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국 달래러 간 루비오…‘이란 문제’ 트럼프·밴스에 미묘한 선 긋기

이란 탄도미사일·대리세력 등 우려하는 중동 국가에

루비오 “동맹 관계에 감사”…호르무즈 통행료 구상도 경고

‘유화적’인 트럼프·밴스와 달리 ‘강경’ 입장 강조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25일(현지시간) 바레인 마나마에서 걸프 지역 외교장관들과 회담을 마친 뒤 미 공군 C-17 글로브마스터 III 수송기에 탑승하며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미국과 이란의 협상을 둘러싼 중동 국가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JD 밴스 부통령과는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이란과의 합의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은 유화적인 접근을 강조한 반면, 루비오 장관은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루비오 장관의 바레인 마나마 방문과 걸프 지역 외교장관들과의 회동이 미국과 이란의 협상 과정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중동 국가들을 달래기 위한 행보라고 평가했다.

중동 국가들은 이번 협상이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드론 전력, 예멘 후티 반군 등 친이란 대리세력 지원 등 문제를 충분히 다루지 못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워싱턴 싱크탱크 걸프국제포럼의 다니아 타페르 사무총장은 “현재 상황은 전쟁 이전보다 오히려 더 불안하다”며 “중동 국가들은 과거 이 정도 규모의 공격을 지속적으로 받은 적이 없었고, 기존의 모든 레드라인이 무너졌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루비오 장관은 회동에서 “이번 합의의 어떤 내용도 걸프 지역 파트너들의 안보와 안정, 번영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안보뿐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동맹 관계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회담 이후 GCC 회원국들과의 공동성명에서는 “지속 가능한 지역 평화와 안보를 위해서는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드론, 역내 대리세력 지원 문제까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선 “통행료와 수수료 부과, 통제권 행사 시도를 거부한다”고 했다.

이란 지도부, 탄도미사일, 대리세력 등 트럼프·밴스와 입장차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으며, 그 뒤에는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서 있다. [로이터]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루비오 장관의 발언은 이란 문제와 중동 현안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 및 밴스 부통령의 입장과 미묘한 온도차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차기 공화당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밴스 부통령과 루비오 장관이 이란에 대한 상이한 의견을 드러냈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CNN은 평가했다.

미 CNN 방송은 루비오 장관이 중동 순방 기간 걸프 국가들의 우려를 달래는 데 주력하면서도 “논란이 된 양해각서(MOU)를 적극 옹호하기보단 합의 내용과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보다 신중하고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가장 뚜렷한 차이는 이란 지도부에 대한 인식이다. 루비오 장관은 바레인 방문 당시 “이란 체제는 급진적인 성직자들에 의해 통치되고 있으며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이란 지도부를 “종교적 광신도”라고 규정했다. 이는 불과 일주일 전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이 이란 지도부가 변화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비교적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25일(현지시간) 바레인 마나마에서, 걸프지역 외교장관들과의 회담을 마친 뒤 바레인 국제공항을 떠나기에 앞서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에서도 차이가 드러났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탄도미사일에 대해 “다른 나라들도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란도 어느 정도는 미사일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 것과 달리 루비오 장관은 쿠웨이트에서 열린 회담에서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위협으로부터 걸프 국가들을 보호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헤즈볼라와 하마스 등 이란의 대리세력에 대한 대응을 놓고도 루비오 장관의 입장은 차이가 있었다. MOU에는 이란의 대리세력 지원 중단이 명시되지 않았지만, 루비오 장관은 “미국과 이란 및 양국 동맹국들이 적대 행위와 무력 사용을 중단한다”는 조항이 사실상 이란의 대리세력 지원도 금지하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란의 대리세력이 이라크에서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하고 하마스와 헤즈볼라처럼 테러 활동을 계속하는 한 중동의 적대행위는 끝날 수 없다”며 “MOU를 자세히 읽어보면 이 문제도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레바논 문제를 둘러싼 해석도 엇갈렸다. 루비오 장관은 레바논에서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은 미국·이란 평화협상과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레바논은 주권국가인 만큼 미국은 레바논 정부와 직접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밴스 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MOU가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모두에 적용된다며 “헤즈볼라는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중단해야 하고 이스라엘도 레바논에서 군사행동을 확대해서는 안 된다. 양측 모두 합의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NN은 “루비오 장관이 공화당 내 우려를 완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그의 설명이 실제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입장과 완전히 일치하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며 “그가 공개적으로 발언을 시작할수록 이란 합의를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 밴스 부통령과의 미묘한 시각 차이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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