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무칭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여성 이야기…범죄는 복합적 문제”[인터뷰]

‘한 여성 살인범의 초상’ 한국어판 출간
“생명 보호하려면 범죄 동기 이해 필요”


후무칭 작가가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본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린위루는 가해자이자 피해자라고 생각합니다. 타이완에서 사회학, 범죄학적으로 봤을 때 모든 가해자는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범죄자가 빈곤과 연관돼 있고요. 좋은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싶지만 사회적 환경이 받쳐주지 않아서 죄를 저지른 경우 우리는 그 사람을 나쁘게만 볼 수 있을까요. 모든 범죄 사건은 어느 정도 사회적 이유와 연관돼 있습니다.”

지난 2009년 린위루가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 남편을 잇달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을 때 타이완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기소, 재판을 거쳐 사형이 확정될 때까지 그는 전례 없는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됐고, ‘희대의 패륜 며느리’, ‘검은과부거미’로 낙인찍혔다.

혐오의 여론만 들끓는 가운데 타이완의 저널리스트 겸 논픽션 작가 후무칭(胡慕情·43)은 그가 어떻게 살인을 저지르게 됐는지에 관심을 가졌다. 린위루와 주변인들을 취재한 기록과 그의 자서전을 더해 ‘한 여성 살인범의 초상’으로 펴냈다. 살인범의 목소리를 담은 책은 다시 논쟁을 불러일으켰지만, 2024년 오픈북 도서상 연간 중국어 창작상과 2025년 타이베이 국제도서전 논픽션 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2025년 금정상 논픽션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최근 ‘한 여성 살인범의 초상’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석하러 온 후무칭 작가를 최근 서울 강남구 코엑스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가 살인범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하철역에서 4명을 무차별 살해한 21세 남성 정제가 “이 세상에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을 보고, ‘타이완 사회가 왜 살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주목하지 않나’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특히 남성의 살인은 언론의 엽기적 소비 대상이 되지 않는 반면, 여성의 살인은 가정 문제나 치정 문제로 간단히 축약되고 공격의 도마에 오른다는 점을 발견했다.

“린위루가 체포되고 나서 바로 처벌해야 한다, 말을 들어볼 필요가 없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그런데 범죄자의 목소리에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핵심 동기를 찾을 수 없고, 범죄가 또 발생할 수 있다. 여성 살인범은 이런 복합적인 사회적 요인을 전형적으로 나타내는 사례라고 생각해서 선택했다”고 작가는 말했다.

책의 제목처럼 그는 린위루라는 살인범의 다층적인 ‘초상’을 보여준다. 처음 만났을 때도 대중매체에서 말하는 흉악한 이미지가 아니라 오히려 친절하고 예의 있는 인상이었다고 한다.

평범한 여성이었던 린위루는 성폭력과 가정폭력, 성차별을 당하면서 결국 살인에 이르게 된다. 살인 역시 남편만 죽였다고 인정하고,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는 남편이 살해했다고 주장한다. 재판 과정에서 린위루에게 지적 장애가 있다는 것도 확인됐다.

후무칭은 “범죄자에 대해 사람들은 악인이다, 선인이다 평가하거나 원래 심성이 나쁘다, 사회적 문제 때문이라고 단정 짓는다. 그러나 두 가지가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무려 3년에 걸친 취재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교도소에 있는 사형수와 이야기하는 데는 많은 제약이 있었고, 린위루는 인터뷰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거나 동성 결혼을 제안하는 등 기이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

그는 “동성 결혼을 요구했을 때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기자 생활을 오래 했는데 이런 제안은 처음이었다. 포기해야 하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하지만 계속 감정적 교류를 하는 과정에서 사형수가 거짓말만 하진 않는구나, 진실을 말하기도 하고 본인이 하고자 하는 말이 분명히 있구나 해서 포기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살인은 생명과 관련되고 사회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문제인데, 답을 찾으려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후무칭 작가가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본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하면 안 된다’는 말처럼 범죄자의 이야기를 쓰는 것 자체가 지탄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후무칭은 ‘이해’를 시도한다.

그는 “범죄가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그 사람의 죄를 씻어주고자 함이 아니라, 이해함으로써 범죄를 방지하고 모든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불편하고 어려운 과정이지만 이를 통해 좀 더 나은 사회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린위루가 줄다리기 끝에 자서전을 써서 보낸 것은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써 보라고 한 성과였다. 작가는 “린위루가 책이 출간되기 전부터 굉장히 기대하고, 출간된 후에는 감옥 내 수감자들에게 다 얘기하며 기뻐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타이완에서 2024년 이 책이 출간된 후 같은 해 9월 타이완 헌법재판소는 살인 등 가장 중대한 범죄에 한해 사형제의 정당성을 인정하면서도, 정신 장애나 심신상의 결함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사형 선고와 집행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린위루 사건도 사형 판결의 정당성을 다시 다툴 가능성이 열렸다.

이 같은 변화에 책이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작가는 “내 책의 영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이전부터 사법 체제의 문제를 지적한 인권 단체의 도움이 있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는 다만 “타이완의 대중들이 범죄가 얼마나 복잡한 문제인지 이해하게 돕지 않았나 싶다”며 “일부 독자들은 책을 읽고 나서 ‘사형에 대해 관점이 바뀌게 됐다’, ‘린위루가 내가 알고 있던 것과 완전 다르다’는 피드백을 보내줬다”고 했다.

작가는 앞서 지난 2월에도 절벽에서 하강하는 운동을 하다 5명이 사망한 사건을 다룬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후속작을 위해 지난해 화롄에서 지진으로 강에 토사물이 내려와 심각한 환경 문제가 발생한 사건과 한 할머니가 간병하던 남편을 망치로 살해한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기도 하다.

후무칭은 “할머니 사건은 타이완 사회가 고령화 시기로 접어들면서 장기 간병 압박이 큰 상황에서 발생했다”며 “할머니의 스트레스 주요 원인은 오히려 정신 질환을 앓는 손자였는데, 손자의 어머니는 장애 아동 특수 교사였는데 본인의 아들은 돌보지 않고 채 할머니에게 전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장기 돌봄이 복합적 문제고, 성에 관련된 문제도 있어서 사회적으로 다시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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