위원 등 선관위원 5명이 참석하고 2명이 불참했다.

이 선관위원은 “중앙선관위 위임전결규정에 개정사항 중 중요사항은 사무총장 전결로, 일반사항은 실장 전결로 나와 있고 개정사항은 일선에 시달된 걸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11월24일 열린 중앙선관위 제15차 회의에 보고된 ‘공직선거관리규칙 등 개정사항 검토(안)’의 1페이지에는 ‘선거일 투표용지 인쇄매수 산정비율 축소’라는 제목 하에 “인쇄매수 산정비율을 70(지선 60%)→60%(지선 50%)”라고 명시돼 있다. 노 전 위원장은 당시 보고사항애 대해 질문이나 의견이 있는지 물었으나, 별다른 논의 없이 다음 안건 논의로 넘어갔다. 이후 지난해 12월 사무총장과 선거정책실장 전결로 투표용지 인쇄 축소 지침이 시행됐다.

노 전 위원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에 참석해 인쇄용지 하한 변경 보고에 대해 오락가락한 입장을 내놨다. 인쇄용지 하한 변경이사무총정 전결로 처리된 데 대해서는 “그렇게 알고 있다”고 인정하했다 다만 사전 보고 여부에 대해서는 “짧은 보고는 했었을 것”이라면서도 보고 받은 기억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 송파구선관위의 보고 체계가 작동하지 않아 투표용지 부족사태가 악화했다는 지적도 선관위 새벽 회의에서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선관위원은 “최초 투표용지 부족 예상 시 송파구위원회에서 서울시위원회로 오전 11시40분께 문의했는데, 중앙위원회에 보고하지 못한 부분은 상·하급 위원회 간 지휘체계가 무너졌고 이번 사태를 키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중앙선관위 회의록을 보면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단순한 현장 실수가 아니라 보고 및 지휘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조직적 실패였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났다”며 “선관위는 조직 전반의 의사결정 과정과 보고 체계에 대한 책임을 국민 앞에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