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65세가 무슨 노인? 75세로 올려도 찬성”
연령 상향 시 65세~69세 64만명 쟁점
서울시, 매년 한살씩 올리는 대구 사례 검토
뉴욕·파리는 50% 할인, 런던은 무료
교통연구원 “기초연금 수급자 기준으로 차등 요금제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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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지하철 개찰구. [연합] |
[헤럴드경제=손인규·박병국 기자] “우리가 타면 얼마나 탄다고. 돈을 내고 타야 한다면 두 번 타던 거 한 번 타게 될 거고, 그럼 덜 움직이니까 건강도 나빠지지 않을까요. 지금처럼 하면 좋겠는데요”(최 모 씨, 68)
“요새 65세가 노인인가요. 지하철 적자도 많다던데 저랑 남편은 일부러 돈 내고 타요. 70세 아니, 75세로 올려도 될 거 같아요.”(이 모 씨, 69)
26일 오전 서울지하철 8호선 가락시장역. 출근 시간이 조금 지나자 하차하는 승객 중 상당수가 60세 이상 노인이었다. 시장과 연결된 지하철역이어서 그런지 바퀴가 달린 카트나 장바구니를 든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헤럴드경제는 서울시가 추진 중인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상향에 대한 시민들 의견을 들어봤다. 찬반 의견이 모두 나왔다. 있던 혜택을 없애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거부감을 드러낸 경우도 있다. 반면 65세는 아직 노인이라고 하기엔 젊다는 이유로 나이 기준을 올리는데 찬성한다는 입장도 있었다.
가락시장역에서 만난 이 모 씨(68)는 “출퇴근에 하루 교통비만 3000원이 넘게 든다. 한 달 교통비가 8만원 넘게 나올 때도 있다”며 “돈 많은 분들이야 큰 상관 없겠지만 저처럼 벌이가 많지 않은 사람도 많다. 그걸 못 받는다고 하면 아쉬울 거 같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이씨 처럼 무임승차 대상자이지만 오히려 요금을 내고 타는 경우도 있다. 김 모 씨(69)씨역시 “저는 무임승차 대상이지만 경로우대 교통카드도 발급받지 않았다”며 “아직 일하는 상황인데 노인 취급을 받고 싶지 않다. 70세로 올리는 거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높이는 방안은 서울시가 70세 이상 어르신의 버스 무임승차를 지원하는 방안과 연계해 추진된다. 70세 이상 버스 무임승차 지원은 오세훈 서울시장 선거 공약중 하나였다. 오 시장은 지난 19일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와 면담을 진행했다. 다음 달 초에는 어르신·전문가·시민이 참여하는 공청회가 열린다.
특히 7월 초에 열리는 공청회에서는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상향에 대한 방법론이 논의될 전망이다.
쟁점은 무임승차 연령이 상향될 경우 무임승차 대상에서 제외될 65~69세 사람들이다. 지난 4월 27일 기준 서울시 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이 연령대에 해당하는 인구는 약 64만8000명이다. 대한노인회 서울연합회 관계자는 “7월 초 이뤄지는 공청회에서 65~69세 등 이미 무임승차를 하고 있는 연령대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연령 상향에 대구시 사례도 한 방안으로 생각 중이다. 대구시는 지난 2023년 조례 개정을 통해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65세에서 매년 한살씩 올리기로 했다. 대신 75세 이상 어르신 대상 시내버스 무료 지원을 70세로 낮추기로 했다. 이에 대구에서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기준은 2024년 66세, 2025년 67세, 그리고 올해는 68세부터 무임승차 대상이 됐다. 그리고 오는 2028년에는 만 70세부터 무임승차를 하게 된다. 반면 버스 무임승차 연령은 2024년 74세, 2025년 73세, 2026년 72세로 낮췄다.
대구시 도시철도과 관계자는 “대구시는 2023년 지자체 최초로 도시 철도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조례안을 통과 시키고 2024년부터 도시 철도 무임승차 나이를 매년 한 살씩 올려 2028년에는 만 70세부터 무임승차가 가능하다”며 “이와 함께 만 75세 이상 대상이던 버스비 지원은 2024년부터 한 살씩 내리고 있다. 이에 2024년부터 5년 뒤인 2028년에는 도시철도와 버스비 무료 대상이 만 70세로 통일된다”고 말했다.
기존 도시 철도 무임승차 혜택을 받던 사람의 혜택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지만 원래는 무임승차 대상이었을 65~67세는 올해부터 요금을 내고 타야 한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지원을 못 받게 되는 만 65~69세에 대해서는 어떤 지원책이 있을지 고민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지는 못했다”며 “서울시가 대구시 사례를 참고는 할 수 있겠지만 재정 자립도나 예산 규모, 어르신의 지하철 이용 패턴 등 상황이 달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가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를 개선한 이유는 급격한 고령화로 인한 만성적인 재정 적자 해소와 도시철도 운영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대구 도시철도 1~3호선 무임승차 손실액은 지난해 670억원을 기록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구시 등의 사례를 참고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존 무임승자 적용 대상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선 “법령을 바꾸게 되면 소급 적용은 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025년 발표한 ‘고령화 사회를 고려한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 개선방안-서울 지하철 1~9호선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노인 무임승차 허용 나이를 기존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할 경우 노인 무임승차 비용은 3233억원에서 2110억원으로 약 34.7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노인 무임승차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기초연금 수급자를 기준으로 차등 요금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나이 상향이나 소득수준별 교통비 차등화는 복지 혜택 축소로 비칠 가능성이 있어 노인을 포함한 전 연령층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서울시는 무임승차 연령을 높이게 되면 현재의 서울교통공사 적자액이 다소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경로 무임승차 손실금은 약 3830억원에 달한다. 서울시 계획대로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올리면 연간 약 1100억원의 추가 요금 수입이 발생한다. 서울시는 이를 70세 이상 버스비 지원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김주영 한국교통대 교통정책학과 교수는 “지하철 적자를 줄여 보겠다는 서울시의 의도는 알겠으나 현재 65~69세 해당하는 연령대 중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취약계층이 있을텐데 기준을 한 번에 올리는 건 염려스럽다”며 “대구시처럼 무임승차 기준을 단순히 연령대로 나누기보다 소득수준으로 차등화한다던가 무임승차 횟수 한도를 정하는 방안이 더 실효성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