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 보조금으로 대출금 갚고 경조사비까지…업체 대표 등 재판행 [세상&]

설치 보조금 84억원 회사 운영비로 유용
검찰, 대표·CFO·법인 불구속 기소


서울 시내 전기자동차 충전소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전기차 충전소 설치 명목으로 받은 국가 보조금 수십억 원을 대출금 상환과 회사 운영비로 유용한 업체 대표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국가재정범죄합동수사단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전기차 충전소 설치업체 대표이사 B씨와 재무담당임원(CFO) C씨, 법인 A사를 불구속기소 했다고 2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B씨 등은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2023년 지역별 무공해차 전환 브랜드 사업 명목으로 받은 전기차 충전소 설치 보조금 244억원 가운데 약 84억원을 사업 목적과 무관하게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2023년 7월부터 9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회사가 기존에 부담하고 있던 대출금 65억원을 보조금으로 임의 변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같은 해 7월부터 11월까지 총 1333차례에 걸쳐 대출이자와 세금·과태료·보험료·경조사비 등 약 19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업 협약상 보조금은 전기차 충전기 구매와 설치 용역비로만 사용할 수 있고 자기부담금을 우선 집행해야 한다. 하지만 검찰은 피고인들이 충전소 설치 가능 여부나 전기 인입 가능성 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보조사업을 신청한 뒤 받은 보조금을 사실상 회사 운영자금처럼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사업을 진행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즉시 보조금을 반환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들은 2025년 9월까지 66억원만 반납했으며, 수사가 시작된 이후 59억원을 추가 반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은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의 수사 의뢰로 검찰이 직접 수사에 착수한 사건이다. 검찰은 수개월간 계좌 분석과 사무실 압수수색·디지털 포렌식·66개 계좌 자금추적·관계인 조사 등을 통해 자금 흐름과 범행 구조를 규명했다.

서울북부지검 관계자는“엄격하게 용도가 제한된 국가 보조금이 마치 회사의 눈먼 돈처럼 사용돼 수십억 원의 국가재정 손실이 초래됐다”며 “앞으로도 국가재정 유용·편취 사범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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