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배터리·태양광 3대 핵심…도시 전체가 ‘산업 플랫폼’

중국판 실리콘벨리 ‘허페이’를 가다
중국 국가 주도 미래산업 육성 사활
AI+스마트제조로 미래 생태계 육성
“정부 역할, 필요한 자원·공간 제공”


안후이성 허페이혁신관에 위치한 ‘인공 태양’프로젝트의 3D 조감도. 정목희 기자


‘중국제조 2025’와 ‘신질생산력(新質生産力)’을 앞세운 중국이 국가 주도로 미래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신질생산력은 인공지능(AI)과 우주·항공, 첨단 제조업 혁신을 통해 고효율·고품질의 경제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산업 전략이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11~13일 기자가 찾은 ‘중국판 실리콘밸리’ 안후이성 허페이시의 산업단지 기업들은 기술 자립과 공급망 안정화를 향한 중국 기술굴기의 최전선이었다.

중국 대표 대도시 난징에서 북서 방향으로 차로 2시간 달리면 나오는 허페이는 더 이상 내륙의 농업 도시가 아니었다.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AI 기업이 집결한 첨단 산업도시로 변모하고 있었다. 허페이시는 에너지·배터리·태양광을 3대 핵심 산업으로 삼고, 여기에 AI와 스마트 제조를 결합해 미래 산업 생태계를 키우고 있다. ▶관련기사 6면

허페이 산업도시 모델의 핵심은 지방정부가 기업의 ‘조력자’이자 ‘투자자’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허페이시는 전기차 기업 니오가 위기에 처했을 때 대규모 자금 조달을 통해 회생을 도왔으며, 그에 앞서 디스플레이 기업인 BOE도 비슷한 방식으로 키워냈다.

정부가 기업의 사업 방향을 직접 통제하기보다 자금, 부지, 인재, 산업 생태계를 제공하고, 기업은 성장으로 도시 경제에 보답하는 구조다. 사실상 지방정부가 벤처캐피털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 결과 허페이에는 AI 음성인식 기업 아이플라이텍, 전기차 업체 니오, 배터리 제조사 고션하이테크, 태양광 인버터 기업 선그로우 등 중국 미래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집결했다.

허페이의 산업전략은 개별 기업 육성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과학기술대학(USTC), 혁신관, 연구기관, 지방정부, 기업이 하나의 생태계처럼 움직인다. 안후이 혁신관에는 인공태양 핵융합, 양자 기술, AI 로봇, 신소재, 신에너지차 등 2600여건의 혁신 성과가 전시돼 있었다.

안후이성은 현재 6대 핵심 과학장치를 운영·건설 중이며 향후 13개 국가급 과학 연구 장치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기초과학에서 산업화, 상용화로 이어지는 중국식 기술굴기의 압축판인 셈이다.

안후이성 정부 관계자는 “기업의 사업 방향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자원과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정부 역할”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윈-윈’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산업 안보를 두고 벌이는 중국과 미국의 경쟁은 허페이시를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키우려는 안후이성의 생존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관계자는 미국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정책과 그로 인한 예측 불가능한 사업 환경이 산업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 공급망에 대한 규제와 기술 인력의 출입국 문제 등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우리(중국)는 열려 있지만, 상대방(미국)은 닫혀 있다”고 지적했다. 허페이=정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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