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강경파, 후속 법안에 ‘공소심의회’ 담아
법조계 “보완수사, 완결성 위해 필요…요구권 보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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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 깃발 [연합] |
[헤럴드경제=최의종 기자] 정부가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검찰개혁 기본입장으로 정한 가운데, 범여권 강경파는 지역 시민으로 구성된 공소심의회(공심회)가 주요 사건 기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발의했다. 보완수사권 폐지가 현실화 될 경우 범죄 피해를 입은 사회적 약자가 더 취약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기소 판단까지 정치적 편향성에 휘둘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김민석 국무총리의 브리핑으로 ‘보완수사권 폐지가 정부 기본 입장’으로 굳어진 이후 법조계에선 이에 대한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단순히 보완수사권 행사 당사자인 검찰 내부를 넘어 범죄 피해자 대리 경험이 많은 변호사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국회에 공을 넘기면서 사실상 더 이상의 논의없이 범여권의 드라이브대로 보완수사권 폐지 결론으로 흐르게 됐기 때문이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보완수사권 폐지가 현실화되는 상황과 관련해 헤럴드경제에 “기본적으로 수사가 많이 지연될 것”이라며 “수사의 완결성 측면에서는 잘하는 경찰은 잘하겠지만 못하는 경찰은 똑같은 시간이 부여된다고 가정해도 같은 결과물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보완수사권이 단순히 1차 수사기관의 역량 부족 차원이 아니라 사건 처리 지연 방지와 완결성 보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아동, 장애인 등 범죄 피해에 더욱 취약한 사회적 약자 관련 사건에서 보완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힌 사안이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학대로 인한 아동 사망 사건으로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던 이른바 ‘해든이 사건’도 그중 하나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부장 김용규)는 지난 4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를 받는 30대 여성 A씨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보복협박) 등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B씨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전남 여수에서 생후 4개월 영아 해든이(가명)가 학대당해 숨진 해당 사건은 지난해 10월 22일 경찰이 친모인 A씨를 긴급체포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해든이는 A씨 체포 4일 뒤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숨졌다. 경찰은 같은 달 31일 A씨를 ‘과실범’으로 보고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이후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홈캠’에 주목했다. 생후 4개월 영아인 만큼 홈캠이 설치됐을 것으로 봤다. 검찰은 직접 보완수사를 벌이며 12일분 홈캠 파일 약 4800개 영상과 음성을 들여다봤다. 검찰은 A씨가 평소에도 강도 높게 신체적으로 학대했고, 단순 익수 사고로 보기 어려운 외력에 의한 신체 손상으로 숨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A씨가 과실로 해든이를 숨지게 한 것이 아닌 고의를 갖고 살해한 사건이라고 판단해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아울러 경찰 수사단계에서 입건되지 않았던 친부 B씨가 학대를 보고도 지속해서 방치했던 정황과 주요 참고인을 여러 차례 협박한 정황을 확인하고 함께 재판에 넘겼다.
청년층에게 민감한 주거 문제와 직결된 전세 사기 사건도 검사 보완수사로 실체 규명된 사례가 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경찰이 혐의가 없다며 불송치 결정한 전세 사기 총책 범죄집단 조직 사건에 재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이 불송치를 유지하자 직접 보완수사를 벌였고 경찰 단계에서 수사되지 않은 조직원 5명의 범죄집단 가입·활동 혐의를 확인해 기소했다.
성폭력 사건도 보완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 김 총리 브리핑 이튿날인 26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검찰개혁이 성폭력 피해자에게 개악이 돼서는 안 된다”며 “부당한 결과에 최소한 제동을 걸 수 있는 피해자 이의제기 권리는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보전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범여권 강경파가 낸 검찰개혁 후속 법안에 검찰의 일부 기소 권한까지 지역 시민으로 구성된 공심회에 넘기는 내용이 담겨 논란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발의에 참여한 만큼 향후 입법 논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다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등은 지난 26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헤럴드경제가 확보한 이들 발의 법안의 제246조 3항에는 검사의 공소제기 여부의 적정성을 심의·의결하고, 그 의결에 따라 해당 사건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각 지방법원에 공심회를 두는 내용이 담겼다. 공심회는 그 관할 구역 내 거주하는 만 20세 이상 국민 주민등록정보에서 100명 이내 위원 후보자 정보를 무작위 추출하고, 이 중 9명 심의위원을 선정하도록 했다.
문제는 관할 구역 내 거주자가 공심회 심의위원으로 구성돼 지역적 편향성을 띨 수 있고, 나아가 정치적 편향성까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본질적으로 사건 당사자 입장에서 일반 시민이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것에 불합리성을 느낄 수 있다는 문제점도 지적된다.
장애인권법센터 대표인 김예원 변호사는 “담당 경찰, 수사관이 여력이 안 되면 내부 수사심의관이 돕는 등 기관 간 선의로 협력할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범여권 의원들 발의 법안의 공심회와 관련해선 “형사기록을 읽을 수 없는 무관한 사람이 기소 여부를 다투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