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반도체에 배터리·디스플레이까지…‘AI 패권’ 초대형 베팅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등 베일 벗어
데이터센터, MLCC·기판 등 소재·부품도
대규모 프로젝트로 국가 AI 경쟁력 향상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가동도 앞당겨져
피지컬 AI 핵심 거점으로는 영남권 부상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권에 제2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포함한 초대형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총 1000조가 넘는 이번 투자는 ▷반도체 ▷AI로봇 등 피지컬 AI ▷AI데이터센터 등을 총 망라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국가 AI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전공정+후공정’ 투자로 거대 반도체 생태계 조성=정부와 재계는 29일 오후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국민보고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참석해 1000조가 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설명했다.

양사의 이번 투자를 두고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동시에, 이번 초호황을 반도체 밸류체인의 확장과 제조업 고도화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우선 확실한 메모리 초격차를 확보하고, AI 시대 미래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3S + 1F’ 전략을 수립·발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용인 국가산단과 일반산단의 최종 팹 완공 시점을 각각 7년, 12년 단축해 향후 5년 내 메모리 생산 능력을 2배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을 확보해 경쟁국의 추격을 따돌린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원래 2042년까지 총 360조원을 투입해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에 총 6기의 팹을 건설하고, 2030년 1기 팹을 가동할 계획이었다. 다만 토지 보상률은 지난 3월 기준 43%에 머물러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2월 첫 삽을 뜨며 삼성전자보다 빨리 공사를 시작한 SK하이닉스는 총 600조원을 투자해 팹 4기를 짓기로 했다. 2027년 2월 용인 클러스터 1기 팹을 가동할 예정이다. 당초 2044년까지 순차적으로 구축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2034년으로 10년 가까이 당겼다.

특히, 서남권에 총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팹(4기)을 조성하기로 했다. AI 반도체 수요 폭발로 공급난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경기도 용인에 이어 호남에 추가로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해 메모리 쇼티지(공급부족) 사태를 해소한다는 전략이다.

당초 반도체 후(後)공정 패키징 기지가 들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양사는 고용 창출 및 경제 효과가 더 큰 전(前)공정 팹(fab·공장)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로써 설계·장비·소재 협력업체가 함께 집적되는 거대한 반도체 산업 생태계가 구축될 전망이다.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과 석·박사급 전문인력 등 고급 인재의 유입은 물론 산학협력과 전문인력 양성 기반 확대도 기대된다.


충청권에 패키징 시설 확대…서남권 잇는 반도체 벨트=정부는 이와 함께 충청권에 81조원을 투자해 패키징 거점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폭증하는 첨단 반도체 수요에 맞춰 후공정 생태계 확충이 시급한 만큼, 온양·천안신규 HBM 팹 건설과 청주HBM 패키징 투자 등이 적기 이행되도록 밀착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또 동남권과 대경권의 경우 반도체 소부장 수요의 동반성장에 대비하기 위한 ‘소부장 혁신 거점’으로 조성한다. 이곳에서는 반도체 생산 확대의 핵심 조건인 소부장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전력반도체와 같은 미래 반도체도 집중 육성한다.

아울러 삼성디스플레이의 충남 아산·천안 사업장에도 투자를 단행해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AI 특수를 누리고 있는 반도체 기판과 MLCC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삼성전기의 세종·부산 사업장도 추가 투자 대상으로 거론된다.

SK하이닉스는 기존에 경기 이천캠퍼스와 충청 청주캠퍼스를 운영 중이고,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도 1기 팹을 건설 중이다.

여기에 최근 반도체 초호황으로 인해 글로벌 메모리 공급 부족이 심화하면서 최 회장이 5년 내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리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또 유망한 유망한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선도전(Spearhead)에도 총력을 기울인다. 차세대 메모리, 엣지용 AI 반도체(On-Device, On-Sensor 등), 국방반도체 등 아직 시장 규모는 작으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반도체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향후 15년간 30조원 이상의 대규모 재원을 투입한다. 이를 통해 R&D-설계-실증-제조에 이르는 전주기 지원체계를 마련한다.

정부는 수도권의 경우 부지 확보와 추가 전력 공급이 쉽지 않은 반면 호남은 이들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호남은 태양광과 풍력 등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갖고 있어 글로벌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규제에 대응하기도 좋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는 비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력·용수 등 기반 시설 설치비를 최대 100% 국비로 지원하는 등 내용으로 반도체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을 내놨다.

피지컬AI 육성 및 대규모 AI데이터센터 구축=정부는 이외에도 AI로봇 등 피지컬AI와 AI데이터센터 등의 분야에도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정부는 글로벌 시장의 판세가 확정되지 않은 지금이 AI로봇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승부처라고 보고, AI 로봇 글로벌 3강 도약을 위한 ‘3M 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리의 강점인 주력 제조업과 로봇산업의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제조업 AI 전환(M.AX)을 가속화한다. 로봇, AI, 수요제조업 등 연관 분야의 1500여개 기관이 참여하는 M.AX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업종별 특화 AI 로봇을 개발하고 매년 1000대 이상 현장에 보급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통해 정장 기반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우선 SK, GS, 네이버와 협력해 1단계로 8.4GW (SK 5GW, GS 2.4GW, 네이버 1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3개 기업은 투자 유치를 포함해 약 550조원을 투자한다. 아울러, SK와는 1단계에서 구축하는 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2035년까지 15GW로 확장하는 2단계 프로젝트도 추진할 계획이다.

김현일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