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안보 위기 하향 초읽기…나프타 수출 제한 풀고 차량 요일제 완화 검토

호르무즈 내 韓 발 묶였던 26척 중 23척 빠져나
변수는 호르무즈 긴장 재점화…정부 “종합적 판단”

호르무즈 해협. [AP]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중동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였던 한국 선박들이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이후 대부분 해협을 빠져나오면서 정부의 비상조치들이 정상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이르면 조만간 나프타 수출 제한 조치 해제와 차량 요일제 완화를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전날 0시를 기해 7차 석유 최고가격을 6차 대비 150원 인하했다.

지난 3월 13일 고유가 파고를 막아내는 방파제로써 석유 최고가격제가 도입된 이후 첫 하향 조정이다.

당초 산업부는 조정 주기상 지난 19일에 7차 가격을 새롭게 지정해야 했지만, 당시만 해도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유동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기존 6차 가격을 일단 연장한 바 있다.

불과 열흘여 만에 전격 인하 조처를 내린 것은 그사이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량이 눈에 띄게 늘고 국제유가가 급락하는 등 시장 환경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전날 호르무즈 해협 내 한국 선박 2척이 추가로 해협을 빠져나오면서 해협 안쪽에는 한국 선박 3척만 남게 됐다. 이 가운데 두바이항에서 수리 중인 나무호는 다음 달 중순 이후 출항이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2척은 선적 등을 마치는 대로 해협을 빠져나올 예정이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선박을 제외한 한국 선박이 모두 해협을 빠져나온 셈이다. 지난 2월 말 중동 전쟁 발발로 해협에 발이 묶인 지 넉 달 만이다.

실제로 한때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는 다시 70달러 안팎까지 내려오며 전쟁 직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국제유가가 90달러대를 이어갈 것이라던 국내외 연구기관의 전망이 무색하게, 그동안 시장을 짓눌렀던 공급 부족 우려가 빠르게 완화된 결과다.

석유 최고가격 첫 인하 조치로 물꼬가 트이면서 중동 위기 직후 도입됐던 석유화학 원료 관련 비상 대응 조치도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며 나프타 수급에 비상이 걸리자 지난 3월 27일부터 나프타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물량 전량을 국내 수요처로 돌렸다.

원유를 정제해 만드는 나프타는 석유화학 산업의 필수 기초 원료로, ‘산업의 쌀’로 불린다.

이를 통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생산해 플라스틱, 섬유, 고무, 포장재, 비닐 등 다양한 산업의 출발점이 되며 반도체, 자동차 등 산업에도 사용된다.

한국은 국내 나프타 수요의 45%를 수입에 의존하는 데다 중동산 비중이 77%에 달해 중동 전쟁으로 수급에 큰 타격을 받았다.

나프타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한때 종량제 봉투·의료용 수액 팩 대란 소동이 생기기도 했다.

이어 정부는 4월 15일에는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벤젠, 톨루엔, 자일렌, 기타 유분 등 7개 기초 유분에 대해 매점매석 금지 조처를 내렸다.

이후 정부가 미국, 인도 등으로 나프타 공급망을 신속히 다변화하며 중동 의존도를 낮춘 끝에 나프타 확보량은 평시 대비 83%까지 높아졌다.

이에 따라 한때 55%까지 떨어졌던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률은 최근 70% 중후반 수준으로 회복되며 전쟁 전 평상시 가동률 80%에 육박했다.

나프타 수급이 안정 궤도에 접어들자 정부는 당초 8월 말까지 적용하기로 했던 ‘나프타 수출제한 및 수급 조정에 관한 규정’을 이르면 다음 주 중 조기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경계’ 단계로 격상해 유지해온 원유 자원안보 위기경보의 하향 조정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원안보 위기경보가 4단계 중 ‘경계’(3단계)에서 ‘주의’(2단계)로 하향되면 공공기관 차량 2부제는 5부제 시행으로 전환된다.

다만 변수는 있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선박 공격을 계기로 미국과 이란이 공습과 보복에 나서면서 어렵게 도출된 휴전 합의가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나프타 수출제한 및 수급조정에 관한 규정’의 조기 폐지 여부는 중동 정세 및 호르무즈 통항 재개 상황, 나프타와 석유화학제품의 가격 및 수급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사항으로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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